목이 곧은 백성

이성훈 목사
절대 의(義)가 되시는 하나님의 눈으로 보면 우리 인간들은 감히 설 곳이 없습니다. 성경의 말씀대로 의인은 없습니다. 하나도 없습니다. 그리고 죄의 삯은 사망입니다. 모세가 금송아지에 경배한 이스라엘의 죄를 사해 주시기를 위해서 기도하자 하나님은 그 백성에게 “너희를 젖과 꿀이 흐르는 땅에 이르게 하려니와 나는 너희와 함께 올라가지 아니하리니 너희는 목이 곧은 백성인즉 내가 길에서 너희를 진멸할까 염려함이니라”(출 33:3)고 말씀하셨습니다. 하나님이 이 결정을 하신 이유는 이스라엘 백성의 죄악이 너무 컸었음을 의미함과 동시에 이스라엘 백성이 ‘목이 곧은 백성’이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우리 성경에서 ‘목이 곧은 백성’이라는 말은 히브리어 ‘카쉐 오레프’ (출 33:5)라는 말에서 ‘카쉐’ 라는 말이 ‘굳다’ 혹은 ‘뻣뻣하다’라는 의미로 번역이 가능하기 때문에 ‘목이 곧다’ 라고 직역을 하였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국어에서 ‘목이 곧다’는 표현과 히브리어 ‘카쉐 오레프’(‘목이 곧다’) 라는 말의 뉘앙스가 차이가 있다는 점입니다.

우리나라에서 ‘목이 곧다’라는 말은 교만하다는 의미에 가깝습니다. “얘! 목에서 힘 빼”라는 말이 곧 “교만하지 마”라는 말과 동일시 될 수 있는 것처럼 말입니다. 그래서 ‘목이 곧다’(히. 카쉐 오레프, 출 33:5)라는 표현에서 자칫 ‘교만한 이스라엘 백성의 모습’을 연상하는 것은 당연할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히브리어에서 ‘크쉐 오레프’(‘목이 곧은 백성’ 출 33:5)라는 표현은 이런 의미와는 다른 뉘앙스를 가졌습니다. ‘크쉐 오레프’(‘목이 곧은 백성’ 출 33:5)는 말이나 소를 굴레를 씌워 끌 때에 끌려가지 않으려고 목에 힘을 주어 꼿꼿이 세운 것을 연상하면 이 표현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어떤 면에서는 교만하다는 말도 될 수 있지만, 이 말은 ‘고집이 세다’는 말에 더 가깝습니다. 다시 말해서 지금은 이스라엘 백성이 어쩔 수 없이 끌려오고 있는 듯 하지만, 그들은 언제라도 보유하고 있는 은금 패물을 가지고 그들이 또 다시 금송아지를 만들만큼 고집이 센 백성임을 의미합니다.

만일 그렇게 하면 그들은 이번에는 완전히 멸절되고야 말 것입니다. 이는 하나님이 이스라엘 백성들과 동행하시지 않겠다고 말씀하신 이유였습니다. 어떻게 보면 우리 하나님이 이토록 냉정하실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 수 있습니다만, 이는 오히려 하나님이 우리 인간을 얼마나 사랑하시는지를 단적으로 보여 줍니다.

하나님은 죄와 악의 값을 치루게 하십니다. 우리가 죄인이라고 절대로 포기하지 않으시고 죄에 대해서는 감당하기 어려운 고통과 수치를 주셔서라도 채찍질 하시는 하나님입니다. 또 그 분은 ‘의’ 그 자체이시기 때문에 하나님의 속성상 죄인들과 동행하실 수 없는 분입니다.

그리고 이스라엘 백성은 죄에 관한 한 절대 꺾이지 않을 만큼 ‘고집이 센’ (히. 카쉐) 백성이었습니다. 과거에 금송아지를 만들었던 죄를 다분히 가진 백성들이었습니다. 하나님이 동행하시지 않겠다는 말씀 속에서 목이 곧은 이스라엘 백성들을 진멸시키지 않으시려는 하나님의 마음이 읽혀져서 얼마나 감동이 되었는지 모릅니다.

더욱 감동이 되었던 사실은 하나님이 동행하시지 않는 것으로 끝나지 않으셨습니다. 그래도 감당이 되지 않는 우리 인간의 죄악으로 인해 하나님은 더 이상 보좌 우편에 앉아 계실 수 없었습니다. 그리고 그 분이 친히 육신의 옷을 입고 이 땅에 인간으로 오셨습니다. 그리고 우리의 죄 값을 위해 십자가에 스스로 올라가셨습니다. 이 분이 이렇게 하실 수 밖에 없었던 이유는 오직 하나였는데, 그 분은 우리를 너무나 사랑하셨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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