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순절의 절정인 고난 주간을 맞는다. 예수께서는 “아무든지 나를 따라오려거든 자기를 부인하고 날마다 제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를 것이니라.”라고 하셨다(눅9:23). 주님을 따르는 길은 안으로는 철저한 자기 부정, 밖으로는 일상의 삶에서 십자가를 지는 희생이어야 한다.
고난 주간을 맞으며 물어보자. “당신의 어깨에는 십자가가 있는가?” 예배당 건물의 하늘을 향한 높은 첨탑과 강단 정면에 달린 커다란 십자가는 그것을 바라보는 그리스도인들에게 “네 어깨에 십자가를 메고 있느냐?”하고 큰소리로 질문하는 ‘보이는 물음표’이다.
그리스도인들이 좋아하는 목걸이나 귀고리, 반지 등의 장신구에서부터 일상의 삶에서 사용하는 갖가지 문양이나 언어의 중심에는 언제나 십자가가 있다. 십자가를 바라보며 희망을 얻고, 구원의 은혜를 말하고 노래하며, 대속의 죽음을 당하신 그 분의 사랑을 전한다. 그러나 주님께서는 “십자가를 지라”고 하신다.
세례 요한은 예수님을 세상 죄를 ‘지고’ 가는 분이라 하였다. 이사야 선지자는 우리의 질고를 ‘지고’ 우리 모두의 죄악을 ‘담당’하신 분이라 하였다. 십자가를 지는 것은 억울한 일이다. 말할 수 없이 힘들다. 아프고, 슬프고, 외로운 일이다. 그러나 그 길만이 구원의 길이기에 주님은 우리를 위해 그 길을 가셨다. 그리고 제자들에게 따라 오라 하셨다.
오늘날 갈등하는 교회와 혼란한 이 사회를 위해 말 잘하는 사람, 일 잘하는 사람이 아니라 십자가를 지는 사람이 필요하다. 주님을 사랑하는가? 서풍(西風)의 시인 셀리(P.B shelly)는 “겨울이 오면 봄이 어찌 멀었으리요.”라고 하였는데 죽어서 사는 것이 부활의 진리이다. 십자가 없이는 면류관도 없다. 십자가를 지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