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하운 시인의 애가

2016년 5월 18부터 8월 25일까지 경기도 부평 역사박물관에서 기획전 제목은 ‘살고 싶었던 시인 한하운(1920~1975)’이 열렸다.

우리나라 유일의 한센병 시인 한하운은 1920년생으로 함경남도 함주의 부유한 가정에서 태어났다. 그 후 남쪽으로 이주하여 전북이리농림학교를 다니게 되고 육상선수로도 활동하지만 1936년 한센병 진단을 받는다. 그 후에도 중국에 유학 북경대학을 졸업한 후 공무원으로 일하던 그는 1945년 어느 날 병이 재발되어 유랑걸식에 나선다.

서울 명동의 술집과 다방을 돌며 자신이 쓴 시를 건네주고 밥값을 구걸하던 그의 시 13편이 ‘신천지’ 1949년 4월호에 실리고 거기에 12편과 그를 시단에 소개한 이병철의 해설이 수록된 첫 시집이 그 해 5월 출간된 (한하운 시초)이다.

나는/나는/죽어서/파랑새되리
푸른 하늘/푸른 들/날아다니며
푸른 노래/푸른 울음
울어 예우리...(한하운의 파랑새 일부)

시인은 나병환자라는 기구한 운명 속에 있는 자신을 돌아보며 새의 모습처럼 자유로운 삶을 소망하고 있는데 파랑새가 되고자 하는 것은 그의 동경이요, 이상이었다.

가도 가도/붉은 황토길/
숨 막히는/더위 뿐이라/
신을 벗으면/ 버드나무밑에서/ 지까다비를 벗으면/ 발가락이/ 또 한 개없다/
앞으로 남은/ 두 개의 발가락이/잘릴때까지/ 가도 가도 천리/ 먼 전라도길
*지까다비(일본어, 노동자용의 작업화)

그가 쓴 ‘전라도길’은 한센병 치료 요양소가 있는 전남 고흥 앞바다 애잔한 작은 섬 소록도로 가는 길의 심정을 읊은 것이다.

성경 속에서도 한센병에 대한 기록들이 많이 등장한다. 현미경이 없었고 미생물학이나 병태 생리학의 개념조차 없던 과거에는 나병의 진단에 곰팡이 감염, 어루러기나 화상, 종기, 옴, 백반증까지 포함되었고 환자들은 다른 사람들이 접근하지 못하도록 “부정하다”고 외치고 다니며(레13:45) 그들은 또한 격리된 동네에서 살았다.

그리고 나병이 낫게 되면 제사장이 그 몸의 성결함을 선언해주어야만 공동체 속으로 복귀할 수 있었다.
구약성경 민수기 10장에는 모세가 구스여인을 취한 것을 보고 모세를 비방했던 누이 미리암이 하나님의 징계로 나병이 발병되어 눈과 같이 변했고 열왕기하 5장에는 엘리사의 처방에 따라 요단강에 일곱 번 몸을 담근 아람의 군대장관 나아만의 나병이 치유된 사건이 기록되어 있다.

누가복음 17장에는 10명의 나병환자를 예수님께서 치유해주신 이야기가 나온다. 그러나 그 중 한 사람 사마리아인만 돌아와서 감사를 드렸다. 예수님께서는 그를 축복하시면서 네 믿음이 육체는 물론 영혼까지 구원을 받게 했다고 말씀 하셨다.

한센병은 나균에 의해 감염되는 제3군 법정 전염병으로 현재 전 세계적으로 24개국을 제외한 나머지 지역에서 연간 1만 명당 1명 미만으로 발생하는 드문 질환이다.

잠복기간은 9개월~20년으로 다양하며 치료에는 여러 가지 항생제를 함께 사용하는데 그 중 DDS(댑손)는 현재 수요가 없어서 제약회사에서 생산이 중단된 상태이다. 한센병은 초기에 발견하여 약물치료를 하면 완치가 가능하지만 치료하지 않으면 신경계의 합병증으로 사지의 무감각과 근육의 병적인 증상이 나타난다.

흔히 침범되는 신경부위는 팔꿈치이며 4번째,5번째 손가락이 갈퀴처럼 변한다. 코 점막에 침입하면 코피가 나거나 코 막힘이 있고 연골이 변형되어 안창코가 되기도 한다. 또한 눈에 침범하면 안구가 돌출하고 눈이 감기지 않게 되며 백내장이나 녹내장으로 실명되기도 한다.

과거 한센인들이 7,000명이나 살았던 전남 고흥군 소록도에는 현재 3개 마을 550여 명만 남아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질병에 걸리면 가족들의 위로나 의료진과 약물의 치료를 받게 되지만 한센병은 가족들까지 외면하며 격리되는 질환이었다. 그러나 그들에게도 가족에 대한 그리움이 있었다. 특히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은 얼마나 사무쳤을까?

그래서 소록도에는 ‘삼은 어머니’와 ‘삼은 아들’이 있다.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았어도 서로 어머니와 아들로 삼았던 것이다.

한하운 시인은 부평에서 거주하며 시를 쓰고 한센병 자활 운동을 펼치다가 부평에서 숨졌다.
우리 인생에는 한하운 시인이 주는 교훈이 있다. 어떤 난관이나 고통 속에서도 잊지 말아야 할 것은 하나님께서 주신 생명의 외경(생명은 너무나 경이롭고 가치가 있으므로 때로는 두려움마저 일으키는 것)과 감사와 사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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