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마다 가난이 누구네 라고 가릴 것 없이 일상이었던 시절, 양말조차 새것을 사서 신는다고 하는 것은 생각도 못한 시절, 그때는 크리스마스가 일 년의 기다림이었고 소망이었습니다. 그 시절에는 교회를 다니지 않는 가정들도 크리스마스이브가 되면 라디오에서 나오는 크리스마스 캐럴을 들으며 산타클로스 할아버지가 선물을 갖다 주시길 기다렸습니다.

산타클로스 할아버지를 만나려고 졸리는 눈을 깜박이며 있다가 어느 순간 자신도 모르게 잠이 듭니다. 아침이 밝으면 우르르 달려가서 빨랫줄에 걸어 놓았던 양말을 만져 봅니다. 분명히 올해는 나쁜 일을 하지 않은 것 같은데 양말에 아무런 선물이 없습니다. 산타 할아버지는 모든 것을 알고 계신다는데 그럼 친구랑 다툰 것도 아셨을까?

빈 양말을 보면서 아쉬움과 슬픔에 울먹이면 어머니는 왠지 슬프신 표정을 하고 그런 나를 외면하셨습니다. 그때는 철이 없던 때라 산타클로스 할아버지가 야속하다고 투덜거렸습니다. 하지만 어머니는 그런 아들에게 선물하나 장만해서 양말에 넣어주지 못하신 것을 미안해 하셨던 것입니다.

착한 일을 하면 선물을 주신다고 했는데 그 산타클로스 할아버지는 부모님이셨던 것입니다. 부모님의 마음을 알지도 못하면서 내년에는 산타 할아버지가 큰 가방 들고 루돌프가 끄는 썰매를 타고 우리 집에 오시길 바랐던 것입니다. 그러나 한 번도 산타 할아버지는 양말에 선물을 넣어 주시지 않으셨습니다.

텔레비전이 마을에 들어오고 성탄절 이브에는 예수님에 대한 영화를 시청하는 것이 연례행사였습니다. 그런데 어떤 사회자가 산타클로스 할아버지는 없다고 하였습니다. 하지만 산타클로스 할아버지가 주실 선물을 기대하던 그 어린 시절은 그래도 행복했습니다. 차가운 겨울날 눈 내리는 날에도 산타 할아버지가 청풍읍내에서 한참을 들어가는 먼 마을까지 오신다고 하니 성탄절이 참으로 기다려지고 마음 설레게 하였던 것입니다.

그리고 청주에서 학교생활을 하면서 교회를 다니게 되었고 신흥성결교회에 다니던 성도들이 개척한 벧엘교회에서 신앙생활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 때는 성탄절 이브엔 주일학교 학생들이 성극도 준비하고 캐럴도 부르고 예수님 탄생을 축하하는 찬송도 마음껏 불렀습니다.

아이들은 그날, 손에 손에 선물을 들고 집으로 갔습니다. 그리고 고등학교이상 학생들은 교회에 남아 열두시가 지나가길 기다렸습니다. 성탄절 이브에는 난로 옆에서 졸린 눈을 하고 자정이 지나길 기다린 것입니다.

자정이 지나면 팀을 나누어서 성도들 가정을 방문해 새벽송으로 함께 축하를 나눕니다. 어떤 성도들 가정은 잠이 들었는지 캄캄합니다. 그래도 조용한 목소리를 모아 찬송을 부릅니다. 그러면 문을 열어 주시고 크리스마스 선물을 주셨습니다.

또 어떤 가정은 잠을 자지 않고 계시다가 문을 열어 주시고 맛난 과자와 음료를 주셨습니다. 때로는 청주성심병원에도 갔습니다. 입원해 있던 성도님을 위해 새벽송을 부르러 간 것입니다. 그러면 성도님들은 아픔 속에서도 햇살 같은 미소를 보여 주셨습니다.

새벽송을 마치고 교회로 모이면 살금 아침이 밝아 옵니다. 성탄절엔 크리스마스이브 때 받은 선물을 국민학교 오늘날 초등학교 학생들에게 나누어 주는 것으로 마무리 됩니다. 그 때는 교회를 다니는 사람이든 그렇지 않는 사람이든 교회에 가까이 다가갈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교회가 사람들로부터 멀어져 버렸습니다.

거리엔 캐럴이 사라지고 젊은 사람들은 즐기러 다닙니다. 문명의 발전이 우리에게서 성탄절 이브를 빼앗아 가 버렸습니다. 가난한 시절에는 크리스마스가 그 가난을 이겨내게 하는 달콤한 오렌지 나무였던 것입니다. 우리에게 가난한 생활에도 꿈을 주고 내일을 바라보게 하였던 나의 라임 오렌지 나무가 이젠 복잡함과 세상의 찌듦으로 외로워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제 매년 돌아오는 성탄절이 하나의 연례행사가 아니라 예수님의 사랑을 새롭게 알게 하는 그리고 그 사랑을 조금이라도 나누어 주는 따뜻한 날이 되었으면 합니다. 크리스마스이브는 누구에게나 허락되고 바랄 수 있는 희망이고 소망이기 때문입니다. 올해도 크리스마스의 새벽송이 어려운 사람들 마음에 따뜻한 난로의 역할을 할 수 있길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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