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석웅 목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크리스마스 연휴를 맞아 미군 장병들에게 성탄 메시지를 보내면서 ‘메리 크리스마스’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오바마 대통령 집권 시기에 정치적 중립을 핑계로 ‘해피 홀리데이’로 바꾼 것을, 대선공약대로 '메리 크리스마스'라는 성탄인사로 다시 부활시킨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좋고 싫고를 떠나서 참 잘한 일이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안타깝게도 해마다 멋진 크리스마스트리가 세워지던 세종문화회관 앞에 생뚱맞게 ‘허그 베어’라는 이름으로 8m 높이의 커다란 붉은 곰 인형이 그 자리를 대신 차지하고 있다. 언제부턴가 이 땅에서는 괜히 마음을 들뜨게 했던 크리스마스의 축제 분위기가 역사 속으로 사라져 간지 오래다.

눈발 날리는 밤에 때론 정겹게, 때론 신나게 캐럴송이 울려 퍼지는 거리를 깔깔대며 그냥 마냥 돌아다녔던 시절이 이었다. 예쁜 카드도 사고, 누군가에게 줄 선물을 사며, 물건을 사는 사람도, 파는 사람도 ‘메리 크리스마스’라고 인사하면 마음이 포근하고 따뜻해지던 때가 있었다. 그런데 이제는 종종 썰렁한 개그나 날리는 아재들의 마음에나, 여전히 소녀 같은 마음을 지닌 아줌마들의 추억에만 아련히 남아 있을 뿐이다.

다시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살려야 한다. 다시 ‘메리 크리스마스’가 사람들의 입에 자연스럽게 오르내리게 해야 한다. 다시 거리마다 신나는 캐럴송이 울려 퍼지게 해야 한다. 12월만 되면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 소식이 온 세상을 뒤덮어야 한다. 사라진 성탄 분위기를 어떻게 다시 살릴까 고민해 본다. 다행히 10년 전 부산에서 시작된 ‘크리스마스트리문화축제’를 계기로, 서울 청계천을 비롯해서 전국적으로 도시 중심마다 성탄트리장식이 유행처럼 번져나가고 있는 것은 참 다행스런 일이다.

어떻게 사라진 성탄 분위기를 다시 살려낼 수 있을까? 필자가 섬기는 대연교회는 해마다 11월 마지막 수요일 밤에 수요예배를 마치면 모든 성도들이 촛불을 켜들고 교회 앞에 길게 장사진을 치고 성탄 찬송을 부르며 10여 분 정도 ‘성탄트리 점등식’을 한다. 길 가던 사람들, 버스에 타고 있던 사람들의 이목이 다 교회 앞으로 쏠린다. 만일 전국에 모든 교회들이 같은 날, 같은 시간에, 같은 내용으로 트리점등식을 하면 어떨까? 대단한 이슈가 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아마 한국 교회가 하나가 되고 전 국민의 마음을 따뜻하게 만들어주는 또 하나의 국민축제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또 해야 할 일이 있다면 학교 방학을 이전처럼 다시 성탄절 전에 하도록 운동을 펼쳐야 한다. 언젠가부터 방학일이 성탄절 뒤로 미루어짐으로 교회 성탄절 행사가 많이 위축되었다. 아이들의 평생에 가장 아름다운 추억 중에 하나가 교회학교에서 성탄절 발표회를 준비하는 일일 것이다. 그 추억을 만들 수 있는 기회를 다시 찾아주어야 한다.

그리고 손 글씨로 쓴 아날로그 카드를 보내는 것도 당연한 일로 유행처럼 바람을 일으켜야 한다. ‘크리스마스엔 선물!’이라는 인식도 다시 일깨워주어야 한다. 성도들은 추석이나 설날보다 소소하지만 예수님의 탄생을 축하하고 한 해 동안 베풀어주신 사랑에 감사해서 성탄절에는 선물을 주고받는 것이 당연하다는 풍토를 만들어야 한다.

성탄의 문화와 분위기는 교회가 만들고, 교회가 지켜내야 한다. 다시 ‘메리 크리스마스!’ 인사가 거리마다 넘쳐나게 만드는 것은 교회와 성도들의 책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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