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과연 이기적인 존재인가? 에릭 프롬은 중세 봉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의 심리가 자본주의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의 심리와는 크게 다르다고 지적했다. 이런 사실은 프롬만이 아는 사실이 아니다. 사정이 이러함에도 이기심을 인간의 본성으로 간주하는 견해가 자본주의 사회에서 힘을 얻는 이유는 무엇일까?

자본주의 지배층에 복무하는 지식인들이 자본주의 제도를 옹호하고, 합리화하려는 동기가 있기 때문이다. 만일 이기심이 인간의 본성이라면 개인 이기주의에 기초하는 자본주의 제도야 말로 인류역사상 가장 좋은 제도가 아닐 수 없다. 그러나 만일 이기심이 인간 본성이 아니라면 자본주의 제도는 사람을 자신의 본성으로부터 파괴하는 잘못된 제도가 될 것이다.

이렇게 이기심은 인간 본성인가 아닌가를 규정하는 문제는 아주 중요하다. 자본주의 제도의 정당성과 직결되는 문제가 된다. 그래서 자본주의 수호천사가 된 지식인들은 자본주의 이데올로기를 수호하기 위해서 각자의 분야에서 인간을 이기적인 존재라고 강력히 주장하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사회가 대다수 사람의 인간 심리를 결정한다. 그리고 만일 그 사회가 인간 본성에 부합되지 않는다면 사람은 인간 본성을 옹호하고 대변하는 선진적인 사상으로 개조함으로써 사회를 변질시키기도 한다.

이기심이 사람의 본성이라면
사람이 만일 호랑이의 본성을 알지 못한다면 동물원에 호랑이를 데려다 놓고는 야채와 과일만을 먹이로 줄 수 있다. 그러면 어떻게 될까? 호랑이는 스트레스를 받아서 이상행동을 보이거나 굶어 죽게 될 것이다. 이것은 생명체가 자기의 본성대로 살아가지 못하면 미치거나 죽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사람도 호랑이와 다르지 않다. 그리고 이 문제는 인간의 행복한 삶으로 직결된다.

예를 들면 탐욕과 이기심이 인간의 본성이라면 오늘날에 한국 사회를 지배하고 있는 신자유주의적인 사회 발전 노선을 계속 추구하는 것이 유익하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한국인들은 정신적으로 병들고 궁극적으로는 멸종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이런 현상들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지 않은가?

인간에게 주어진 문화명령
그렇다면 인간의 본성은 무엇일까? 물의 속성은 물이 불과 관계를 맺는 모습을 통해서만 확인할 수 있는 것처럼 사람이 외부세계와 관계를 맺는 방식 가운데 가장 두드러진 것은 사람은 노예의 길을 거부하고 주인이 되려고 하는 속성이다.

프롬은 서구의 철학적 전통에 따라 자유를 ‘~부터 자유’와 ‘~향하는 자유’로 구분했다. 사람이 어떤 구속이나 예속으로부터 자유로워지고. 나아가 자유를 원하는 것은 그가 노예가 아닌 주인이 되려는 속성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마르크스는 사람이 본능에 지배당하는 생물학적인 존재가 아니라, 의식을 통해 스스로 지휘하고 통제하는 사회적으로 존재하려는 속성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동물은 항상 생물학적 본능에 따라 자연에 적응만 하면서 살아가기 때문에 이런 속성이 없다.

또 하나의 중요한 인간의 근본 속성은 세계를 개조하고 변혁하려는 속성이다. 사회적 존재는 동물과는 달리 자신이 원하는 바에 따라 목적 의식적으로 세계를 개조, 변혁한다. 인간은 이런 속성이 있었기 때문에 자연을 개조하면서 생산력과 과학기술을 발전시켜 왔고, 사회를 개조하면서 더 나은 사회를 건설했고, 스스로 정신을 개조하면서 진보적인 사상과 이론을 발전시켜 올 수 있었다.

한국교회, 아니 개신교는 우리가 고백하는 공교회 개념이 희박하다. 교파 주의, 극단적인 개교회주의가 교회를 파괴하고 있다. 사회적으로 크리스천들이 이기주의자라는 통념도 부정할 수 없다. 이런 현상은 인간을 이기적인 존재로 규정하는 문화에 예속된 현상이라 하겠다. 하나님께서는 천지를 다 조성해 놓으신 후에 사람을 하나님의 형상, 왕적 직무를 수행하는 공동체적 존재로 창조하시고, 인간에게 생육하고 번성하여 땅에 충만하라고 명령하셨다. 즉 문화창조자로 부르셨다.

문화를 비난하기만 해서는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는다. 문화를 비평하고, 모방하고, 소비하는 것으로도 충분하지 않다. 문화를 변화시키는 유일한 방법은 모세와 같이 노예문화를 선민문화로, 예수님과 같이 바리새문화를 십자가와 부활문화로, 바울과 같이 이방문화를 그리스도의 문화로 문화를 창조하는 것이다. 그리스도인은 문화를 변혁하라는 명령을 위임받은 존재로 지음 받았다. 그리스도인들이 이 사명에 충실할 때 진짜 행복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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