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학교육 목적은 교회 안 전문적 리더십 함양”

조기연 교수
지금 한국교회는 급격한 교세감소의 위기를 맞고 있다. 세속화와 탈종교화 등 사회변동의 원인도 있지만, 필자는 신학대학의 교수로서 신학교육 제도에도 그 책임이 있음을 부정할 수 없다. 그래서 북미 신학교육 개혁의 사례를 통하여 작금 우리의 상황과 향후 교단 신학교육의 방향을 제시해 보고자 한다.

처음에 목회자들에 의해 실시되던 북미의 신학교육이 본격적으로 신학대학원(M.Div.과정) 체제로 전환된 것은 1840년부터였다. 이때 자연스럽게 제기된 이슈가 있었는데, 그것은 신학대학원 교육의 초점을 ‘신학적 학문성’에 둘 것인가 아니면 ‘교회사역자를 양성하기 위한 현장훈련’에 둘 것인가 하는 것이었다.

이 논쟁은 1844년에 발행된 앤도버 신학대학원의 정기간행물에 한 목회자가 글을 게재함으로써 촉발되었다. 현장목회들은 철학적 역사적 인식이 부족하기 때문에 신학교육에 있어서 ‘학문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 이 글의 논지였다. 이에 자극을 받은 미국의 신학자들은 독일 대학들이 사용하는 신학백과사전과 신학체계를 도입하고 연구중심의 대학들을 세움으로써 학문성을 강화하기 시작했다.

1990년대 후반에 프린스턴 대학의 총장이 된 윌리엄 하퍼는 “신학교육의 커리큘럼이 수정되어야 하는가? 그렇다면 어떻게?”라는 자신의 논문에서 신학교육에 관한 두 가지 입장을 첨예하게 대비시킴으로써 신학교육에 관한 논쟁을 야기시켰다. 신학교육에 관한 첫 번째 입장은 학문의 자유를 강조하는 입장으로서 신학교육의 커리큘럼이 현대의 심리학과 교육학 등 인접학문과 일치되도록 조정되어야 한다는 쪽이다.

두 번째 입장은 좀 더 목회현장을 고려하는 입장으로서 신학교육의 커리큘럼이 장차 학생들이 사역하게 될 목회현장의 필요에 맞춰져야 한다는 것이었다. 북미신학대학협의회(ATS)는 이러한 일련의 토론과정에서 태동되었다.

리챠드 니버는 1923년부터 1955년 사이에 진행된 북미 신학교육은 신학의 수준은 높아졌지만 다음과 같은 네 가지의 부작용을 낳게 되었다고 지적했다. 1)신학교육의 목적이나 목표가 불분명하게 됨. 2)커리큘럼이 지나치게 방대해짐. 3) 필수과목이 늘어남. 4)지나치게 많은 특별화 된 과목들로 인해 통합성이 상실됨. 전체적으로 성서, 역사, 조직, 실천 이렇게 구분되는 신학체계의 비판적 이론적 성향이 심화되면서 각 학문간의 고립이 초래되고 목회현장과도 괴리가 생기는 현상이 초래되었다는 것이 그 요지다.

현대 북미신학교육 개혁을 주도한 학자 중 한명인 에드워드 팔리는 미국의 신학대학들이 독일식 모델을 도입한 것이 바로 문제의 출발점이라고 주장했다. 그에 의하면 독일식 모델은 신학이라는 하나의 질문을 쪼개서 갈래갈래 나눠진 학과목의 집합체로 만드는데, 이 각각의 학과목들은 서로 다른 학문 분야로부터 도출된 방법론을 사용한다는 것이다. 예컨대 조직신학은 철학에서, 목회상담은 심리학에서 그 방법론을 차용하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팔리는 또한 설교나 심방 등   ‘목회적 기술’은 목회자들에게 배우는 것일 뿐 자신들은 오로지 자기 전공과목에만 충실히 하는 신학자들의 ‘전공이기주의’ 내지 ‘전공심화주의’를 비판했다. 그로 인해 신학교육이 파편화되고 지나치게 전문화되었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참다운 신학교육을 위해서는 신학대학과 교수들이 신학대학의 교육목적을 분명히 하고, 그에 따른 커리큘럼을 새로 짜야 하며, 이 과정에서 현장 목회적 기술을 위한 교육을 현재보다 더 강화해야 한다고 팔리는 역설했다.

존 캅과 조셉 호우 역시 ‘기독교 정체성과 신학교육’이라는 제목의 공동 저술에서 “신학교는 직업학교로 인식되어야 하며, 따라서 신학교육의 우선적인 목적은 교회 안에서의 전문적 리더십 함양이다”라고 주장했다.

이러한 논의의 결과로서, 북미신학교육협의회는 1996년 6월 신학석사(M.Div.) 과정을 위한 표준적 방안을 제시하였는데, 그것은 커리큘럼 안에 다음의 네 가지의 영역을 설정하는 것이었다. 1)기독교의 신앙적 유산에 대한 종합적이고 차별적인 이해를 강조하는 교육, 2)교회가 속한 문화적 상황과 그 구조에 대한 이해를 돕는 교육, 3)목회 지도력에 필수적인 덕목(인격적 신앙, 정서적 성숙, 도덕적 통합성, 공개적인 증인의 삶 등)에서 학생들이 성장해 가도록 돕는 교육, 4)신학적 사고능력과 목회적 실천을 위한 지도력 계발 등이다. 북미신학교육협의회의 이 방안에 따라서 여러 신학대학들이 커리큘럼 개혁을 추구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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