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3월 초순부터 야구 바람이 거세계 불었다.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제1라운드에서 일본과 1승1패를 주고받으면서 일어나기 시작한 야구 바람은 제2라운드에서 다시 일본과 1승1패를 나누어 가지고 베네주엘라를 대파하면서 아예 폭풍으로 변해버렸다. 다저스 스타디움을 가득 메운 한국인의 열풍과 함께 서울과 인천, 부산에서 벌어진 운동장 응원은 참가국 어느 나라에서도 볼 수 없는 진풍경이었다.

▨… 스포츠의 묘미는, 객관적으로는 전력의 차이가 분명하다고 하더라도 승부는 그 차이를 뒤엎어버리기도 한다는 의외성에 있다. 우리나라 야구 대표가 메이저 리거가 즐비한 베네주엘라를는 대파했다던가, 일본과 2승2패의 호각지세를 이루어낼 수 있었다는 것이 스포츠의 마력인 것이다. 강자가 언제나 이기고 약자는 언제나 패배하기 마련이라면 무슨 재미로 스포츠를 관전할 것인가.

▨… 지난 3주간 동안 우리 국민은 야구로 인해 행복했었다. 경제는 어렵고 생활고는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데도 WBC 결승까지 진출하는 쾌거에 위로를 얻었고 하면 된다는 희망을 보았었다. 비록 연장전까지 가서 패하기는 했지만 야구 선진국 일본과 대등한 경기를 펼친 정신력 만큼은 세계를 놀라게 하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 그러나 다시 생각해보면 WBC가 우리에게 주는 위로나 희망은 허위의식이 아닐까 싶다. 미국의 상업주의가 월드컵을 대항하기 위해서 만든 대회일 뿐인 WBC가 고되기만한 우리나라의 삶의 현실에 무슨 위로를 주고 무슨 희망을 줄 수 있겠는가 답답한 현실을 잠시 망각케하는 기능을 가졌을런지는 몰라도 스포츠는 스포츠일 뿐이다. 스포츠의 승리가 위안이 되고 희망이 되는 현실을 오늘의 교회는 어떻게 받아드려야 하는 것일까.

▨… 미국내에서의 WBC에 대한 관심도는 메이저 리그 팀들의 시범경기 만큼에도 미치지 못한다. 미국의 상업주의가 세계대회라는 이름으로 벌이는 야구의 판촉행사 정도로만 바라보는 것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WBC 때문에 일희일비했었다. 나라 전체가 경제불황으로 고난의 길을 가고 있는데 한국의 교회는 WBC만큼이라도 국민에게 위로와 희망을 주고 있는 것일까. 교회가 미국의 상업주의 수용에만 급급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자문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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