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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58호> 양심의 탈을 쓰고 있는 종교적 병역거부
[1158호] 2018년 11월 07일 (수) 15:35:23 한국성결신문 webmaster@kehcnews.co.kr

대법원이 양심적 신념을 이유로 입영을 거부하는 이른바 '양심적 병역거부'를 처벌할 수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대법원은 "양심적 병역거부자에게 병역을 일률적으로 강제하고 형사처벌을 하는 것은 소수자를 관용하는 자유민주주의의 기본정신에 위배된다"고 봤다. 대법원 판결 취지는 종교적 신념·양심 등을 이유로 입영을 거부하는 게 범죄가 아니라는 것이다. 이는 양심적 병역 거부는 정당한 사유가 아니라고 했던 2004년 대법원 판례를 14년 만에 바꾼 것이다.

원론적 차원에서 사회적 소수의 인권은 존중돼야 한다. 보편적 의미에서 양심의 자유는 최대한 보장돼야 마땅하다. 하지만 소수의 인권, 양심의 자유를 존중한다고 해서 국가 안보가 위험한 상황에 빠진다면 그것은 용납될 수 없는 일이다. 국방의무의 핵심인 병역의무는 납세의 의무와 함께 국가를 지탱하는 양대 축이다. 남북의 평화무드가 조성되고 있다지만 여전히 분단 상황이고, 국가 안보문제는 나라 존립과 연관된 문제이기에 매우 엄중해야 한다.

국민 간 형평성 차원에서도 병역의 의무는 예외를 인정해서는 안 된다. 다수의 대법관은 "종교적 병역 거부자가 매년 600명에 불과해 국방에 미치는 영향이 적다"고 했지만 그동안은 처벌이 무서워 그 숫자가 적었던 것일 뿐, 양심을 앞세워 입영을 거부하는 상황이 초래될 수 있다. 실제 독일의 경우 '종교적 병역 거부' 숫자가 수백 명 선이었으나 1967년 대체 복무제 도입 이후 대체 복무 선택자가 2010년엔 약 13만 명에 달하고 있다.

대법원이 양심적 병역거부를 인정한다면 무정부주의자의 양심의 자유도 인정할 것인가. 양심에 따라 세금을 낼 수 없다는 사람이 나타나면 그 사람의 양심도 인정해야 한단 말인가. 또 그 양심을 어떻게 증명할 것인가도 문제다. 양심이 확고하며 진실하다는 것을 어떻게 입증할 수 있단 말인가. 엄밀히 따지면 이번 사안은 ‘양심적 병역거부’가 아니라 ‘종교적 병역거부’다.

이번에 무죄를 선고받은 사람 역시 여호와의증인 신도이다. 양심적 병역거부자는 99%가 여호와의증인 신도이다. 현재 법원에서 심리 중인 종교적·양심적 병역거부 사건 930 건도 특정종교와 연관이 있고, 이들 역시도 무죄 가능성이 있다. 지금의 판결은 여호와의증인 신도들에게 특혜가 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이를 허용하는 것은 특정 종교에 대한 편향적 판단이며, 소극적인 종교행위에 손을 들어준 것이나 다름없다.

대법원 판결 후 병역 기피를 위해 ‘여호와의 증인’ 가입 문의가 잇따르고 있는 현상을 보고도 여호와의증인의 병역거부를 양심의 자유로 보는 것이 타당한 것인지 의구심이 든다. 전쟁을 연습하라, 살인하라, 이렇게 가르치는 종교는 세상에 없다. 종교적인 신념에서도 사람의 목숨을 소중히 여겨야 한다는 것은 일부 특정종교에만 해당되는 사안이 아니라 모든 종교의 공통된 가르침이다.

종교적 이유가 병역을 회피하기 위한 수단이 돼선 안 되며 양심적 병역거부를 인정하는 것이 병역의무를 이행하는 국민에게 상대적 박탈감을 줘서도 안 된다. 특정 종교에만 혜택을 부여하는 것은 양심 자유의 한계를 벗어나고 정교분리원칙에도 위배돼 중대한 위험 요소가 될 수 있다.

병역을 국방의무보다도 양심에 우선해야 한다는 논리로 접근하다보면 개인의 신념을 병역기피의 수단으로 악용할 소지가 높다는 점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병역 거부가 양심과 종교적 신념으로 용인된다면 누가 목숨을 걸고 나라를 지키겠는가. 과연 종교적 신념이 양심의 자유에 해당한다고 해서 병역이라는 헌법상 의무를 방기할 수 있는 것인지 다시 묻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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