혀가 뻣뻣하다고?

이성훈 목사
성경을 읽을 때 너무나 익숙해서 때로는 무심코 지나치는 부분이 있습니다. 아마도 출애굽기 4장이 바로 그런 경우에 해당될 듯 합니다. 모세가 하나님으로부터 이스라엘 백성을 출애굽시키라는 말씀을 받자 자신이 얼마나 말을 못하는지에 대하여 하나님께 변명을 늘어놓습니다.

“…오 주여 나는 본래(히. 감미트몰 맘 미슐로숌) 말을 잘 하지 못하는 자니이다(히. 로 이쉬 드바림) 주께서 주의 종에게 명령하신 후에도 역시 그러하니 나는 입이 뻣뻣하고 혀가 둔한 자니이다(히. 키 카베드 페우 케다브 라숀)(출 4:10)”라고 말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모세가 말을 잘 못한다고 생각을 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런데 무심코 이 부분을 히브리어 성경으로 읽다가 웃음보가 터졌습니다.

모세가 “나는 말을 못하는 자입니다”하는 취지의 이야기를 하기 위해서 사용한 모세의 변명이 상당히 설득력이 있을 뿐 아니라, 듣는 사람으로 하여금 “와 그 사람 참 말을 잘한다”라고 느낄 만큼 그 문장이 매우 세련되고 깔끔하였기 때문입니다.

사실 언어는 표현입니다. 어떤 표현을 사용하느냐 하는 것은 그 사람의 언어 능력이기도 합니다. 그런 점에서 모세의 표현은 무척 흥미롭습니다. 모세가 하나님께 나는 ‘본래’라고 하였을 때 ‘본래’라는 말을 ‘감 미트몰 감 미슐로숌’이라고 표현하였습니다.

직역하자면 이 말은 ‘심지어 어저께로부터도 또한 3일전부터도’입니다. 즉 모세가 말을 못하는 것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라는 겁니다. “어저께도 그랬고, 또 3일전에도 그랬고 4일전에도 그랬고 항상 그랬고 심지어는 태어날 때부터 그랬습니다”하는 말입니다. 선천적으로 말을 못하는 자임을 드러냄으로써 은근히 그 책임을 하나님께 돌리려고 하는 의도도 담겨 있습니다.

여기에서 우리는 선악과 사건을 떠올리게 됩니다. 아담과 하와가 선악과를 따먹은 이후 “왜 그랬느냐”는 하나님의 말씀에 “하나님이 주셔서 나와 함께 있게 하신 여자 그가 그 나무 열매를 내게 주므로 내가 먹었나이다”(창 3:12)라고 함으로써 그 책임을 넌지시 하나님께 돌렸던 것처럼 말입니다. 이러한 아담의 태도를 모세에게서도 볼 수 있습니다. 내가 말을 하지 못하는 것은 처음부터 하나님이 그렇게 만드셔서 어쩔 수 없지 않느냐 하는 내용입니다.

이번에는 ‘말에 능치 못한 자라’는 말은 히브리어로 ‘로 이쉬 드바림’으로 표현하였습니다. 직역하자면 “말들의 사람이 아닙니다”란 의미입니다. ‘말들’(words)이라고 함으로써 ‘말’(word)의 복수형을 사용하였는데, 이 말은 “저는 용어가 풍부한 사람이 아닙니다.” 혹은 “저는 그리 말솜씨가 좋은 사람이 아닙니다”라는 의미입니다. 이 표현은 성경에서 모세가 처음으로 사용한 표현입니다. 참 간결하고 깔끔하게 “자신은 그리 말수가 많은 사람이 아니며, 또한 말하는 것을 즐겨하는 사람이 아니라”고 말합니다. 

또 “입이 뻣뻣하고 혀가 둔하다”란 말은 히브리어로 ‘케바드페 우케바드 라숀’이라고 하였는데 이 말을 직역 하면 “혀도 무거우며 입도 무겁습니다”입니다. 특별히 ‘카베드’(‘무겁다’)라고 하는 표현은 바로가 하나님께 대하여 그 마음이 강퍅하여 있을 때 사용한 적이 있었는데(출 7:14), 모세는 이 표현을 통하여 자신은 현재 하나님께 대한 섭섭함을 가지고 있으며, 자신의 마음 역시 적잖이 강퍅해져 있음을 넌지시 드러내고 있습니다.

또한 번역으로는 도저히 흉내 낼 수 없을 만큼 그의 말에는 운율도 느껴집니다. ‘케바드페 우케바드 라숀’은 마치 시를 읽고 있는 듯한 착각이 들만큼 중독성이 있는 표현입니다. 이 뿐 아니라, ‘카베드’(‘무겁다’)를 2번 사용함으로써 짧지만 매우 굵직하게 자신이 얼마나 어눌한지에 대해서 강조하는 효과를 냈습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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