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은 흥하고 있는가, 망하고 있는가. 내 사랑하는 나라는 축복 가운데 있는가, 저주 가운데 있는가. 진리, 그것을 사모하는 정신은 수풀을 헤쳐도 보이지 않는구나(중략)/ 나의 사랑하는 조국의 이름은 머지않아 땅에서 씻겨질 것이다. 이 더럽혀진 처녀의 나라, 패기가 없는 나라, 이 진리를 사랑할 줄 모르는 짐승과 벌레 같은 인간의 나라여, 망하라.(중략)/ 아! 주여 원하오니 이 민족에게 참 마음을 주옵소서.”

▨… 이 애가는 일본군국주의가 점차 세력을 확장하여 그 위세가 절정을 향해 치다를 무렵에 “장기려 박사가 참 그리스도인으로 추앙했던”(장기려 그 사람, 지강유철) 후지이 다케시(藤井武, 1888-1930)가 발표한 시 ‘일본이여 망하라’의 한 부분이다. 후지이는 유다의 멸망을 아파하며 예언해야 했던 예레미야를 염두에 두고 있었음이 틀림없으리라. 누구 못지않게 자신의 조국 일본을 사랑했기에 그는 군국주의 일본의 광란 앞에서 차라리 ‘일본이여 망하라’라고 부르짖을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 예레미야가 울었듯이 후지이도 울며 이 애가를 기록했을 것이다. 일본사회의 물의와 군국주의의 표독한 눈빛을 견뎌낼 수 없으리란 것을 도꾜제대 법학부 출신의 고등문관시험 합격자가 모를 리도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후지이는 그 길을 갔다. 그 길이 자신이 가야 할 십자가의 길임을 알았기에. 그 후지이를 유달영 박사는 ‘민족의 긍지’라는 글에서 ‘일본의 뜨거운 애국자’라고 기록하였다. 자기 목숨보다 사랑하는 대상이었기에 망하라고 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 후지이의 시에서 일본 대신에 대한민국을 써 넣으면 읽는 사람들의 표정이 어떨까. 고개를 끄덕이는 몇 사람이 있기나 할까. 대부분의 사람들은 소태씹은 얼굴이 되지 않을까. 만약-너무 죄송하고 말도 되지 않는 가정이지만-후지이의 애가에서 일본이라는 단어대신 성결교회라는 이름을 대입하면 읽는 사람 중에 몇 사람이나 진노할까? 아니, 진노한 성결인 중에 진노할 자격이 있는 사람은 몇 명이나 될까.

▨… 진정한 비판은 사랑이 밑받침되어질 때라야만 가능하다. 예레미야처럼 하나님의 진노하심을 부르짖으며 죽음으로 성결교회를 지키려는 믿음의 성결인이 없다는 것은 돌이키면 성결교회에는 희망이 사라져 간다는 반증아닐까? 종교개혁주일이다. 진정한 개혁은 회개가 전제되어야 하기에 우리의 95개 조는 어디에 있는가를 묻고 싶다. 우리는 성결교회를 사랑하고 있는가도 묻고 싶다. 넋두리로 여기고 참아주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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