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에는 종교개혁 500주년을 기념하기 위한 크고 작은 행사들이 홍수를 이뤘다. 저마다 개혁과 갱신을 부르짖으며, 이제는 달라지겠노라고 외쳤다. 중세교회의 전철을 밟지 않고, 오직 하나님 말씀대로 살아갈 것을 다짐했다.

그러나 ‘빈 수레가 더 요란하듯이’ 1년이 지난 시점에서 한국교회는 내면적으로나, 외형적으로 달라진 것이 없다. 종교개혁 500주년에 외쳤던 회개와 각성, 개혁과 갱신의 몸부림은 그 어느 곳에도 남아있지 않다. 

오늘의 한국교회를 찬찬히 살펴보면 여전히 중세교회와 다를 바 없다. 어느 면에선 중세교회보다 더한 위기에 빠져 있다. 한국교회는 예수님의 ‘역사의 현장’에 들어가지 않고, 호화로운 교회당을 건축해 놓은 채 예수님이 오시기만 기다리고 있다. 분명히 양적으로는 성장의 정점을 찍었으나, 교회는 제구실을 하지 못하고 있다. 교회가 가난하고, 소외되고, 떠돌이, 과부, 고아 등 미천한 자들을 외면하고 있다.

반대로 하나님나라의 척도를 ‘헌금의 액수’로 결정짓고, ‘헌금의 액수’를 ‘믿음의 척도’라고 아무렇지도 않게 외치고 있다. ‘돈’이 ‘신’이 되어버렸고, 사회에서는 빛과 소금의 역할을 감당하지 못하고 있다. 맘몬과 바벨을 노래하며, 제국의 다윗성을 쌓기에 경쟁을 벌이고 있다. 500년 전 중세교회와 무엇이 다르단 말인가. 한국교회는 맘몬을 숭배하고 바벨탑을 쌓을 것이 아니라, 하나님 말씀을 따르는 주님의 몸된 교회로 거듭나야 한다.

오늘의 한국교회는 ‘사랑’을 잃어 버렸다. 교회는 예수님의 사랑을 증거하고, 하나님의 나라를 실현하는 공동체이다. 언제나 잃어버린 양을 찾아 나설 때 비로소 교회의 본질은 지켜질 수 있었다. 그러나 한국교회 안에는 노동자를 비롯한 농민, 떠돌이, 가난한 자, 소외된 자들을 찾아보기 힘든 상황에 이르렀다. 

결국 교회가 지녀야 할 하나님의 공의와 인권, 그리고 평등을 상실한 교회에 매력을 느끼지 못하는 교인들은 오히려 교회를 떠나고 있다. 가난하고, 소외되고, 미천하고, 무식하고, 보잘 것 없는 사람들의 ‘한의 소리’를 외면한 대가다. 이제라도 한국교회는 약자와 소수를 대변하고, 차별과 분리를 거부하며, 모든 이들을 끌어안고 가야 한다.

무엇보다 한국교회는 분열과 갈등의 굴레에서 여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한국교회를 대변한다는 연합단체가 분열을 조장하고 있으며, 진보와 보수의 다툼은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교단 내부적으로도 경쟁관계의 갈등은 지속되고 있으며, 심지어 개교회 안에서도 서로 파가 갈려 하나됨의 모양새를 망치고 있다.

어디를 둘러봐도 화해와 일치의 모습은 온데간데없다. 이런 상황에서 교회가 누구를 걱정하고, 무엇을 하겠으며, 어떤 모범을 보일 수 있겠는가. 당장 한국교회는 모든 것을 내려놓고 하나됨을 추구해야 한다. 오직 하나님 안에서 ‘하나’가 되어야 한다.

종교개혁 501주년을 맞는 한국교회가 예수님의 하나님나라운동에 참여하고 있다면, 프로테스탄트의 생명인 자기개혁과 교회개혁에 모든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성서의 본질로 돌아가 한국교회는 무게의 중심을 ‘나’에게서 ‘너’에게로 옮겨 놓아야 한다. 한마디로 예수님의 섬김의 정신을 실천해야 한다.

앞으로 종교개혁은 500주년을 넘어 501주년, 502주년으로 계속 이어져야 한다. 해마다 깨어지고 부서져 새롭게 거듭나겠다는 각오로 종교개혁 주일을 맞이해야 한다. 미완의 과제를 달성하기 위해 진정한 회개의 자리로 나아가야 한다. 그것을 우리는 다시 결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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