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 전, 캐나다에서의 목회를 잠시 접고 미국 유학생이 되었을 때 일입니다. 중고차 한대에 가득 짐을 채워 넣고 다섯 식구가 5일 동안 달려 켄터키 시골의 학교 타운에 도착했을 때는 마침 토요일밤 12시가 다 된 시간이었습니다.

“가보자. 뭔 표지판이라도 있겠지….” 계속 나아갔는데 웬걸요? 깜깜한 시골길을 한참이나 달려 도착한 윌모어라는 동네는 몇 안 되는 가로등만이 반겨주는 어둑어둑한 시골마을이었습니다.

초행길에 표지판도 제대로 되어 있지 않아 어디가 어딘지 도통 감을 잡을 수가 없었습니다. 피곤에 지친 식구들, 아무도 아는 사람이 없어 당황스러운 동네. 게다가 누구에게 무언가를 묻기도 불가능한 밤 12시라는 시간. 결국 미리 인쇄해 가지고 왔던 지도는 별 도움이 되어주지 못하였습니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요? 비상등을 켜고 지도를 꺼내 한참을 머뭇대고 있는데, 제 차의 번호판과 비상등을 통해 대충 상황을 파악한 친절한 노신사가 다가와 “도와줄까?”라고 묻고는 우리가 가야 할 ‘비슨 매노어’라는 건물로 안내해 주셨습니다. 얼마나 감사했는지요.

“한 번도 가보지 않은 우리의 인생길이 그러하다”라고 생각해봅니다.

분주한 여름 사역을 핑계로 출산하는 아내 곁을 두 번이나 지키지 못한 저는 캐나다에서 셋째 아이가 태어나는 것을 보면서 생명의 근원이신 하나님을 깊이 경험했습니다. 순식간에 한줌의 재로 변하신 어머님의 육체를 보면서 결국 흙으로 돌아가야 할 우리 인생의 종착역도 분명히 지켜보았습니다.

인생의 여정 중 만일 하나님이 계시지 않는다면, 우리들 인생의 중간에 자리한 수많은 물음표들에 대한 해답을 우리는 도대체 어디서 찾을 수 있을까요? 다행히 우리는 예수 그리스도를 믿고, 그분 안에서 발견되어 하나님의 자녀가 되었습니다. 그로 인해 우리는 내가 어디서 왔고 또 어디로 가는지도 알게 되었습니다.

비록 한 번도 가보지 않은 인생길이지만 우리는 그 형질이 지어지기도 전에 이미 우리를 아시는 하나님 때문에, 동시에 내 영혼을 당신 품으로 품어 주실 그 하나님 때문에, 결국 “죽으면 끝이야!”라고 외치는 운명론, 또는 숙명론자가 되지 않아 참으로 감사합니다. 그 시작과 끝을 분명히 알기에 우리는 결코 오늘의 생을 낭비하거나 함부로 살지 않습니다.

내비게이션이 없을 때 종종 길을 잃곤 했습니다. 그 때 호기를 부리며 ‘내가 찾을 수 있다고, 내가 옳을 것이라고’ 끝까지 고집하며 나아가다가 낭패를 맛보았던 적이 여러 번 있었습니다. 갈 길을 모르는데, 지금 어디쯤 가고 있는지도 모르는데, 고집을 부리며 계속 앞으로 나아가는 어리석음이라니….

우리는 인생에서도 같은 실수를 여전히 반복할 수 있습니다. 내가 어디서 왔고, 또 어디로 가는지 모르지만, 그저 열심히 달리면 될 것이라고,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고 외치며 뛰고 있는 이들이 오늘도 세상에는 많이 있습니다.

오늘 우리는 어디에서 왔습니까? 어디를 향하고 있습니까? 그리고 어디쯤 가고 있습니까? 주님께서 그 답을 주십니다. “내가 곧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라” 답을 알고 달려가는 인생은 여유롭습니다. 사람들의 평가나 시선 때문에 오늘 내 믿음의 경주에 있어야할 페이스를 잃지 않습니다. 출발선을 알고, 결승점을 알며, 지금 어디쯤 달리고 있는지를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아니 해답이신 예수님께서 오늘 우리와 동행하시며 그 여정을 이끌어 주시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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