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신안군 증도에 있는 문준경 전도사 순교지 일대가 순교성지로 본격 조성된다. 신안군은 증도의 홀리랜드 조성사업을 연내에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당초 이 사업은 국비 28억 5,000만 원, 군비 66억 5,000만  원 등 총 95억 원을 들여 기독교 체험관 설립과 순교유적지 정비, 순례코스 등을 2019년까지 완성할 계획이었지만 용지 확보와 토지 형질 변경 등으로 차질을 빚었다. 그 사이 신안군수도 바뀌면서 사업 자체가 무산될 뻔했다. 그러다가 지난 5일 문준경 전도사 제68주기 추모예배에서 홀리랜드 사업을 재추진하기로 했다는 발표가 있었다. 무척 다행스러운 일이다. 

홀리랜드 사업은 문준경 전도사의 순교와 밀접한 연관이 있다. 생전의 문 전도사는 가난한 이웃을 돌보고 온갖 궂은 일도 마다하지 않은 참 목자였고 섬사람의 어머니였다. 그런가 하면 멋들어진 노래로 사람들을 불러 모아 복음을 전하는 탁월한 전도자이기도 했다. 증도에는 현재 그가 세운 11개 교회가 있고, 주민 90% 이상이 기독교인이다.

이러한 영향은 신안군 전체로 퍼져나가 14개 면 1,004개 섬으로 구성된 섬 일대에는 100여 개의 교회가 세워졌고, 신안군 복음화율 역시 35% 이상으로 국내에서 기독교인 비율이 제일 높은 곳이 되었다. 한 알의 밀알이 된 문 전도사의 영향이다. 이런 사랑과 화해를 몸소 실천한 문 전도사의 순교지 정비와 성지화 사업은 반드시 차질 없이 진행돼야 한다.

홀리랜드 사업은 아직 추진 단계이지만 조성만 된다면 증도를 찾는 연간 100만 명의 정신 건강을 증진시키고 진정한 쉼을 줄 수 있는 수양시설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는 우리교단에서 증도를 순교성지로 만들려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를 위해서는 당장 이 사업이 문 전도사의 순교지와 무덤, 순교기념관 등과 밀접하게 연계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순교유적 시설과 콘텐츠도 더 보완돼야 한다. 문 전도사의 순교지와 유적지를 잇는 순례길이나 둘레길 조성도 필요하고, 문 전도사의 생애와 죽음, 그 영성과 정신을 담은 문화 콘텐츠 계발도 절실하다. 

증도의 홀리랜드 사업은 단순히 명소 한 곳을 조성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 민족의 정신문화사와 근대사, 교회사를 재조명해 세계인이 찾는 문화 전당을 세우는 일이기도 하다. 그렇다고 특정 종교의 문제는 아니다. 불교, 유교와 관련된 지역사가 특정 종교의 일이 아니듯 순교지는 그 자체로 문화유산이다. 문 전도사는 폭력을 사용하지 않고 죽음으로 진리를 증거하였기에 그의 순교는 위대한 정신사적 의미를 갖고 있는 것이다. 

130년 전통을 이어온 한국 기독교는 무수히 많은 순교자를 배출했지만 제대로 모습을 갖춘 순교 성지는 많지 않다. 기독교 2000년 역사를 가진 유럽의 성지들은 전 세계 순례자와 관광객들의 발길을 끌어 모은다. 스페인의 산티아고 순례길은 지친 영혼을 치유하는 길로 국내에서도 인기가 높다. 한국 천주교 역시 일찍 순교 성지화 사업을 벌여 왔고, 오는 14일 성지들을 연결한 서울 순례길 44㎞가 교황청 국제 순례지로 선포된다.

우리 기독교도 홀리랜드 건립을 계기로 문준경 전도사의 순교지 일대를 세계적인 순례지로 조성했으면 좋겠다. 증도와 임자도 등을 순교벨트로 만들어 희생과 화해의 기독교 신앙을 전할 수 있는 기회로도 삼아야 한다. 홀리랜드 사업이 기독교 순교의 성지로 상징화될 수 있도록 교단뿐만 아니라 한국교회 차원에서 힘을 모아야 한다. 순교지 성지화는 기독교인 모두가 순교자의 삶과 정신을 계승하여 그리스도의 진정한 증인으로 살아가기 위한 노력과 결단의 집대성이다. 천사의 섬, 증도에 순교지 조성사업이 반드시 이뤄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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