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 신혼·싸움 없는 잉꼬부부 … “장애보다 세상의 편견이 불편”


건강한 육체에 부족함이 없이 살면서도 서로 싸우고 이혼하는 부부가 많은 요즘, 시각장애인 남편과 비장애인 아내가 만나 50년 넘게 아름다운 사랑을 나누고 있어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어린 시절에 시력을 잃은 오영복 권사(부평신촌교회·74세)와 아내 정금자 권사(75세)는 인천 십정동 일대에서 소문한 잉꼬부부다. 1958년 사랑으로 맺어진 두 사람은 결혼 한지 51년이 흘렀지만 지금도 신혼부부처럼 알콩달콩 살고 있다. 시각장애인 남편 곁에는 언제나 우렁 각시 같은 아내가 있었고, 아무것도 볼 수 없는 남편의 마음에는 언제나 아내가 담겨 있어 서로에 대한 사랑과 신뢰가 세월이 흐를수록 더욱 단단해졌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한번도 떨어져 지낸 적이 없다는 이 부부는 교회에 갈 때나 나들이 나갈 때, 시장을 갈 때도 항상 팔짱을 끼고 다닌다. 남편이 앞을 보지 못하기 때문만은 아니다. 그저 함께 있는 것이 좋고, 마음이 편하다는 것이 아내 정 권사의 고백이다.     
남편 오 권사는 이런 아내를 위해 사랑의 세레나데를 불러 주고, 집안 청소나 설거지, 예쁜 커튼을 달아주는 등 아내를 위해서라면 어떤 수고도 마다하지 않는다고 한다. 앞을 보지 못하는 시각장애인이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편견을 뛰어넘는 사랑이다.
“얼굴을 보지 않고 마음을 보니까 사랑이 오래가는 것 같습니다.”(남편 오영복 권사)
평생 시각장애인 오 권사와 함께 해온 정 권사는 남편이 장애를 갖고 있어서 불편하기 보다는 세상 사람들의 편견이 더 불편했다고 토로했다.    
“장애를 가진 사람들은 자신의 장애가 힘든 것이 아니라, 장애를 이상하게 바라보는 시선에 더욱 힘들어 합니다. 정말 장애는 아무런 불편함이 없습니다. 이 세상에서 장애에 대한 편견이 없어졌으면 좋겠습니다.”
이런 편견을 극복하고 이들을 부부로 맺어준 것은 바로 신앙이었다. 주변의 극렬한 반대를 사랑의 힘으로 극복한 이들은 1957년 시각장애인 보호시설인 부산 라이트하우스에서 만났다. 당시 서울맹학교 사범과를 졸업한 오 권사가 라이트 하우스에서 생활교사로 있을 때, 그곳에 자원봉사자 온 정 권사와 눈이 맞은 것이다.  
둘은 어려운 이웃을 내 몸처럼 돌보라는 말씀에 따라 봉사하면서 서로 마음을 조금씩 열었고, 서로에게 필요한 존재임을 확인하고 하나로 합치기로 약속했다. 이때부터 아내 정 권사는 건강이 좋지 않은 오 권사를 곁에서 간호하고 돌보았으며, 평생 동안 그의 눈이 되어 주었다.
‘장애인 남편을 뒀기 때문에 힘들지 않을까’ 하는 주변의 걱정에 대해 아내 정 권사는 “신앙과 마음으로 일심동체가 되어 불편한 줄 모르고 평생 행복하게 살았다”고 답한다.
남편 오 권사는 원래 시각장애인이 아니었다. 그는 6~7살 때 열병을 앓은 후 시력을 잃었다. 하지만 ‘중도 실명’이라는 역경 속에서도 목사님의 소개로 서울맹학교에 입학하게 된 그는 신앙과 꿈을 잃지 않고 도전한 끝에 인천 혜광학교 교사가 돼 시각장애인 교육에 반평생 헌신했다. 늘 남편의 출퇴근길을 함께 하며 오 권사의 눈이 되어준 아내 덕분에 특수 교사와 교장의 역할을 다 수행하고 명예롭게 은퇴할 수 있었던 것이다. 지난해 남편 오영복 권사가 장애를 극복하고 시각장애우 교육에 힘쓴 공로를 인정받아 국민훈장 ‘목련장’을 받을 수 있었던 것도 평생 반려자, 정금자 권사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사람은 눈으로 사는 것이 아니라 머리와 가슴으로 산다”고 생각하는 두 부부는 자녀들도 약사와 목사, 성악가로 훌륭하게 키워 주위의 부러움을 받고 있다.
이처럼 이들 부부가 장애의 장벽을 넘어 50년간 서로를 사랑할 수 있었던 것은 서로 마주보는 사랑이 아니라 신앙 안에서 늘 같은 곳을 바라보는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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