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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울한 구금 100일, 백영모 선교사를 만나다
백 선교사 보석 청구 재판 “죄 범한 일 조금도 없다”
[1151호] 2018년 09월 12일 (수) 18:26:06 황승영 기자 windvoic@hanmail.net

칼로 도려내는 고통에도 희망의 끈 놓지 않아
“마지막 석방될 때 까지 잊지 말고 기도해 달라”

   
▲ 불법 무기와 폭발물 소지 등의 혐의로 구금된 백영모 선교사가 9월 7일 마닐라 지방법원 대기실에서 보석청구 재판을 기다리는 모습. 백 선교사는 폐렴 때문에 계속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다.
필리핀 수도 마닐라 중심가에서 15㎞ 정도 떨어진 리잘주립교도소(Rizal Provincial Jail). 낡았지만 평범해 보이는 단층 건물로 된 교도소 안에 백영모 선교사가 수감되어 있다. 높은 담도, 굳게 닫힌 철문도 없고 엄격한 검문도 없었지만 정작 백 선교사는 아직도 감옥 문을 나오지 못하고 있다.

지난 9월 5, 6일 오후 이틀에 걸쳐 이곳 리잘교도소에서 백 선교사를 만났다. 6일은 불법무기 및 폭발물 소지 등의 혐의로 억울하게 체포, 구금된 지 꼭 100일 째 되는 날이었다. 간단한 몸수색(여성은 과도한 수색) 후 백선교사석방대책위원장 이형로 목사와 교단 총무 김진호 목사, 선교국장 송재흥 목사 등 일행과 면회실로 들어갔다.

백 선교사를 마주하니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지만 서로 눈물의 포옹을 나눴다. 33㎡(10평) 남짓한 면회실은 후덥지근한 더위와 습기, 퀴퀴한 냄새가 가득했지만 백 선교사는 시종일관 밝은 표정을 유지했다. 죄수를 의미하는 노란색 티셔츠를 입은 백 선교사는 한 눈에도 수척해 보였다. 백 선교사는 “기도해주시고 걱정해준 모든 분들께 감사하다”며 인사부터 건넸다. 김 총무와 이 위원장도 “한국에서 기도하는 사람이 많다. 조금만 더 참고, 힘을 더 내라”고 격려하고 “가장 중요한 것은 식사와 건강을 잘 챙기는 것”이라고 당부했다. 그러자 백 선교사는 “칼로 도려내고 싶을 만큼 고통스러웠던 피부병도 이곳으로 옮기면서 거의 없어졌다”며 “결핵도 약물치료를 받으면서 안정되었다”고 자신의 안부를 전했다.

#말로 표현할 수 없는 하나님의 은혜
이전에 12평 남짓한 곳에서 150명이 생활하던 것에 비하면 지금은 여건이 훨씬 나아졌다. 매일 1시간 씩 운동도 할 수 있고, 편지도 자유롭게 쓰고 예배도 매일 드리고 있다. 백 선교사의 건강 상태도 상당히 호전되었다. 3개월간 9㎏ 줄었던 체중이 7㎏ 정도 회복되었다. 하지만 백 선교사는 “이전에 비해 지금은 형편이 조금 나아지기는 했지만 아무리 편해졌어도 감옥인지라 가족의 품으로, 사역지로 돌아가는 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고 애써 미소를 지었다.
백 선교사는 면회 시간 내내 옥중에서 깨닫고 체험한 은혜와 감사를 고백하기 바빴다. 처음에는 하루에도 몇 번씩 억울함과 분노가 치밀었다고 했다. 갇힌 지 나흘 째 되던 날 ‘2억 원 정도 돈을 주면 당장 풀려날 수 있다’는 말이 솔깃하게 들렸고, 그날 면회 온 동료에게 “제발 감옥을 나갈 수 있도록 돈 좀 구해 달라”고 요청할 정도였다고 한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억울함과 분노의 마음이 차츰 감사의 마음으로 바뀌었다. 아침에 성경을 읽다가 ‘여호와는 나의 목자시고 내겐 부족함이 없다’고 하는데 하나님을 의지하지 않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되었다. 오후에 면회 온 아내 역시 “목사님 우리 하나님의 방법대로 갑시다”라고 같은 취지로 말을 해 “당장 힘들어도 돈과 권력을 이용해 감옥을 나가지 않겠다고 결심했다”고 한다. 

그 이후에도 여러가지 유혹과 어려움이 있었지만 백 선교사는 주변 사람들의 응원과 중보기도가 있어 견딜 수 있었다. 그 중에서 한국에서 한 목회자가 보내온 편지가 큰 힘 되었다고 한다. “고난으로 기도하기 힘들 테니 한국에서 기도의 분량을 채우겠습니다. 선교사님은 고난의 분량을 채워주시기 바랍니다”는 내용의 편지가 그가 일어설 수 있도록 위로와 용기를 주었다.

백 선교사는 무엇보다 고난의 시간 동안 한 영혼의 소중함을 알게 된 것도 보람이라고 털어놨다. 자신처럼 억울하게 갇힌 자들의 삶을 이해하게 되었고, 하루 먹을 분량 외에 더는 보관할 수 없는 상황에서 ‘만나와 메추라기’의 의미를 절실히 깨닫게 되었고, 그래서 음식물을 아끼지 않고 수감자들과 나눠 먹으며 복음을 전했다고 한다. 
수감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재소자 150명 앞에서 ‘좋으신 하나님’을 따갈로그어로 부르자, 다음 모임에서 또 불러달라는 요청이 들어와 이 찬송을 다같이 불렀던 사건을 손꼽았다. 살인, 마약 등 혐의로 수감된 이들도 이후 말씀에 귀를 기울이고, 매일 10분씩 전해줄 수 없냐고 요청했다고 한다.

   
#가족들 눈물겨운 옥바라지

백 선교사의 억울한 투옥으로 그의 가족들도 함께 고통을 받고 있다. 아내 배순영 사모는 남편 백 선교사가 갇힌 이후 모든 일상을 포기하고 옥바라지에 전념하고 있다. 새벽 5시면 어김없이 남편 백 선교사를 위한 기도로 하루를 시작하는 그녀는 거의 하루도 거르지 않고 교도소를 찾아와 남편의 옥바라지에 모든 정성을 쏟고 있다. 면회가 없는 날도 음식을 갖다 주기 위해 교도소를 방문하고, 변호사를 만나고 대사관을 찾고 남편 사역지 일까지 도맡고 있다.

딸만 셋인 백 선교사는 아빠 없이 잘 견뎌주는 딸들이 대견하기도 하지만 미안하고 안타까운 마음을 금치 못했다. 자신이 다니던 학교에서 아버지 백 선교사가 체포돼 한동안 충격에 벗어나지 못했던 둘째는 어려움을 딛고 그 힘들고 어려운 시기에 통역도 하고 엄마의 곁을 지켜주었다. 그리고 올해 연세대에 당당히 합격해 그나마 위로와 기쁨을 주었다.   

둘째가 필리핀을 떠나자 첫째가 아버지의 옥바라지를 돕기 위해 돌아왔다. 큰 딸은 대학졸업까지 한 학기를 남겨두고 외국계 기업에서 인턴사원으로 일하면서 계약 연장을 제안 받았지만 아버지 옥바라지를 돕기 위해 이마저 포기했다. 가장 애처로운 자녀는 막내다. 아버지가 체포되었던 트라우마 때문에 힘들어하다가 결국 학교를 중도에 그만두었다. 지금 다른 선교사 자녀학교에 옮겨서 기숙사 생활을 하면서 부모 없이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다. 

그러나 백 선교사와 배 사모를 가장 힘들게 하는 것은 가짜 뉴스다. 감옥에서 힘든 상황보다 백 선교사를 향한 음모와 헛소문 등 잘못된 여론이 더 견디기 어려웠다. 배순영 선교사는 “목사님은 교단 선교부의 명령을 받아 불법으로 점유당한 선교지를 되찾는 일을 도와주었을 뿐인데 재산을 노렸다거나 불법 행위를 사주했다는 식의 가짜 뉴스가 가족들을 더욱 힘들게 한다”고 안타까워했다. 

   
▲ 덩그러니 비어 있는 백영모 선교사 사무실
#백 선교사 빈자리 커

필리핀 선교지에서 백 선교사의 빈자리는 커보였다. 지난 6일 방문한 필리핀 마닐라 퀘존시 쿠바오 지역의 은혜와평화교회(전 쿠바오은평교회)는 누수로 인해 전기 시설 일부가 고장이 났지만 복구를 하지 못하고 있었다. 이 교회는 교단에서 필리핀 선교지에 설립한 첫 교회이자 백 선교사가 구속되기 전 매주 출석했던 주요 사역지이지만 벌써 2주 동안이나 촛불을 켜고 예배를 드리고 있었다.  

이 교회에서 운영하던 필리핀성결교회(PEHC) 국제성서신학교(학장 백영모 선교사)도 백 선교사의 구속으로 임시휴교에 들어갔다.

백 선교사의 구속으로 교단 필리핀선교부의 업무도 잠정 중단된 상태다. 교단 선교국에 따르면 필리핀선교부의 행정은 마비된 상황이며, 더 이상 새로운 사역이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 리더를 잃은 현지 선교부도, 교회도 그의 구속으로 인한 충격과 혼란에 빠진 상태라고 했다. 백 선교사가 관리하고 돌보던 교회도 목자 잃은 양처럼 헤메이는 상황이라고 현지 선교사들이 전했다. 김신근 선교사는 “당장 신학교 운영도 멈췄지만 백 선교사가 돌보던 40여 사역지 중 태풍으로 물난리가 난 교회들도 많은데, 해결해줄 방법이 없었다”며 “백 선교와 연계된 사역이 거의 멈췄다고 보면 된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이곳에서 평소 백 선교사가 사용했던 사무실도 주인없이 텅빈 상태로 백 선교사가 복귀하기를 기다리고 있는 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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