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제가 어려워지니 교회 재정도 직격탄을 맞아 많은 교회들이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어떤 규모의 교회들이, 어느 지역의 교회들이 경제 불황으로부터 어떤 영향을 받을 수 있는가에 대한 연구 같은 것은 왜, 이루어지지 않는지 조금은 답답한 마음이다. 연구된 결과를 갖고 가장 시급하게 도움이 필요한 교회부터 돕는 정책을 마련하려는 노력이 과연 우리 교단에 있었는지를 묻고 싶다.

▨… 몇몇 목회자들이 우연한 기회에 한 자리에 모였다. 다른 교회로부터 선교비 보조를 받지 않으니 우리 교단에서는 자립된 교회의 목사로 인정받는 처지이지만 한결같이 경제적으로 어려운 교회의 형편을 토로하였다. 자리가 마치 궁상떨기 방담회처럼 되어버렸다. 그중의 연장자가 자조하듯 내뱉었다. “은혜가 넘치면 지족하는 마음(딤전 6:6)에 이른다는데 은혜가 이렇게 없으니 목사다운 목사는 글렀네”하고.

▨… 모두들 말의 의미를 알고 있었으므로 쓴 침만 삼켰다. 얼굴들은 여전히 미소를 머금고 있었지만… 지족하는 마음을 모를 리 없고 은혜가 필요한 부분을 채워주신다는 믿음을 저버린 적도 결코 없다. 어떤 이들은 “적합한 놈이 살아남고 살아남은 놈이 적합하다”식의 진화론자를 닮듯 “은혜 충만하면 살아남고 살아남으면 은혜충만하다”를 되뇌이지만 그것이 진리일 수는 없다고 다짐하고 또 다짐했었다.

▨… 지역이 변두리이기 때문일까, 농어촌 지역인 탓일까, 임대 아파트 동네인 까닭일까? 머리를 싸매고 이유를 찾다가 내린 결론은 역시 자신에게 은혜가 부족한 결과라는 진단이다. 이 진단 앞에는 백약이 무효라는 사실을 목회자들은 모두 알고 있다. 그러므로 가슴을 찢고 다시 무릎을 꿇는다. 그러면서 서러워지는 것은 진화론자이고는 싶지 않은데 어느새 자신이 저들을 닮아가고 있는 것 아닌가라는 물음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 효과가 전혀없는 위약(플라세보)일지라도 청진기를 내몸 이곳 저곳에 들이대던 의사가 매우 이지적이고 확신에 목소리로 처방을 내려주면 육신의 병은 곧 잘 낫는다. 교단 내 어려운 교회들의 처지에 플라세보 효과가 도움을 주리라고 착각하는 지도자들이야 없겠지만 그 교회들에 대한 교단의 처방은 플라세보 효과 이상이 아니라는 데에 우리교단의 정책 부재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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