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이야기

이성훈 목사
역청에 관한 두 번째 이야기는 다음 호에서 이어가고 오늘은 축구 이야기를 좀 하겠습니다.

우리 대한민국 축구가 2018년도 월드컵 이변의 주인공이 되었습니다. 멕시코와 스웨덴전에는 패했으나, 월드컵 우승 타이틀을 방어해야만 하는 소위 ‘디펜딩 챔피언’ 독일을 이겼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가 독일을 상대로 이길 수 있는 승률은 낮았습니다. 아니 낮았다기 보다도 숫자적으로 승률만 존재했을 뿐, 이길 확률은 거의 없다시피 했습니다. 그래도 독일전에서 2점차 이상 앞서면 16강에 들어갈 수 있다는 희망에 우리 선수들은 사력을 다해서 뛰었습니다. 결과는 뜻밖에도 한국의 승리였습니다.

우리는 말할 것도 없고 전 세계 해외 언론들과 외신들도 충격적인 결과를 두고 놀라워했습니다. 멕시코와 영국은 물론이요, 특히 브라질은 독일 국기를 놓고 장례식까지 치루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TV에서는 얼굴에 독일기를 그려놓은 이름을 알 수 없는 독일 자매가 연신 눈물을 훔치며 슬퍼하는 모습을 고소하다는 듯 보여 주었고, 폭스 스포츠 브라질 채널은 공식 홈페이지에 ‘AHAHAHA’로 도배를 하며 자신들의 감정을 표현했습니다.

영국 스포츠 전문지 더 선은 요하임 뢰브 감독이 머리를 감싸며 고개를 숙인 사진과 함께 “Cut out and keep to make you smile when you're feeling low”(오려서 보관해 두었다가 기분이 안 좋아서 웃고 싶을 때 꺼내 보세요)라고 1면에 썼습니다.

사실 우리나라 선수들이 사력을 다해 열심히 뛰었던 이유는 단순히 독일을 집으로 돌려보내고 싶어서가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우리가 그들을 이긴 결과물이었을 뿐, 우리의 목표는 독일을 2점차 이상으로 이겨서 16강에 올라갈 수 있는 불씨를 살리기 위함이었습니다.

우리나라 아나운서의 “자 이제 우리는 독일을 집으로 보낼 수 있게 되었습니다 … 독일은 더 이상 월드컵에서 뛸 수가 없습니다”하는 외침이 어느 정도 이해는 되지만, 이것을 독일 국민이 들었다면 뭐라고 생각할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가 사력을 다해 뛴 이유는 이렇게라도 해야만 우리도 16강에 들어갈 수 있는 실낱같은 희망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하고 싶어졌습니다.

망연자실해 있는 독일 선수들을 보며 그들의 손을 잡고 ‘당신과 같은 훌륭한 팀이 올라가서 다른 팀과 같이 명승부를 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어야 했는데 우리나라가 이겨서 미안하다’며 손을 잡아 일으켜 주고 싶어졌습니다.

이 생각을 할 즈음 TV에서 정범구 독일대사가 매우 진중한 표정으로 “한독전을 슈타인마이어 대통령님과 보면서 미안했습니다. 우리가 이겨서.”라는 그의 페이스북글을 소개하였을 때 참 마음이 따뜻했습니다. 그런데 이것도 잠깐 TV에서는 정 대사의 페이스북 내용을 소개하던 한 젊은 아나운서가 “정 대사가 열심히 표정관리하는 모습 엿볼 수 있지요?”라고 말하며 비실비실 웃는 모습을 여과없이 흘려보내는 것이었습니다.

요하임 뢰프 감독은 경기 후 이러한 인터뷰를 하였습니다.   “우리는 떨어질 만했다. 한국선수들 정말 훌륭한 경기력을 선보였다. 종료 직전에 또 골을 넣었을 정도로 잘했다”라고 말입니다. 그리고 그를 인터뷰 했던 독일 방송인은 이런 말을 덧붙이는게 아니겠습니까! “한국에 감사드립니다. DFB(독일축구협회)의 문제를 파악하는데 큰 도움을 줬습니다”라고 말입니다.

진정으로 존경스러운 패자 아닌 승자의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독일 국민들에게 지면을 빌어 이렇게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당신들은 결코 패한 것이 아니라고… 당신들 이야말로 진정한 승자였다고…”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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