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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6호> 막장사회의 이면
[696호] 2009년 03월 14일 (토) 00:00:00 이정희 부장(CBS보도국) webmaster@kehcnews.co.kr

기원전 931년. 유다왕국에서 분리 독립한 북 이스라엘의 여로보암 왕에게는 큰 걱정이 하나 있었다. 독립국 백성들이 예전의 관습대로 하나님을 섬기려면 백성들이 남 유다의 수도 예루살렘까지 가야했기 때문이었다. 여로보암의 생각으로는 백성들이 유다 왕국을 왕래하다보면 남 유다가 민족의 정통성을 갖는다는 사실을 다시 깨닫게 될 것이고, 결국 백성들이 독립을 후회하며 자신의 왕권을 뺏을 것이라고 본 것이다. 

여로보암은 고민 끝에 백성들이 예루살렘으로 가지 않더라도 제사를 지낼 수 있도록 벧엘과 단에 신전을 만들었다. 하나님을 경배하는 성전을 건축한 것이 아니라 금송아지를 만들어 그것이 백성을 지키는 신이라고 선포했다. 출애굽 직후 아론이 범했던 금송아지 숭배에서 더 나아가 금송아지를 두 마리나 만들어 백성들에게 우상 숭배를 강요한 것이었다. 하나님이 정하신 절기도 헌신짝처럼 버리고 제사장도 레위인이 아닌 일반인으로 임명했다.

하나님이 없는 나라가 된 북 이스라엘은 시작부터 야만과 패역, 부조리와 퇴폐의 연속이었다. 여로보암이 그토록 지키고 싶어 했던 가문의 왕권은 아들 대에서 끝나고 멸문지화를 당하고 말았다. 이후에도 북 이스라엘에는 모반과 살육이 끊임없이 이어져 재위 1년을 채우지 못한 왕이 수두룩했다. 백성들의 삶은 더 비극적이었다. 하나님의 자리를 이방신들이 차지하자 사회는 극단적인 무질서와 퇴폐로 치달았다. 바알과 아스다롯 신전에는 제사장과 참배자들, 그리고 남녀 창기와 동성애자들이 뒤엉켜 종교의 이름으로 매음을 자행했다. 전쟁도 끊이질 않아 인류역사에서 가장 잔혹한 광경들이 연출됐다. 적군에 포위된 사마리아 성에서는 배고픔이 극에 달해 인자한 부모가 사랑하는 자녀를 삶아 먹는 일도 벌어졌다. 국가와 백성, 지도자의 마음 중심에 진리가 사라지면 아무리 견고한 나라가 건설된다 해도 비참한 말로를 맞을 수밖에 없다.

‘막장’이란 말이 대 유행이다. 막장 드라마, 막장 패션, 막장 교육, 막장 국회... 막장이란 수식어가 붙는 분야가 차고 넘친다. 원래 막장은 탄광 갱도의 제일 끝, 채벽(採壁)을 뜻한다. 그것이 갱도 밖으로 나오면서 ‘인생 갈 데까지 간 것’을 의미하게 됐다. 사회 곳곳에 막장이란 표현이 동원되는 것을 보면 오늘날 대한민국이 ‘갈 데까지 간 형국’을 반영한다고 봐도 무방하다. 온 가족이 함께 보는 텔레비전 연속극 소재는 불륜과 출생의 비밀, 복수가 장악한 지 오래다. 그런 내용이 아니면 돈이 되지 않는다. 젊은이들이 즐겨 듣는 대중가요의 제목도 자극적이기 그지없다. 총 맞은 것처럼, 미쳤어, 사고치고 싶어 등등이다. 나라의 지도자들이 국사를 ‘논의하시는’ 국회에도 대화와 타협, 승복은 실종되고 폭력과 불법이 춤을 춘다. 이런 막장 문화의 홍수 속에 ‘진리’와 ‘만복의 근원 하나님’을 말하는 것은 조롱의 대상이 되기 십상이다.

해방된 지 백년도 되지 않은 대한민국이 지금의 호사를 누릴 수 있는 것은 분명 축복이다. 그러나 진리로 국가관을 갖추지 못하고 추구하는 공동선을 잊어버린 나라에는 미래가 존재하지 않는다. 한국사회에 만연한 막장 문화를 보면 3000년 전 이스라엘 왕국을 풍미하던 바알과 아스다롯 숭배의식이 되살아난 것처럼 보인다. 경제위기 속에 정부는 수출을 늘리고 재정지출을 확대하면서 경기를 되살리기 위해 안간힘을 쏟고 있다. 그러나 타락의 끝을 향해 가는 사회를 바로잡지 않으면 경제가 회복된 들 미래를 보장할 수 없을 것이란 생각이 들 때가 많다. 유다 왕국이 이방신들을 제거하는 것으로 국가적 위기를 넘기려했던 것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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