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흔히 한국 기독교는 예배, 찬송, 성경, 기도 등 교회 안에서의 일만을 하나님의 일로 생각하고, 가정생활, 학업생활, 사회생활은 세상의 일, 마귀의 일, 멸망받을 일로 생각하고 이것들은 우리의 육신생명을 유지하기 위해서 마지못해 하는 것으로 배워, 이제는 이런 생각이 거의 통념화된 것 같다. 이런 생각에 의하면 기독교인은 이 세상에서 더 이상 죄짓지 아니하고 빨리 죽어 천당가는 길이 가장 좋은 길이다.(이만열·기독교인의 시대적 사명)

▨… 지금도 이런 식으로 신앙생활을 영위해나가는 사람이 있을까마는 텔레비전으로 전해지는 설교 속에서는 종종 여전히 통념화된 가르침을 대하게 된다. 세상과 교회는 적대관계고 하나님께서는 세상 일에 몰입한 자를 미워하시고 신앙에 투철한 자만 찾으신다는 것이다. 신앙인이나 교회가 세상을 곁눈질한다면 세속화의 범죄를 저지르는 것이고 세속화는 불경건의 징후라는 것이다.

▨… 그러나 대부분의 젊은 목사들은 교회의 세속화야말로 교회 밖 사람들을 향해 교회가 다가갈 수 있는 통로개설의 시발점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다. 열린 예배라는 이름으로 청소년들이 참여할 수 있는 길을 열고, 신앙고백의 장르로 춤을 끌어들이고, 비신앙인들의 관심을 유도하기 위하여 개그맨이나 가수를 초청하는 이벤트를 기획한다. 오죽하면 선교를 비선교적인 방법으로 모색해야만 열매를 거둘 수 있다고까지 하겠는가.

▨… 구태의연한 방법으로 예수 그리스도를 증거하는 것은 텔레비전 설교로 족하지 않을까. 노숙자들이나 외국인 노동자들, 이 사회에서 소외된 사람들에게서 예수님을 발견하려 한다면 그것은 민중신학이라고 규정하고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을 찾아가는 행위까지도 교회의 세속화로 규정하는 망발만은 없었으면 한다.

▨… 세속화를 신학적으로 정의한다면 하나님께서 인간이 되신 사건이다. 거룩함이 거룩성을 깨뜨려(자기를 비우셔서) 죽기까지 복종하는 자리로 낮아지심, 이것이 하나님의 세속화(H.콕스)이다. 이 세속화를 오늘의 교회가 어떻게 나타낼 수 있는가, 이것이 우리가 붙들고 씨름해야 하는 문제이다. 교회가 본연의 책임을 다하지 못하는 것은 교회의 세속화가 아니라 속물화에서 비롯됨을 망각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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