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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시론> 애가(哀歌)
[1135호] 2018년 05월 09일 (수) 15:22:15 김종두 목사(수성교회) webmaster@kehcnews.co.kr

슬프다. 한국기독교회의 추락이 끝이 없다. 기독교는 이미 한국사회의 진부한 스캔들에 불과하다. 기독교에 대한 조롱은 끝이 없다. 주류 사회는 더 이상 한국기독교를 말하지 않는다. 기독교는 이미 주류담론의 변방으로 유폐된 지 오래다. 세상은 이미 종교가 불필요할 만큼 세속화되었다. 경제와 과학의 세례를 받은 이 시대 한국인은 이미 4차원의 신인류가 되고 있는 중이다.

종교는 인간의 고통과 죽음을 그 존립근거로 삼는다. 이 땅의 종교는 이미 고통과 죽음의 문제에 진정한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교회는 자본과 경영에 중독되었고 세속 정치놀음과 패거리 놀이에 정신이 혼미해졌다. 이 땅의 보수기독교회가 보수 정치이데올로기의 선봉으로 변한 아이러니를 아는가? 보수기독교의 거점교회들은 이미 그들만의 성벽에 갇힌 견고한 성이다. 유명세를 타는 지도자들이란 그 성에 안주하는 함량미달의 성주들에 불과하다.

설상가상이다. 한반도에는 시대정신의 패러다임 쉬프트가 진행되고 있다. 판문점선언은 그 변곡점이다. 평화와 공존의 시대가 열리고 있다. 한반도는 지금 거대한 전환점을 통과하고 있는 중이다.

핵과 전쟁에서 공존과 평화에로. 안보와 반공, 번영과 축복. 보수기독교가 안주하던 근거가 붕괴하고 있다. 판문점선언은 역사적 당위성을 가졌다. 나도 한반도를 넘어 만주와 시베리아를 거쳐 유럽으로 가는 열차여행의 희망에 설렌다. 그럼에도 판문점선언 후 이 땅에서 사상과 표현의 자유가 제약되고 있는 사태를 우려한다.

여론의 이름으로 자행되는 테러, 또 하나의 야만이자 반지성이다. 개인적으로는 아직 신중하다. 북한의 의도가 선명하지 않기 때문이다. 수년 간 국가의 총역량을 ‘핵과 미사일’에 올인하던 그들이 아니었던가? 그런데 갑자기 전격적인 평화공세다. 물리적 세계에 인과율이 있듯 사람의 행동에는 그 행동을 추동, 견인하는 동기가 필요하다. 소위 모티베이션. 하물며 한 국가(집단)의 전격적인 방향전환에는 합리적 의심이 불가능한 동기가 있어야 한다.

내게는 그것이 아직 선명하지 못하다. 혹자는 그들의 경제난을 말한다. 혹자는 현실적인 전쟁 가능성을 말한다. 혹자는 체제안정을 말한다. 추론일 뿐 확실한 건 아직 아무 것도 없다. 더 두고봐야 한다. 신중하게.
하지만 그들의 국가적 총역량이 한계에 봉착했다는 징후는 꽤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어쨌거나 한반도는 이후 남북 공존의 한 세대를 보낸 후에야 비로소 통일 문제를 다루게 될 것이다. 악마는 항상 디테일에 있기 때문이다.

한국기독교의 대안은 무엇인가? 교회는 지속적으로 시대와 소통하는 길을 열어가야 한다. 그것이 교회의 존립이유이다. 불트만은 ‘비신화화’로 세상과 소통하고자 했다. 본 훼퍼는 ‘행동하는 신앙’으로 시대와의 접점을 찾았다. 나도 이 땅에서 시대와 불화한 교회의 새 길을 모색한다. 실상 우리는 한 번도 제대로 시대와 불화해 본 적이 없다. 더욱이 이 땅의 보수기독교회는.

융(C.G.Jung)은 이미 100여 년 전 심리학의 전성시대에 ‘정신없는 심리학’(Psychologie ohne Seele)을 예고했다. 신학과 교회는 어떤가? 복음 없는 기독교, 예수 없는 교회. 불가능하다고? 아니다. 주변을 둘러 보라. 영적 지도자(spiritual leader)대신 종교적 기술자들(religious technicians)이 넘쳐난다.

묻고 물어도 한 길밖에 없다. “정신이 살아나야 한다” 신학과 인문학은 정신이 죽으면 모든 것이 죽은 것이다. 종교의 근원적인 단 하나의 명제는 “제대로 크게 죽어야 제대로 산다”이다. 이 땅의 소위 기독교 지도자들이 이 단순한 진리를 모른다. 영적 소경이다. “규모나 사이즈가 아니라 진정성과 낮아짐으로” 다른 길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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