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느 교회에서 그 교회를 개척하고 40년 가까이 목회해온 목사님이 은퇴하여 원로목사로 추대키로 하였다. 모든 일이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그러나 은퇴위로금 계산에서 일이 꼬였다. 평신도들은 목회년수 곱하기 한달 생활비로 정하려고 하였고 목사이기에 적은 생활비 책정도 마다하지 않았던 목사님은 개척시절을 떠올리며 섭섭한 마음을 감추지 않았다.

▨… 시일이 조금 걸리기는 했지만 지방회의 목사님들이 중재역할을 잘 수행해서 타협이 이뤄졌다. 그 이야기 말미에 어느 중견 목사님이 씹어뱉듯 볼멘소리를 쏟아냈다. “목사들도 매년 임금책정문제를 가지고 협상해야 하는 시대가 오고 있는 것일까요?” 아마도 대부분의 목사님들은 아직은 임금이 아니라 생활비로 받는 자리에 있고 싶어함을 단적으로 드러내주는 말이었다.

▨… 시대가 변한 탓일까, 사람이 변한 탓일까. 목회자도 월급쟁이라는 인식이 팽배해지고 있다. 가까운 장래에 목회수칙 검증이나 목회결과 평가(근무성적 평가)같은 일이 목회자들에게 강요될지도 모른다. 아니, 부교역자나 전도사들에게는 이미 그런 일이 공공연하게 강요되고 있다. 부교역자들에게 강요되는 일이 담임들만은 비켜갈 것이라고 기대한다면 세상의 변화를  너무 모르고 있는 것이다.

▨… 작은교회들은 교회건물을 유지재단에 넣지 않으려 한다고 예의 그 중견 목회자가 자조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이유는 무엇인가고 물었더니 그의 대답이 끔찍했다. 차라리 신도들은 흩어버리고 그 건물을 팔아 퇴직금으로 대신하기 위해서라는 것이다. 실제로 그런 일들이 은근슬쩍 이뤄지고 있다니 목사명함 내밀기가 조심스러워진다.

▨… 목사의 목사다움을 포기하더라도, 임금 노동자로 인식되더라도 최저생계비라도 보장받았으면 하는 목사님들의 수가 자꾸 늘어가고 있다는 사실은 무엇을 말하는가? 신학대학원을 졸업하고서도 비정규직 일자리 비슷한 것도 얻지 못하는 이들에게 사명감과 성결성 회복을 강조하는 배짱은 총회의 높은 자리에 입후보하는 사람들만의 덕목으로 족한 것 아닐까? 최저생계비 곱하기 근무년수의 퇴직금 조차 기대할 수 없는 이들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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