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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시론-부활절 이후
[1130호] 2018년 04월 04일 (수) 15:57:07 조성호 교수 webmaster@kehcnews.co.kr

독일의 저명한 성서학자 게르트 타이센에 의하면 원수나 이방인, 죄인을 향해서는 의무적 사랑을 요구하는 반면, 가족이나 친지들과의 관계를 단절하라는 예수님의 요청은 유대인과 이방인 모두에게 받아들이기 어려운 혁신적인 요청이었다.

이는 특별한 선민의식을 지녔던 유대인들에게 선택과 계약, 율법과 지혜, 아브라함과 다윗으로 상징되는 희망과 자부심을 포기하고, 혈통을 초월하는 이방인들의 가치를 보편적으로 수용하라는 뜻으로 결국 전통적인 유대교의 가치와 규범의 붕괴를 상징했기 때문이다. 로마세계의 지도층 인사들에게도 예수님의 요청은 또 다른 차원의 굴욕이었다.

사랑은 지배층의 에토스가 아니라 미천한 자들이나 여성들의 덕목이었던 까닭에, 문화적 우월감에 취해 있던 그리스-로마시대의 상류층에게 사랑의 계명은 전혀 부합하지 않는 허황된 이상인 탓이다. 유대인에게는 정체성의 포기를 제시하고, 일류시민으로서의 자부심이 충만했던 로마인들에게 미천한 여인들에게나 어울리는 ‘사랑’을 구원의 전제조건으로 설파하다니… 두 진영 모두의 존재 가치를 스스로 포기하라는 예수님의 요구는 자신의 명성을 스스로 소멸시키는 어리석은 처사임에 분명했다.

그런데 예수님은 오히려 메시아로 추앙되고 하나님과 동등한 지위로 격상되는 엄청난 반전이 일어났다. 시카고 대학교의 교수였던 버나드 맥긴은 이런 현상의 결정적 요인으로 예수님의 죽음과 부활을 꼽는다. 만약 부활이 없었다면, 제자들과 가족들을 포함한 최초의 그리스도인들이 황제나 모세는 물론 경쟁관계에 있던 다른 종교들 대신 예수님을 선택할 이유를 발견할 수 없었고, 구약으로부터 전승된 야훼 하나님과 예수님의 연결도 불가능했다.

이제 인간적 삶의 한계를 초월한 예수님은 모든 권세 위에 위치한 하나님과 동일한 권위를 소유하게 되었고, 삶의 원동력과 영생을 공급하는 독보적인 존재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다. 부활사건 이후 교회는 유대인과 이방인, 지배계층과 피지배계층 등을 망라한 모든 인류에 접근할 수 있는 근거가 확립되었고, 죽은 신을 애도하던 고대의 모든 축제와 의례들의 성격을 근본적으로 개조하는 패러다임의 혁신을 이룰 수 있었다.

결국 예수님의 부활은 기독교회로 하여금 구약의 유일신 사상을 계승하는 동시에 다른 종교들과 관련된 혼합주의적 개념들을 적극적으로 방어하는 수단이었으며, 하나님과 동등한 권위를 지니는 그리스도의 탄생을 만방에 선포하는 동시에 과거에 행해졌던 그의 가르침에 엄청난 권위를 부여하는 기폭제가 되었다. 

이런 논리전개에 따라 부활한 예수님을 따르는 유대인과 이방인들 모두 자기를 내려놓고 서로 섬기는 사랑과 정의의 실천을 통해 구원의 관문으로 나아갈 책임을 부여받았다. 부활 이후의 성도들은 단순히 부활의 개념에 동의하고 종교적 절기로 기념하는 수준에 그치지 않고, 가장 소중한 자신의 정체성조차 자발적으로 폐기하며 모든 차별과 편견, 분열과 대립을 극복하라는 예수님의 가르침에 전력을 기울일 의무를 지니게 되었다. 

그런 차원에서 오늘날의 부활 역시 일회성 연합행사나 양적 팽창을 꿈꾸는 전도 프로그램 수준으로 마무리되어서는 안 된다. 부활은 기득권층의 특권 포기로 현실화되어야 하고, 구조적 병폐로 인해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없는 약자들을 돌보는 섬김으로 지속적으로 연결될 당위성을 지니기 때문이다.

그 연장선상에서 남북한의 평화정착과 정의로운 세계 질서 정립을 위한 교회의 헌신이 부활의 증거로 나타나야 하며, 온갖 핑계로 위장한 교회의 과오에 대한 회개와 돈과 권력을 소유한 강자에게 아부하던 전례를 중단하겠다는 다짐이 현실로 승화되어야 한다.

그처럼 참된 부활의 취지가 부활한다면, 한국교회가 부활절 연합예배에서 사력을 다해 공격한 여러 포비아들은 굳이 우려의 대상이 될 필요가 없다. 부활의 진정한 힘은 부활을 믿는 성도들의 삶에서 자동적으로 구동되는 원리를 지니고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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