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신대 현대기독교역사연 제22회 영익기념강좌
당시 신문기사 분석·한국인 정치성향 조사 발표도

1945년부터 1948년 정부 수립 전까지 혼란기였던 미군정기 당시 교회가 하층민을 위한 구제사업과 국민계몽을 위한 교육, 우익 정치세력의 집결지 역할을 담당했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됐다.

서울신학대학교 현대기독교역사연구소(소장 박명수 교수)가 지난 3월 28일 개최한 제22회 영익기념강좌에서 허선혜 씨(고려대 박사과정)는 미군정기 당시 보도된 신문기사를 분석해 이같이 주장했다. 이날 허 씨는 “역사적으로 교회는 종교적 장소일 뿐 아니라 일종의 사회집단으로서 정치와 사회의 이해관계가 개입되는 등 다양한 의미를 갖고 있다”며 “특히 한국교회는 미군정 시기에 통상적인 종교 시설 이상의 사회적, 정치적 산물이자 상징으로 받아들여졌다”고 설명했다.

이중 주목되는 점은 구호와 사회 복지 사업의 중심 역할을 했다는 주장이다. 허 씨에 따르면 당시 신문들은 교회를 순수한 박애 활동을 펼치는 사회사업 공동체로 인식하고 있었다. 실제로 1946년 3월 13일자 중앙신문에는 ‘태평양 건너는 동포애 시른 배’가, 같은 날 동아일보에는 ‘호놀루루 동포가 보내는 선물 조국의 전재위문품’이라는 기사가 실려 독자들에게 사실 전달을 넘어 인도적 차원의 따뜻함을 부여했다.

무엇보다 ‘호노루루교회연합회’가 구호품을 발송했음을 분명하게 밝히며 교회의 역할을 강조해 표현한 것을 볼 수 있다. 또한 동아일보 1946년 3월 30일자와 1947년 1월 28일자에는 ‘해방 후 처음되는 동족애의 발로’, ‘물보다 진한 피 뜨거운 동족애’ 등의 기사로 국내 교회의 순수한 의도와 모금에 대해 높이 평가하기도 했다.

한국교회는 국민 계몽을 위한 교육과 문화 공간으로도 활용됐다. 허 씨는 “다양한 문화적 교양과 계몽, 교육 등의 활동을 수행하는 장소였다”며 “교파나 정치성을 떠나 다양한 사람들을 수용하고 가르치는 역할을 감당했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1946년부터 1947년까지 중앙일보와 동아일보에 게시된 신문 기사에 따르면 교회에서는 법률학에 관한 강의(대청정교회)를 비롯해 시국강좌(중앙교회), 영어야학 강좌(남산교회), 농아인들을 대상으로 한 강연회(영락교회) 등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운영됐다. 당시 기사는 교회를 “종교기관이지만 사회적 약자들에게 좁아진 문화활동의 폭을 조금이나마 넓혀주는 계몽과 교육 및 친목의 장소”로 묘사했다.

이 밖에 교회는 정치적 집회나 모임의 장소로도 자주 등장했다. 특히 우익세력의 결집지로 활용되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으며 영락교회의 경우 월남 기독교인들의 반공 전투기지로 역할했다는 것을 당시 기사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박명수 교수는 ‘1946년 미군정의 여론조사에 나타난 한국인의 정치성향’을 주제로 발표했다. 박 교수에 따르면 1946년 3~7월 미군정은 한국인들의 정치성향을 파악하기 위해 비공개로 여론조사를 실시했다. 서울지역 1,908명을 대상으로 진행된 여론조사에서 응답자들은 ‘서구식 대의민주주의와 우파 지도자를 지지했지만 경제적으로는 공산주의와 자본주의가 혼합된 형태’를 선택했다.

박 교수는 “종합해 볼 때 해방 이후 한국인의 정치 성향은 우익에 기울었으되 경제관은 공산주의와 자본주의를 일정 부분 타협한 사회민주주의 경향을 보였다”며 “그러나 박헌영과 여운형 등 좌익 정치인보다 김구와 이승만 등의 우익 정치인들의 지지율이 더 높았다는 점을 볼 때 해방정국의 정치성향은 우익이라고 판단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 그는 “미군정의 여론조사이기 때문에 결과도 우익이 우세로 나왔다고 분석하는 학자들도 있지만 오히려 미군정은 (차기 지도자로) 중도 인물을 원했기 때문에 잘못된 해석”이라고 지적하고 “무엇보다 여론조사 방식이 무작위 대면조사로 이뤄졌다는 점에서 상당히 신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밖에 당시 여론조사에서는 어느 당의 후보를 지지할 것인가를 묻는 질문에는 국민당(16%), 한민당(16%), 신민당(7%), 조선민주당(3%) 등 우익 성향이 43%, 인민당(14%), 공산당(12%), 연안독립동맹(2%) 등 좌익 성향은 28% 등의 지지를 보였다. 한국인의 복지를 위해 가장 열심히 일하는 인물을 묻는 질문에는 이승만(30%), 김구(20%), 여운형(15%), 박헌영(11%) 등으로 응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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