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음에 흠뻑 젖어 아픔 털고
묵상집으로 매일 묵상과 기도
10여 년만에 헌신예배·부흥회 열어
부활절연합예배·교역자회 유치도

파란 하늘 아래 푸른 바다, 푸릇한 해송, 꽃망울을 터뜨리는 봄꽃, 그리고 바다 건너 불어오는 봄바람… 서해의 작은 섬, 이작도에 내려앉은 따스한 봄볕이 마음을 잡아끈다. 가만히 기다리면 찾아오는 봄이지만 올해 이작교회(박승로 목사)의 봄은 유난히 분주하다.

인천 연안부두에서 뱃길로 2시간가량 달려야 닿을 수 있는 작은 섬 교회, 성도 평균 연령 60대 후반, 그것도 20명에 불과한 이작교회에 모처럼 봄기운이 가득했다. 예배당 앞에 활짝 핀 나리꽃 때문만은 아니다. 긴 겨울 동안 숨죽이며 보낸 시간을 보상이라도 받으려는 듯 새 담임목사와 함께 성도들이 새로운 부활의 날갯짓이 시작했기 때문이다.

봄 길을 느리게 걷는 이작교회  

부활절을 앞둔 지난 3월 23일 찾은 이작교회는 봄 심방이 한창이었다. 지난해 11월 부임한 박승로 목사(63세)가 봄 심방에 나섰다. 아직 바닷바람이 차지만 비탈길을 따라 심방 길에 같이 나선 올해 79세인 강웅일 권사와 최윤금 권사는 성도들의 신앙을 꼭꼭 눌러 다지는 듯 느릿느릿한 걸음으로 심방에 힘을 보탰다.

심방 길에 만난 최 권사는 “미국에서 오신 목사님이 이런 작은 섬 교회에 계실 수 있을까 생각했는데, 성격도 좋으시고 말씀도 좋아서 성도들의 마음을 바꿔 놓았다”고 귀띔했다. 유학파 목사님으로 통하는 박승로 목사의 이야기다.

외딴 섬 교회에 부임한 박 목사가 성도들에게는 무척 반가울 수밖에 없었다. 아무도 찾는 이가 없어서 몇 개월간 교역자가 없었는데, 미국에서 박사학위까지 받은 목사의 부임소식은 오매불망 기다렸던 봄소식처럼 노(老) 권사들의 마음을 설레게 했다. 20여 년 만에 한국에서 다시 목회를 시작하는 박 목사의 마음도 성도들과 별반 다를 것이 없었다. 그래서 심방 길은 봄 길을 걷는 듯 정감이 있었다.

‘새사람 새교회 새역사’로
35년 된 이작교회에 부활의 꿈을 불어넣은 이는 박승로 목사다. 그는 신년 첫 주일에 “이작교회 역사가 올해 35주년이 되었습니다. 이제 우리는 새로운 꿈을 꾸어야 하고 더 나은 미래를 준비해야 합니다. 이제 우리 모두 힘차게 믿음으로 함께 꿈을 이루기 위해 달려갑시다”라며 ‘새사람 새교회 새역사’라는 표어를 걸고 새로운 항해에 나섰다.

당장 하나님의 꿈을 회복하기 위해 말씀과 기도부터 다시 시작했다. 묵상집 ‘바이블 타임’을 성도들에게 한 권씩 나눠주고 매일 기도할 수 있는 기도집도 성도들에게 건넸다. ‘꿈의 새 땅’을 향해 말씀과 기도로 다 함께 나아가자는 취지였다. 전 교인이 함께 말씀 묵상과 기도의 끈으로 연결된 것은 실로 오랜만의 일이었다. 장순실 집사는 “성도들이 하나되고 교회 분위기가 달라졌다”며 “목사님의 진심어린 마음이 통한 것 같다”고 말했다.    

여기저기서 반가운 소식도 들렸다. 발길이 끊겼던 새 가족이 찾아왔다. 마을에서 펜션을 운영하는 김정미 씨가 교회를 찾은 것이다. 40대 젊은 가족은 열렬한 환영을 받았다.

한동안 뜸했던 교회행사도 기지개를 켜기 시작했다. 지난 3월 11일 여성도들이 고운 한복을 차려 입었다. 오랜만에 여전도회 헌신예배가 열린 것이다. 그리고 모두들 잊고 지냈던 부흥회도 열렸다. 조재수 목사(길교회)가 인도한 부흥회는 성도들의 마음을 오랜만에 뜨겁게 했다. 3월 둘째 주에는 서울신대주일도 지켰다. 육지에 있는 교회에서는 이런 일이 다반사지만 이작교회에서는 이런 평범한 일들 조차 언제 열렸는지 기억이 안 날 정도로 추억 속에 존재했을 뿐이었다. 

이뿐만이 아니다. 4월 1일 대이작도, 소이작도, 승봉도 세 섬에 있는 교회가 모여 이작교회에서 부활절 연합예배를 드리기로 했다. 4월 9일에는 인천중앙지방회 교역자 모임도 열린다. 예전에는 엄두도 내지 못할 일들이 이작교회에서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함께 가자, 꿈의 새 땅을 향하여

그러나 이것은 시작에 불과하다고 박 목사는 말한다. 이작교회는 지금 딛고 서 있는 땅을 회복하는 꿈을 꾸고 있다.

1983년 설립된 이작교회는 교회가 지어질 당시 한 성도 소유의 땅이었지만 세월이 흐르면서 교회도 모르게 매매가 이뤄졌다. 그래서 지금은 교회당과 사택 등 4군데 터가 각각 다른 사람의 소유로 되어 있다. 교회가 남의 땅 위에 세운 무허가 건물이라서 언제 길거리로 쫓겨날지 알수 없는 상황이다. 박 목사는 “땅 실소유자들이 교회에 대해 부정적인 태도를 취해서 복음 전도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하고 있는 상황이다”면서 “최근 교회와 접해 있는 땅 주인이 370평 용지를 매물로 내놓았는데, 이중 약 90평이 교회당을 포함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작교회의 힘만으로는 땅을 매입하기 힘든 상황이지만 ‘꿈의 새 땅’ 마련에 나섰다. 벌써 미국에서 모금활동도 벌여 짧은 기간에도 약정금 1만 달러를 포함해 3만 달러를 모금했다. 땅과 이웃 집 건물을 매입하면 이곳에 청소년 수련장을 만드는 것이 박 목사의 바람이다.

이작교회의 신앙저력을 회복해야
이 일은 단순히 땅을 회복하는 일만은 아니다. 이작교회의 신앙의 저력을 회복하는 일이기도 하다. 박 목사는 “보이는 땅보다 먼저 보이지 않는 나의 거룩한 성전을 세우며 믿음으로 헌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작교회 성도들은 35년 전 뜨거운 복음의 열정으로 낮에는 일하고 밤에는 횃불을 밝혀 물지게로 물을 나르고, 벽돌을 머리에 이고 나르며 지금의 교회당을 건축했다고 한다. 교회 설립 당시 섬에는 전통적으로 내려오던 산당이 있었는데, 교회가 들어선 후 사라졌다. 어부들의 안전을 기원하던 무당의 굿도 사라진지 오래되었다.

이작교회의 꿈은 바로 이런 신앙의 저력을 회복하는 것이다. 새 봄을 맞은 이작교회의 부활의 꿈은 그래서 거세게 너울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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