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는 교회에서 문제가 생길 때마다 그러한 현실에 대하여 깊이 아파하고, 공론화시켜 나가는 작업 자체를 ‘은혜롭지 못하다’면서 제동을 거는 요소가 내부에 존재하고 있다.

“은혜롭다”는 무슨 뜻일까? 그것은 하나님의 의와 선하심이 이루어지고 있어서 우리에게 감사가 넘친다는 증언과 고백이 아닌가? 그런 것에는 별 관심이 없고, 단지 개인적인 성취에만 주력하게 하면서 묵상이나 영적 감동을 신앙의 주제로 삼으려는 것은 실로 이기적이다.

‘은혜’라는 말이 사회적 변화에 영향력을 깊이 미치는 기독교 신앙의 능력에 적용된다면 뭐가 잘못되기라도 한 것일까? ‘사마리아와 땅 끝까지 하나님의 뜻을 증언하라’하신 예수선교의 목표는 기본적으로 ‘하늘의 뜻이 땅에 이루어지이다’의 기원에 그 뿌리를 내리고 있다.

하여 그 선교현장은 어디까지나 우리가 살고 있는 바로 이 ‘땅’이 되어야 한다. 그러나 교회의 현실은 그 기원을 입으로는 수없이 되뇌이지만 현실에서는 외면하고 있는 것이 부정할 수 없는 진실이다. ‘네 이웃을 네 몸과 같이 사랑하라’는 것이 예수 그리스도께서 말씀하신 절대명제의 신앙 원칙이라면, 내 이웃이 살아가고 있는 공동체의 현실에 주목하지 않고 어떻게 사랑의 첫걸음을 뗄 수 있을까?

박철웅 감독의 ‘특별시 사람들’이란 영화가 있다. 강남의 고급 고층 아파트 숲 속 한 편에 있는 달동네 이야기다. 영화는 전혀 거칠지 않게 이 현실을 우리들에게 보여주고 있다. 재개발을 둘러싸고 일어나는 갈등, 그러면서도 희망을 잃지 않고 사는 이들의 모습, 그러면서 이들의 처지를 이용해먹는 자들의 악덕 등을 고발하고 있다. 특별시에 살고 있지만 전혀 특별하지 못한 이들의 슬픔과 아우성이 여기에 들어 있다.

오늘날 무수한 사람들이 강하고 부한 것을 열망하면서 그 기회를 독점하려는 자들의 탐욕과 야망과 죄와 교만과 차별 등이 만들어놓은 질서의 그물망에 걸려서 허우적거리고 있다. 교회가 그 그물망을 찢고 그로써 고난 받고 있는 사람들의 고단한 영혼을 해방시켜야 하는데 그런 일에는 나서지 않고 있으니 그런 교회를 향해 회의가 생기지 않을 리 없을 것이다.

지금도 가난한 이들은 여전히 가난하고 힘이 없는 이들은 여전히 힘이 없이 억울한 일들을 많이 당하며 살아가고 있다. 교회는 이들을 위한 희망의 거처가 과연 얼마나 되어주고 있는 가? 거대 교회, 이른바 메가 처치가 되기 위한 야망에만 집중하고 있는 한국교회는 자신의 이웃이 누구인지 돌아볼 겨를이 없는 것만 같다.

교회는 시장이 되고, 권력이 되어가고 있으며 의로운 시인들을 추방하고 있지 않은가? 우리는 지금 자신들은 끼리끼리 잘 모이면서, 이웃을 위해 나서야 하는 궂은 자리에는 가지 않는 이기적 신자들의 모형을 만들어내고 있는 것은 아닐까.

부정의한 일을 보고 침묵하며, 자신의 개인적 복락에만 관심을 쏟는 존재의 영성은 건전한 것일까? 빈부의 격차가 심해지고, 사회적 양극화로 고통 받는 이들의 절규가 터져 나오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이런 일에 귀를 막고 있는 이들의 선교는 무엇을 위한 선교일까?

민족 분단의 적대적 현실을 보고, 민족적 화해와 협력을 이루고자 하는 마음을 갖지 못하는 선교는 제 아무리 묵상의 길이가 깊고, 교회생활이 충실하다 해도 이 민족의 미래를 위해 도움을 주지 못할 것이다. 그러한 선교는 하나님 나라와 어떤 관련이 있을까?

사실 성결교단의 ‘사회선교’ 분야는 미미하기 짝이 없다. 그나마 사회선교단은 있지만 그분들이 각 분야에서 이름도 없이 빛도 없이 묵묵히 자기 길을 가고 있을 뿐이다. 어쩌면 교단 자체가 ‘사회선교’ 분야를 소홀히 해왔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아니, 소홀히 해왔다기보다는 오히려 무시했다고 봐야 옳을 것이다. 사회선교의 문제를 제기하고, 현실의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선교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것처럼 도외시했다. 

우리에게는 총동원주일이니 전도집회니 하는 것을 통해서 도달하려는 수적 증가를 넘어서는 근본적인 선교비전이 빈곤한 것이다. 사회선교는 어떤 공동체적 현실이 우리의 이웃에게 고통을 주고 있으며, 어떤 변화가 와야 그 고통에서부터 헤어나오게 해 줄 수 있는 것인지 고뇌하고 힘을 합해 나가는 과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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