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혜의 90년 영광의 100년
교회는 문턱 없이 주민들에게 활짝 열어
동네 공부방-공연장 등으로 북적거려
교회로 끌어들이려고 애쓰기보다
저절로 찾아오게 해서 이웃과 함께 실현

▲올해 창립 90주년을 맞은 부평제일교회(김종웅 목사)는 섬김과 봉사로 이웃과 더불어 행복한 마을 공동체를 만들어 가고 있다. 사진은 부평제일교회가 지역교회와 함께 개최하는 '효성 1004마을 축제'

인천 계양구 부평제일교회(김종웅 목사)는 봉오대로 거리공원과 나란히 길게 자리 잡고 있다. 이름처럼 1928년 부평동에 세워졌지만 효성동으로 자리를 옮긴 건 지난 2010년이다. 긴 교회 터만큼이나 ‘품’도 넓다. 이웃하고 있는 세 개 학교를 품으면서도 사랑의 손길을 지역 사회 구석구석까지 뻗치고 있다. 부평도심에서 낙후된 이곳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새로운 사명을 짊어진 것이다. 김종웅 목사는 “효성동은 인천에서도 가장 낙후된 지역이다. 이들을 위해 교회가 섬김의 역할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김종웅 목사
그래서 부평제일교회는 대문도, 문턱도 없다. 언제나 지역사회에 활짝 열려 있다. 쉴 곳 하나 변변하게 없던 효성동에 이웃주민들이 누구나 와서 편히 쉴 수 있는 카페와 문화센터도 개설했다. 어려운 이웃들이 겨울을 따뜻하게 날 수 있도록 연탄을 배달하고, 사랑의 김치나눔으로 훈훈한 정도 나눴다. 낡은 집을 고쳐주고 도배하는 일에도 적극 나섰다. 교회가 앞장서 거리에 공원과 화단을 조성하고 마을 정화에 나서자 효성동이 점차 깨끗한 동네로 탈바꿈했다. 이곳에 와서 마침내 ‘마을이 교회, 교회가 마을 되는 꿈’을 실현해 나가자 마을 인심도 달라졌다. ‘교회 하나 새로 들어왔는데 괜찮은 교회인 것 같다’는 소문이 퍼지기 시작했다.  

특별히 지역사회가 근본적으로 변화되기 위해서는 아이 때부터 제대로 된 교육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해 아이들의 미래를 여는 일에도 나섰다. 교회당에서 골목길 하나 사이로 명현초·중, 효성고등학교가 줄지어 서 있는데, 이전엔 학생들이 교회당 공터에서 담배를 피우기도 하고 가끔은 싸움질도 했다. 저녁 기도회 때는 ‘공부하는데 시끄럽다’며 아유를 보내기도 했다. 김종웅 목사는 “교회가 야유를 받아서 되겠나 하는 생각이 들어 아이들의 꿈을 이루고 미래를 여는데 도움을 주기로 했다”고 말했다. 말썽을 피우는 아이들에게 오히려 밥을 먹이고, 다독이며 격려해서 돌려보냈고 한다.

그리고 주변 세 학교의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주었다. 단순한 장학금이 아니라 ‘드림 첼린지(Dream Challenge)', 꿈을 꾸게 하는 장학금이었다. 목표를 세우고 꾸준히 노력해 성과를 거두면 꼴찌도 장학금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효성고등학교는 이렇게 연 240명(총 1200만 원)이 교회에서 장학금을 받았다. 변화는 기대보다 컸다. 성적이 나빠서 대학을 포기한 학생이 장학금을 받은 후 목표하던 대학에 들어갔다. 그 학생은 “전교 300등으로 대학진학의 꿈을 포기했는데, 드림장학금을 받은 그 때부터 공부해서 중앙대 국문과에 들어갔다”며 김 목사에게 감사편지를 보내왔다. 2014년 서울대에 들어간 김기민 씨도 “장학금을 통해 학업에 대한 동기 부여를 더 많이 할 수 있었고, 원하는 대학에 진학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되었다”면서 “드림 첼린지를 통해 얻은 성취감과 열정을 바탕으로 대한민국을 빛낼 수 있는 인재로 성장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교회가 들어서면서 학교 인근의 우범지대도 사라졌다. 늘 지원순위가 밀렸던 학교는 가고 싶은 학교로 바뀌었고, 계양구와 부평구에서 수도권 명문대에 가장 많은 합격생을 배출하고 있다는 게 학교 측의 설명이다.

또한 명현초등학교와 MOU를 체결하고 급식과 장학금을 지급하고 있다. 올해부턴 방과후 교실도 지원한다. 6개 수업을 교회에서 맡았다. 외부에서 방과후 수업에 들어가는 것은 부평제일교회가 처음이다. 교회가 학교 일에 적극 나서기 시작하니 아이들도 자연스레 교회 뜰을 자주 밟고 있다. 3년 전부터 명현초등학교와 중학교 졸업식이 부평제일교회당에서 열리고 있다. 명현중학교의 요란한 문화축제 등 각종 발표회도 종종 교회에서 열린다.

아이들만이 아니다. 이제는 동네 어른들도 교회를 찾는다. 2011년 문을 연 문화센터에는 매학기 600명이 등록하고 있다. 주부, 노인 등 다양한 이들이 이곳에서 노래와 율동도 배우고, 비누 만들기도 하고, 웃음치료도 하고, 건강강좌도 듣는다.

▲ 효성1004마을축제는 민간단체가 주최하는 마을 행사 중 전국에서 가장 큰 규모다.
주민들의 발길이 가장 많이 머물 때는 ‘효성 1004 마을 축제’ 때다. 효성중앙교회 등 지역 내 다른 교회와 손을 잡고 개최하는 축제에는 지역학교와 협동조합, 동호회 등이 동참하면서 명실상부한 인천의 대표적인 축제로 자리 잡았다. 어린이 독후감상화 대회와 책 장터, 사회적기업 세미나와 효 잔치 등 함께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이 마련되면서 매년 8,000명에 이르는 주민들이 축제를 찾고 있다. 민간단체가 주최하는 마을 행사 중 전국에서 가장 큰 규모가 됐다. 

경인지역 장애인의 날 축제도 3년째 부평제일교회에서 열리고 있다. 효성동 어르신들이 다 모이는 ‘효사랑큰잔치’도 지난해 교회에서 마련했다.

부평제일교회는 유치원과 초·중·고 문화행사 및 축제, 주민총회 등 지역민들이 원할 때는 언제든 예배당을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김 목사는 “애초에 교회당을 건축하기 전 때부터 예배당을 체육관으로 설계해 지역사회에 개방할 계획이었다”고 말했다. 사람들을 교회로 끌어들이려고 애를 쓰기보다는 교회당을 활짝 개방해서 저절로 찾아오도록 만들고 있는 것이다.

부평제일교회의 섬김은 교회 울타리 내에서만 이뤄지는 것이 아니다. 세상 밖으로 나가서 이웃과 더불어 효성동이 더 살 만한 동네를 만드는데도 일조하고 있다.

지난해 ‘힐링 스트리트(Healing Street) 가꾸기’의 사업자로 선정돼 계양구청과 함께 효성동 일대 1,000여m 거리에 꽃나무 등 화단을 조성했다. 쓰레기와 건축폐기물로 가득했던 8차선 도로 길을 나무와 꽃길로 조성해서 주민들이 마음의 쉼과 평안을 얻는 거리를 조행해 인천시로부터 표창을 받았다.

90주년을 맞은 올해는 효성동 주민자치센터와 계양구청과 협력하여 ‘행복공동체 마을 만들기’에도 나섰다. 주민들이 편히 쉴 수 있는 평상 만들기와 꽃길 조성, 담장 허물기 사업을 지원하기로 한 것이다. 시민들을 위한 인문학 강좌도 개설하기로 했다.

또 자치센터와 함께 낡은 등 교체와 마을신문 만들기 등 마을주택관리소 역할에 나서기로 했다고 주민 센터 측이 밝혔다. 이 사업들은 교회가 관공서와 협력해 지역을 섬기는 좋은 모델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김광석 효성1동장은 “지역사회에 교회 공간을 내주는 것이 쉬운 것이 아닌데, 언제든지 개방할 뿐만 아니라 어려운 이웃과 지역사회를 위해 많은 것을 내어주고 있다”고 감사의 뜻을 밝혔다. 

교회는 겉으로 드러나는 성장보다는 지역주민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노력에 주력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사랑의 손길을 나라 밖까지 뻗치고 있다. 태국와 멕시코에 유치원과 마약중독치료소, 미얀마 병원 건립 등 ‘바깥’을 향한 봉사의 세계화에 나서고 있다.

김종웅 목사는 “지역사회로 들어가야 이 세상을 변화시키고 세상을 주님께 인도할 수 있다”면서 “부평제일교회가 90주년을 맞아 성령의 기름을 받고 시대를 이끌어가는 시대의 파수꾼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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