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Tear drop)

평창 동계올림픽 여자 스피이드 스케이트 500m 경기를 2위의 기록으로 마친 이상화는 허리를 굽힌뒤 북받치는 감정을 이기지 못한 듯 눈물을 흘렸다. 그것은 10대 소녀시절과 20대 청년기의 대부분을 오로지 빙판과 웨이트 트레이닝장에서만 보낸 냉철한 승부사의 모습이 아니라 회한과 긴장, 서러움과 부담감에서 자유함을 얻은 한 인간 이상화가 흘리는 내면의 눈물이었다.

“밤에는 슬피우니 눈물이 뺨에 흐름이요 사랑하던 자들 중에 그에게 위로하는 자가 없고 친구들도 다 배반하여 원수가 되었도다.” 시온의 영광이 떠나고 모두가 사라지고 무너져버린 예루살렘 성전에 홀로 덩그러니 남아 두렵기까지 했던 그 예언이 현실이 되어버린 종말의 모습을 바라보며 예레미야는 하염없이 눈물을 흘린다.

‘정글북’의 늑대소년 모글리는 친구인 갈색곰 ‘발루’와 흑표범 ‘바기라’에게 정글에서 살아가는 법을 배운다. 어느 날 슬픔으로 인해 눈물이 흐르자 자신이 죽는 것이 아닌가 의심을 한다. 그때 옆에서 지켜보던 ‘바기라’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동생, 그것은 인간들만이 흘리는 눈물이라는 거야. 너는 이제 인간의 아기가 아니야, 진정한 인간이 된것이지.”

눈물처럼 마음의 상태를 잘 나타낼 수 있는 표현법이 또 있을까? 사람들은 아파도 울고 슬퍼도 울며 너무 행복해서도 눈물이 난다.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죽어도 아니 눈물 흘리오리라” 나를 버리고 떠나가는 임에 대한 슬픔을 체념과 축복과 인고로 표현한 김소월의 진달래꽃의 눈물이 ‘맑고 깨끗함’이라면 “사람들이 종일 나더러 하는 말이 네 하나님이 어디 있느냐 하오니 내 눈물이 주야로 내 음식이 되었도다”(시 42:1~3) 침묵하시는 하나님 앞에서 주의 임재를 기다리며 부르짖는 눈물은 ‘신 앞에 선 인간의 연약함과 간절함’이고 위선적인 정치인들의 눈물은 ‘악어의 눈물’이라고 말한다.

동물들이 흘리는 눈물에는 세가지 종류가 있다. 첫째는 눈을 보호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흘리는 ‘기초 분비의 눈물’이고 둘째는 외부의 자극이 있을때 반사적으로 나오는 ‘반응성의 눈물’이며 셋째는 희노애락의 감정에서 나오는 ‘정서적인 눈물’이다. 이것은 인간만이 흘린다. 인간은 감정적인 이유로 눈물을 흘리는 유일한 생명체이다. 눈물 속에는 여러가지 화학물질이 있지만 그중에는 혈관 수축이나 심혈관계에 부담을 주어 인체가 스트레스 상태에 있게 하는 카테콜아민이라는 교감신경자극전달물질도 포함되어 있다.

다이애나스펜서 영국 왕세자비는 왕실을 떠난 후에도 에이즈 환자들을 위해 봉사하고 대인지뢰 반대운동에도 나서며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았다.

그러던 1997년 8월30일 파리에서 36살의 다이애나는 교통사고로 갑자기 세상을 떠난다. 다이애나의 죽음은 그녀를 사랑하던 영국 국민들에게 큰 충격을 주었다. 버킹엄 궁전과 그녀가 머물던 켄싱턴 궁전앞은 그녀를 애도하는 국민들의 눈물과 꽃다발로 가득찼다. 그런데 다이애나가 사망한 이후에 놀랄만한 보고서가 발표되었다. 영국의 정신병원이나 상담기관을 찾는 환자수가 절반이나 줄었다는 것이다. 눈물의 치유 효과를 설명할때 종종 인용되는 ‘다이애나 효과’(Diana effect)가 바로 그 것이다.

예수님도 이땅에 계실때 여러 번 우셨다. 첫째는 나사로의 죽음(요11:35)때문인데 ‘디크뤼오’(소리없이 우시는 모습) 의 눈물은 인간의 연민, 고통, 상실의 아픔을 친히 체휼하시는 분이시기 때문에 그들과 함께 우셨던 것이다. 둘째는 무너질 예루살렘성을 바라보시면서 우셨다.(눅 19:41) ‘크라이오’(소리가 들리게 우시는 것) 그것은 애국적 울음이셨다.

그 후 AD 70년 로마 티투스군단에 의해 예루살렘은 성전과 성벽이 남김없이 무너지며 멸망을 당한다. 셋째는 겟세마네 동산에서 우셨다.(히:5~7) 이것은 ‘크라조’(통곡의 울음)다. 그는 육체에 계실 때 자신을 죽음에서 능히 구원하실 분에게 통곡과 눈물로 간구와 소원을 올렸다.

주님은 오늘도 우리의 연약함을 아시므로 말할 수 없는 탄식으로 눈물을 흘리고 계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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