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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시론> 회개: No Pain, No Gain
[1123호] 2018년 02월 09일 (금) 16:22:36 조성호 교수(서울신대) webmaster@kehcnews.co.kr

   
    조성호 교수
하버드대학교 리더십 교수인 바버라 켈러만은 지도자들의 거듭된 실정과 부패에 지친 대중들의 기대심리로부터 탄생한 리더십 연구가 자본주의적 이윤 추구와 사회적 성취 욕구 등과 결합하면서 처음 의도와 취지를 완전히 잃었다고 진단했다. 알리스터 맥그라스는 중세 스콜라 철학이 기독교 신학에 형식과 내용을 제공한 점을 긍정하면서도, 이론과 논리 측면만 지나치게 비대해져 결국 상아탑의 학자들만을 위한 영역으로 남았다고 개탄했다.

영성학자인 필립 셀드레이크는 기독교 영성이 신학의 모태이자 신앙생활의 원동력이었으나, 성직자들의 권력 지향적 욕구로 인해 본연의 기능을 상실하고 비합리적인 미신의 수준으로 격하됐다고 비판했다. 이처럼 교권주의, 자본주의, 실용주의, 지성주의, 세속화, 성장 지상주의 등과 결합하여 잘못된 해석과 기형적 오류에 빠진 대상은 교회 안팎에 차고 넘친다.

불행하게도 칭의와 중생의 전제조건으로서의 ‘회개’ 역시 그 범주에서 자유롭지 않다. 원래 회개는 말과 생각만으로 이루어지는 단편적 의미가 아니라 죄스런 생활 태도에서 탈피하여 신께 귀의하는 삶의 여정을 뜻한다. ‘뉘우치다’의 뜻을 지닌 히브리어 ‘나함’이나 ‘돌아서다’의 의미를 지닌 ‘슈브’ 그리고 헬라어 ‘메타노이아’(마음의 변화)와 ‘에피스트로페’(행동의 변화) 등은 성서가 뜻하는 회개가 인식과 존재를 분리하는 환원주의적 사고를 거부하고 양자 사이의 유연한 융합을 추구하는 특징을 분명히 보여준다.

성경의 여러 구절들은 이런 사전적 의미를 더욱 실제적으로 묘사한다. 역대하 7장 14절은 회개가 불의한 행동에서 실제적으로 떠나는 삶으로까지 이어져야 할 당위성을 보여주며, 이사야 58장 6~7절은 회개의 내용이 자칫 추상적인 이론이나 모호한 말잔치에 빠질 위험을 방지하는 동시에 사회적 약자들을 위한 개인과 공동체의 개혁 노력이 회개의 핵심가치임을 강조한다.

마가복음 1장은 세례 요한의 회개 선포와 예수님의 금식, 제자들의 부르심을 하나의 맥락으로 연결함으로써, 회개가 추상적인 언어게임이 아니라 무감각한 종교생활에 경종을 울리는 실존적 도전임을 부각시킨다. 바울의 회심 사건은 회심이 개인의 심리 차원을 넘어 공동체 창출의 밑거름으로 확장되어야 할 신학적 개연성을 전달하고자 애쓴다. 이처럼 성경은 회개를 피상적이고 모호한 법규나 형식적인 예식이 아니라, 개인 행위의 변혁은 물론 공동체 안팎의 정의로운 관계형성으로 승화되어야 할 주제임을 강력하게 천명한다.

그 연장선상에서 요한 웨슬리는 성화의 과정을 사회 저변으로 확대했으며 한국성결교회는 회개로부터 출발한 중생과 성결이 신유와 재림으로 귀결되는 사중복음의 중요성을 주창했다. 리차드 백스터가 회개를 죄와의 관계를 단절하고 그리스도와의 관계 속에서 하나님의 사랑을 표현하는 삶의 방향 전환으로 규정한 내용은 그런 전통의 연속성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이런 측면에서 최근 일부 교회가 사회 저명인사들의 유입이나 양적 성장을 위한 도구로 회개를 선전하거나, 물의를 일으킨 특정 개인이 재기를 도모할 목적으로 회개를 작위적으로 오용한 일화는 회개의 본래 취지와 목적을 심각하게 왜곡시킨 병리현상이다. 변질된 욕심으로 인해 표류하는 리더십과 영성의 선례처럼, 성경과 교회 전통으로부터 이탈한 회개는 성공을 지향하는 탐심에 의해 심하게 훼손된 유사회개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고통 없는 결실을 기대할 수 없다는 No Pain, No Gain의 원리가 암시하듯, 회개한 사람은 그에 합당한 고통을 스스로 감내해야 할 뿐 아니라 상처 받은 이의 고통에도 기꺼이 참여하는 용기를 지녀야 한다. 이런 절차가 생략된 채 회개를 매개로 강자의 갑질을 옹호하는 처사를 합리화한다면, 회개는 십자가를 우상으로 사용하고 간증을 굿처럼 활용하며 헌금을 복채로 내는 무당 같은 위선자들의 잔치로 전락할지도 모른다.

성경에 위배된 가식적인 회개가 셀프 면죄부를 제공하는 수단이자 교회 부흥을 위한 전략적 수단일지는 모르지만, 하나님은 그런 속임수로 만홀히 여길 대상이 아니시며 현대인들 역시 그런 악어의 눈물에 더 이상 기만당하지 않는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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