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23호> 1884년 여름... - 한국성결신문 한국성결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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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호> 1884년 여름...
[1123호] 2018년 02월 09일 (금) 16:22:36 한국성결신문 webmaster@kehcnews.co.kr

▨… “1884년 여름, 영국 선원 네 명이 작은 구명보트에 올라탄 채 육지에서 1,600킬로미터 떨어진 남대서양을 표류했다. 이들이 타고 있던 미뇨네트 호는 폭풍에 떠내려갔고, 구명보트에는 달랑 순무 통조림 캔 두 개뿐 마실 물도 없었다.” 마이클 샌델이 ‘정의란 무엇인가’에서 ‘당신이 판사라면 어떤 판결을 내리겠는가?’라고 묻기 위해서 인용한 이 실화는 공리주의자들 뿐만 아니라 많은 기독교인들도 경악하게 만들었다.

▨… 먹을 음식도 마실 물도 없이 19일을 버텼던 네 사람은 스무 날 째에 이르러서는 어떤 식으로든 생존을 위한 방안을 모색해야만 했다. 선장은 제비뽑기로 희생할 사람을 정하려 했지만 반대에 부딪치자 바닷물을 마시다가 병이나 곧 죽을 것만 같은 소년의 경정맥 급소를 주머니 칼로 찔렀다. 이후 나흘간 세 남자는 소년의 살과 피로 연명했고 마침내 구조되었다.

▨… 구조된 세 남자에 대해 당신이 판사라면 어떤 판결을 내리겠는가?라고 마이클 샌델은 물었었다. 그 책을 읽었던 많은 한국의 기독교인들은 그 질문에 대한 답을 마련하기 보다 선장이 소년의 급소를 찌르기 전에 “기도를 올렸다”는 진술 앞에서 곤혹스러워 했었다. 아무리 상황이 절체절명이었다고 하더라도 인육을 구하기 위해 소년을 죽이면서 드리는 기도라니. 한국의 신앙인들은 도저히 그런 유의 신앙 행태를 수긍할 수 없었던 것이다. 

▨… 나치하의 독일교회가 예수 그리스도의 정신에서 벗어나 있음을 안타까워한 본회퍼(D.Bonhoeffer) 목사는 “예수는 흥해야 하고 교회는 망해야 한다”고 세례요한이 되어 질타했었다. 오늘의 한국교회는 본회퍼 목사의 질타 앞에서 과연 자유로울 수 있는가를 묻는다면 그래도 기도하면서 내지르는 선장의 칼에 대해 곤혹스러워는 하는 것이 한국교회라고 개 머루 먹듯이라도 주워댈 수 있을까.

▨… 한국의 어느 신학자가 진단했다. “자본주의보다 더 자본주의적이고, 시장보다 더 시장적이고, 미국보다 더 미국적인 교회, 이것이 오늘날 다수 한국 교회의 모습입니다.”(본회퍼 묵상집) 갈수록 가관인 꼴로 굴러떨어지는 교단과 어느 지방회와의 힘겨루기를 보면서 어느 신학자의 진단에서 과연 우리교단은 자유로울 수 있는가를, 또 당신이 이 이전투구의 판결자라면 어떤 판결을 내리겠는가를 묻고 싶은데 본회퍼 목사의 비명같은 일갈이 떠오르는 것은 도대체 무슨 이유에서일까. 입 있으신 분이 대답하시라. 기도하고 싸우는 이들을 향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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