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배 공간, 신학·공동체성 고려해야” 제언

천장에 매달린 수십 개의 조명과 대형스크린, 강단 앞에 내걸린 컬러 현수막. 마치 콘서트장을 방불케 하는 예배공간은 대부분의 중·대형교회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모습이다. 한국교회의 예배공간은 나날이 화려해지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신학과 공동체성을 고려한 예배공간 디자인을 조언했다.  

지난 1월 25일 성락교회(지형은 목사)에서 열린 교회 갱신을 위한 예배 콜로키움 3차 전문가 논의에서 정시춘 정주건축연구소장은 “예배공간은 아름답고 창조적임과 동시에 교회의 본질과 목적, 의도를 드러내는 상징적 도구가 되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예배신학과 건축학의 만남’이란 제목으로 발제한 정 소장은 “예배 공간은 영적 공동체적이고 예배 자체를 강조하는 예배예술을 필요로 한다”며 “요란하고 사치스러운 장식, 값비싼 음향설비나 영상설비들이 아니라 말씀과 성례전을 통해 하나님이 주시는 계시와 은혜를 기억하고 감사하도록 도와주는 예배환경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 소장은 대부분의 교회가 획일화된 예배 공간을 갖게 된 역사도 설명했다. 정 소장에 따르며 개신교 예배에서 성만찬이 약화되고 설교가 강조되면서 예배가 설교 중심으로 되었고 예배 공간은 ‘설교 홀’로 변화되었다.

이런 영향으로 설교자와 설교대의 자리를 회중석으로부터 구분하는 ‘설교단’이 등장했다. 이렇게 설교 중심의 예배 공간은 미국의 제2차 대각성운동과 함께 1830년대 찰스 피니에 의해 극장의 무대와 관객석을 모방한 편안한 회중석과 분리된 넓은 강단을 가진 강당형 교회로 발전했다.

이후 미국교회에서 강당형 교회와 고딕 양식을 결합한 건축이 유행했고 이러한 교회 건축 양식은 19세기 말, 한국교회에 전해져 교회 건축의 기본이 되었다는 것이다.

정 소장은 △설교가 회중 모두에게 고루 잘 전해지는 음향설비를 갖추어야 하고(가청성) △설교대와 성찬상은 모든 회중에게 잘 보여야 하며(가시성) △회중석을 강단으로부터 가능한 가까이 배치해야 한다(근접성)고 제언했다.

두 번째 발제자 이정구 성공회대 총장은 제4차 산업시대를 맞아 한국교회도 다양한 형태의 예배를 드릴 수 있도록 예배 공간을 세분화할 것을 제안했다.

이 총장은 미래 예배의 틀이 전통적인 것에서 벗어나 매우 다양하게 변화될 것을 예측하면서 “기존 전통적인 예배형식 외에 각 계층, 단체, 취향에 따라 목회자의 협력 하에 평신도들이 기획하여 예배를 드리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총장은 또 한 교회 안에 최소 20명을 수용할 수 있는 5개 공간을 마련하여 매주 교인들이 선택한 특정한 예배에 참석하고 예배를 마친 후 다른 공간으로 이동하여 다양한 예배를 드릴 수 있는 새로운 예배 방식을 제시했다.

그는 또 많은 부분을 인공지능 로봇이 담당하면 예배 공간에서 지성소, 성가대, 밴드가 설치된 부분들을 축소해 공간을 확보할 수 있고 소수자 혹은 개인을 위한 기도실과 친교실, 상담실 등이 발달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또 향후 교회들은 예배 공간 외에 실내 피트니트센터, 당구장, 실내 골프 연습장, 오락실 등을 교회 안에 설치할 것이며 이것은 선교를 위해서 좋은 통로가 될 수 있다고 미래교회의 모습을 예상했다.

발제 후에는 류명식 전 홍대 디자인콘텐츠대학원 교수, 이석민 연성대 시각디자인과 교수, 김한신 백석대 문화예술학부 교수, 김남표 세종대 회화과 교수, 이성원 교회공간연구소장이 논찬하고 질의응답의 시간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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