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진왜란 때 전라좌수사로 부임한 충무공 이순신의 뛰어난 공적과 그 애민정신을 기리던 휘하 장졸들이 세운 타루비(墮淚碑)가 여수시 고소대에 있습니다. 비문에는 임진왜란 때 장군의 휘하에서 같이 생활하며 전투에 함께 참전했던 이들이 노량해전 이후 도처에 깔린 충무공의 유적을 지나다니면서 줄곧 눈물을 흘린 일을 기념하여 1603년 가을에 비석을 세웠다고 기록되어 있습니다.

타루비는 고대 중국 진나라를 다스리던 양호의 덕치에 감동한 이웃나라 동오(東吳)사람들이 그의 비석 앞에서 눈물을 흘리는 것을 보고 양호의 후임 두예가 비석에 붙인 이름에서 비롯되었는데 반드시 눈물을 흘릴 수밖에 없는 상황을 일컫는 말이기도 합니다.

오늘 우리 교단이 처한 상황을 보면 마치 타루비 앞에 선 것처럼 먹먹함을 이루 말할 수 없습니다. 교단의 총무로서 몇 년째 교단의 커다란 짐이 되며 돌이킬 수 없는 사태로 흘러가고 있는 성결원의 문제는 안타까움을 넘어 자포자기의 심정이 들기도 합니다. 총회장을 상대로 제기된 몇 건의 소송 역시 지루한 공방전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지 교회 안의 분쟁이 지방회를 넘어 총회로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매주 들려오는 지방회 내의 분쟁과 분열의 이야기도 가슴을 치게 만듭니다. 오랫동안 많은 교회들이 헌금하며 후원하고 기도하며 터전을 닦아오던 중국과 인도, 방글라데시와 아제르바이잔 등에서 쫓겨나는 선교사들의 울먹이는 얼굴은 오늘 우리교단 앞에 놓여 있는 타루비와 다름이 없다 할 것입니다.

사랑하는 성결가족 여러분! 우리교단은 순교의 피로 세워진 교단입니다. 주님을 사랑하고 성결교회를 사랑하기에 강하고 담대한 마음으로 흘린 순교의 핏방울이 성결교회 이곳저곳에 남아 있는데 어느 틈엔가 우리는 선배들의 마음을 잊어버렸습니다. 이제는 이 땅에서도 사라져가는 구습인 학연과 지연이 여전히 우리 안에 만연해 있고, 진영의 골은 점점 깊어만 가고 있습니다.

내편이 아니면 모두 나쁜 놈이라는 극단적인 논리가 우리를 분열의 구렁으로 자꾸만 떨어지게 만듭니다. 어느 틈엔가 우리는 하나님이 아니라 권력을 섬기고, 우리 주님이 아니라 물질을 섬기는 자들이 되고만 것입니다.

‘성결교회가 성결하지 않다’는 이 경구가 현실이 되고 있는 오늘 교단의 총무로서 여러분께 간절히 요청을 드립니다. “만일 너희가 전심으로 여호와께 돌아오려거든 이방 신들과 아스다롯을 너희 중에서 제거하고 너희 마음을 여호와께로 향하여 그만을 섬기라 그리하면 너희를 블레셋 사람의 손에서 건져내시리라”(삼상 7:3)고 소리친 사무엘의 권면을 기억하며 우리의 미스바로 다시 한 번 모이기를 소망합니다.

11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우리 성결교회가 이대로 스러질 수 없다는 절박한 마음으로 함께 무릎을 꿇고 무거운 마음으로 주님 앞에 섰으면 좋겠습니다.

“나는 너희에게 이르노니 형제에게 노하는 자마다 심판을 받게 되고 형제들을 대하여 라가라하는 자는 공회에 잡혀가게 되고 미련한 놈이라 하는 자는 지옥 불에 들어가게 되리라”(마 5:22)는 예수님의 말씀을 기억한다면 곧 있을 정기 지방회에서는 분명 또 다른 분열과 분쟁이 아니라 화해와 화합의 기쁜 소식이 들릴 것이라 기대해 봅니다.

‘네’가 아니라 ‘나’부터 시작하는 이 작은 몸짓이 주님의 뜻을 이루는 한 달란트의 충성임을 생각하며 ‘개혁의 선봉에서 개혁을 완성하는 성결교회’가 되길 기대합니다. 함께 기도해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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