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눅 23:34)

우리교회 K집사는 중심이 아름답다. 밝은 성격에 싹싹하고 친절하다. 예의 바르고 인사성이 좋다. 여전도회장에 구역강사다. 전도와 중보기도에 빠지는 일이 없고 주방봉사도 열심이다. 매년 1독씩 하던 성경을 지난해는 2독이나 했다고 자랑한다. K집사의 믿음과 삶이 참 보배롭다.

이런 그녀에게도 흑역사가 있다. 젊은 시절 직장에서의 스트레스를 음주가무로 풀었다. 매일 밤마다 나이트클럽에 가서 부어라 마셔라 흔들고 놀았다. 그게 최고인줄 알았단다.

“아이 목사님 그때는 주님을 몰라서 그랬죠. 지금은 눈꼽 만큼도 미련이 없어요.”

M씨는 백화점에 쇼핑을 갔다가 매장에서 근무하는 한 여성을 보고 단번에 마음을 빼앗겼다. 싹싹하고 친절하고 애교가 넘치는 여성이었다. 매일 백화점을 들락 거렸고 선물공세를 해댔다. 지갑을 열자 그녀의 마음도 점차 열렸다. 그리고 끝내 그녀의 마음을 얻었다. 그녀가 K집사다.

나이차가 무려 12살, 띠 동갑이다. 그녀에겐 문제가 되지 않았다. 일찍 아버지를 여의였던 터라 오히려 아빠 같은 푸근함이 좋았다. 무척 가난하게 살아온 그녀는 무엇보다 M씨가 돈이 많은 남자 같아서 맘에 들었다.
결혼을 했다. 그런데 M씨에게는 별거중인 아내와 자식이 둘씩이나 있었다. 그는 부자도 아니었다. 건설현장에서 일하는 노동자였다.

M씨는 다정하다거나 푸근하다거나 하는 것과도 거리가 멀었다. 그는 폭군이었다. 뭐든 자기 맘대로 했다. 수틀리면 집을 뒤집었고 때로는 칼을 들고 위협도 했다. (여러 해 전 우리교회를 찾아와서 싹 불 질러 버리겠다고 휘발유 통을 들고 고래고래 소리 지를 때 알아봤다.)

K집사는 아직 혼인신고도 못한 채 두 딸을 낳고 키우면서 매일매일 눈물 속에서 아내가 아닌 동거인으로 살고 있다. 그렇게 산 세월이 20년이다. 가난과 학대 속에서도 그녀는 두 딸을 똑 소리 나게 잘 키웠다. 생김새는 물론 엄마의 믿음과 성품을 그대로 빼닮았다. K집사의 기도를 귀 열어 들어주신 하나님이 아주 잘 키워주셨다.

어쩌다 남편 얘기가 나오면 두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 맺혀 떨어진다. “그러게 왜 그런 남자랑 결혼을 했어요?” 마음이 아파서 물었더니 대답이 간단하다. “몰라서 그랬죠”라고 한다. 어떤 때는 남편이 미워 죽고 싶을 때도 있지만 그래도 K집사는 남편을 사랑한단다. 존귀하게 대접해주고 믿음으로 축복한다.

“언제쯤 하나님이 남편을 변화시켜 주실까요?” 하고 묻는다. 나는 알 도리가 없다. “목사님 우리 남편이요 주님을 몰라서 그러는 거니까 이해할 수 있어요. 그리고 다 용서할 수 있어요.” 하고 웃는다. 그 웃음이 눈이 부시게 아름답다. 아니 슬프다. 아름다운 건지 슬픈 건지 이것도 잘 모르겠다.

“이에 예수께서 이르시되 아버지 저들을 사하여 주옵소서 자기들이 하는 것을 알지 못함이니이다 하시더라.”(눅 23:34) 

나는 오늘도 2,000년 전 갈보리 언덕 십자가 위에서 뜨거운 용서의 눈물을 흘리신 내 주되신 예수 그리스도를 만나고 있다. K 집사는 갈보리 십자가의 주님의 삶을 온 몸과 온 맘으로 살아가고 있는 중이다. 그녀는 하나님의 보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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