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없이 퍼줄수록 커져가는 ‘예수비전’
‘전도=삶’ 복음 심기 주력 … 삶의 모습으로 전도
‘구제’와 ‘전도’ 철저히 구분 … 자발적 참여로 봉사

“목사님! 다른 사람들에게 퍼주는 사역은 그만하고 우리교회 빚부터 갚아요”  “안됩니다. 교회 빚 갚는 것보다 구제가 더 중요합니다” 구제보다 교회 빚을 갚자는 쪽은 교인들이고 이런 교인들에게 구제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사람은 박창흥 목사이다.

인천시 서구 검단 2지구에 있는 예수비전교회(박창흥 목사)는 성도 150여 명이 나오는 중소교회지만 10년 전 교회 건축 용지를 구입하면서 빚진 3억 원을 아직도 갚지 못했다. 매달 이자만 170만 원 가량 들지만 예수비전교회에서는 빚 갚는 것보다 나눔과 구제가 먼저이기 때문이다. 매년 교회 보다 이웃을 위해 더 많이 나누고 헌신하는 예수비전교회의 이야기를 들어 봤다.

“아낌없이 퍼주는 교회”

▲ 박창흥 목사
예수비전교회는 지역에서 ‘아낌없이 나누는 교회’로 유명하다. 매년 쌀과 김치를 기부하고 매주 목요일이면 부침개 나눔, 매월 양로원과 요양원 봉사를 오랫동안 감당하면서 ‘봉사하는 교회’, ‘섬기는 교회’로 정평이 나 있다.

흥미로운 점은 나누고 봉사하면서 “예수 믿으세요”, “교회 다니세요”라는 말을 절대로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지난 해 겨울에도 김장김치 120박스와 쌀 50포대를 주민센터에 기부했지만 어느 곳에도 교회 스티커나 교회를 나타내는 표시는 하지 않았다.

예수비전교회가 이렇게 하는 이유는 ‘구제’와 ‘전도’는 철저히 구분해야 한다는 박 목사의 목회 신념 때문이다. 박창흥 목사는 “전도를 위해 베풀면 섬김의 정신을 잃는다고 생각한다”며 “드러나지 않게 나누어야 성도들도 성숙해지고 섬김을 받는 주민들에게도 온전한 사랑이 전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처음에는 “교회 빚도 있고, 정성껏 섬겨도 교회이름도 말하지 못하는데 이렇게까지 해야 하느냐”는 불만을 토로하는 교인들도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대부분의 교인들이 박 목사와 같은 마음으로 섬긴다. 신기한 건 남모르게 섬겨도 ‘이름도 없이’나누는 교회로 더 많이 알려지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10년 간 꾸준히 섬겨온 결과이다.

▲ 예수비전교회의 경로잔치는 노인정에서 후원을 할 정도로 지역의 큰 행사로 자리잡았다.
성도들의 자발적 참여가 핵심
예수비전교회의 섬김과 나눔이 또 특별한 것은 모든 구제와 나눔이 교인들의 자발적인 헌금과 동참으로 이뤄진다는 점이다. 예수비전교회는 연말이 되면 선교(구제)사역 신청을 받는다. 사역은 해외지교회 후원, 선교사 후원, 개척교회 후원, 장애인 사역, 빈민가 장학금, 노인지원, 지역전도 등으로 나뉘는데 성도들이 원하는 곳에 헌금하거나 봉사할 수 있다.

이렇게 모은 헌금으로 현재 개척교회 6곳에 후원하고 있으며 해외지교회도 2곳을 설립하고 지속적으로 목회지원과 선교비를 보내고 있다. 또한 장애인 시설 광명사랑의집과 요양원에도 주기적으로 방문해 청소와 목욕 등으로 봉사 중이다.

특히 개척 초기부터 시작한 경로잔치는 동네에서 제일 유명한 잔치가 됐다. 처음에는 20여 명을 초청해 무료공연과 간단한 다과를 나눴던 소박한 잔치가 이제는 200명이 참여 행사로 발전했다. 지금은 주변의 노인정에서 경로잔치를 후원할 정도로 예수비전교회의 경로잔치는 주민들의 큰 호응을 얻고 있다.

박 목사는 “성도들에게 선교의 필요성을 충분히 나누고 동참을 권유하기 때문에 자발적이고 더 의미있는 사역을 감당할 수 있다”며 “목회자가 일방적으로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 눈높이를 맞추고 동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 김장나누기
삶의 변화가 부흥 이끌어
이렇게 다양한 봉사와 구제를 감당하고 있지만 개척 초기부터 안정된 사역을 펼친 것은 아니다.

박 목사는 오랫동안 부목사로 사역했던 교회에서 1억 원을 지원받고 1가정을 파송받아 2007년 야심차게 첫 단독목회를 시작했지만 고난의 연속이었다. 인천시 계산동에 첫 개척을 했지만 불과 몇 개월 만에 이사를 가야 했고 지금의 교회를 지을 때도 주택부지를 잘못 구입해 큰 어려움을 겪었다. “주택부지를 구입해 세운 교회가 서울에도 많기 때문에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부동산 업자의 말을 철석같이 믿은 것이 화근이었다.

3년 간 교회 간판은 물론이고 십자가도 달 수 없었다. 구청에서 조사를 나올 때마다 강대상을 옮기고 교회 비품을 치워야 했다. 매년 2차례씩 나오는 1,000~2,000만 원의 벌금도 개척교회에 너무 큰 부담이었다. 주변에서는 “저 교회는 이단이야”라는 소문까지 돌았다.

설상가상 박창흥 목사가 2009년 침샘암 진단을 받았다. 청천벽력 같았지만 이런 열악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교회는 점점 부흥하기 시작했다. 개척 4년 만에 성도 120여 명이 넘는 기쁨을 맛봤다. 교회 대지도 종교부지로 승인받아 비로소 교회의 모습을 제대로 갖추게 되었다.

▲ 부침개 나눔
비결은 성도들의 변화였다. “전도지로 전도하지 말고 우리의 삶으로 예수님의 모습을 보여주자”고 전했던 박 목사의 간절한 외침이 빛을 발한 것이다. 삶이 변화되자 자연스럽게 전도가 되었고 묵묵히 지역을 섬기는 교회의 나눔에 주민들의 마음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박 목사의 올해 꿈은 교회가 더 영적으로 성장하는 것이다. 그는 “더 순수하게 복음을 전하고 더 많이 섬기고 나누고 싶다”며 “올해도 하나님께서 우리를 통해 하실 일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작지만 여느 교회보다 큰 사랑과 나눔을 실천하는 예수비전교회의 올해가 더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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