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위풍당당한 꿈 꿔요”
특별한 사랑이 수줍은 아이들 자신감 심어

“목사님, 우리가 원하는 것을 마음껏 살 수 있는 ‘사랑의 장보기’ 행사에 매년 초청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건강하시고 행복한 성탄절 보내세요.”

지난 12월 18일 보육원 아이들을 위한 남군산교회(이종기 목사)의 ‘사랑의 장보기’ 행사에서 한 여학생이 이종기 목사(남군산교회)에게 봉투를 내밀었다. 봉투 안에는 손으로 직접 만든 예쁜 성탄카드가 들어있었다. 성탄카드에는 그림과 함께 정성스럽게 써 내려간 감사 글이 담겨 있었다. 아이들에게 종종 감사편지를 받았지만 이렇게 직접 만든 카드를 받아 본 적은 이번이 처음이라 이 목사는 흐뭇한 미소를 감추지 못했다.

남군산교회의 특별한 구애(?)로 보육원 아이들이 확실히 달라졌다. 처음에는 이 목사에게 수줍어서 인사조차 제대로 못했다. 그러나 이날 ‘사랑의 장보기’ 행사에 참석한 아이들은 이종기 목사 부부를 찾아와서 ‘감사합니다’라고 인사부터 했다. 이 목사의 품에 안기는 장난꾸러기 같은 아이들도 생겼다. 대형마트에 들어오자마자 각기 쇼핑카드를 끌고 달려가던 것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이종기 목사는 “해마다 식사와 장보기 행사에 참여하면서 아이들의 마음이 열리고, 담대해 지고 있다”면서 “여유가 생기고 자기 이야기를 당당하게 하는 것을 보는데, 그게 정말 행복하다”고 말했다.

남군산교회는 2012년부터 평범한 쇼핑 조차 부러워했던 보육원 아이들이 마음껏 쇼핑할 수 있는 특별한 경험을 제공하고 있다. 이것이 자신 있게 고르고, 당당하게 주문할 줄 아는 아이들로 바뀌게 한 것이다.  

이날 장보기에서도 삼성애육원, 군산일맥원, 구세군 후생원 등 이 지역 보육원과 그룹홈 등 양육시설에서 온 아이들 176명이 각자 마트에서 마음대로 물건을 고르고 직접 계산도 했다.  

아이들에게 가장 인기가 있는 곳은 의류 매장이었다. 아이들은 이 옷 저 옷 만져보고 입어보며 취향에 따라 옷을 골랐다. 거울에 비춰보기도 하고 친구들끼리 서로 옷을 골라주느라 정신이 없었다. 이전에는 거의 경험하지 못했던 일이다. 예전에는 함께 온 교사들의 조언대로 고르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제는 아이들이 주도적이다.

올해 7살 예원(가명)이는 분홍색 부츠를 골랐다. 아이는 “얼마나 예쁜지 보라”며 계산도 하기 전에 부츠를 신고 자랑하기 바빴다. 한 살 어린 소연이도 교사에게 물어보지도 않고 분홍색 망토를 샀다.

성탄절에 어울리는 빨간 망토와 머리띠를 쓴 세 여자 아이는 장난감 코너에서 선생님 눈치도 보지 않고 병원 놀이 등 장난감부터 골랐다. 예전에는 교사들이 부족한 생필품을 살 것을 권했지만 이제는 아이들의 선택을 존중하게 된 것도 ‘사랑의 장보기’ 행사 이후 달라진 모습이다.

다른 시설에서 이사 온 강형식(중3) 군은 처음부터 그 혜택을 누렸다. 예전 양육시설에서 절대 금지했던 햄스터를 산 것이다. 남군산교회의 사랑의 장보기는 아이들을 존중하도록 보육원의 엄한 규율도 변화시키고 있었다.

삼성애육원 최규란 원장은 “이전에는 제대로 고르지도 못하고 주로 먹는 것을 많이 사거나 선생님이 사라고 하는 것을 골랐는데 이제는 미리 계획하고 계산도 하면서 쇼핑을 즐길 수 있게 되었다”면서 “가능하면 아이들이 스스로 선택하고 결정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평화의집 시설장 황재철 원장도 “사실 보육원에서는 사고 싶은 것을 살 수 있는 기회도 흔하지 않고, 통제된 상태에서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이제는 집에서 미리 계획하고 계산까지 하고 온다”면서 “대한민국에서 보육원 아이들에게 이렇게 스스로 고르고 계산하게 하는 데는 군산밖에 없다”고 엄지를 높이 치켜세웠다.

그래도 사랑의 장보기에서 변하지 않는 것도 있다. 그것은 마트 쇼핑에 대한 기다림과 설레임이다. 세월이 흐르고 고학년이 되어도 사랑의 장보기는 아이들이 가장 손꼽아 기다리는 날이다.

정건우(고1) 군은 “초등학교 때부터 장보기 행사에 초청됐지만 쇼핑 전날에는 여전히 잠이 안오고 설렌다”고 말했다. 이제 시설에서 퇴거를 앞두고 있는 해란(18세) 양도 “아쉽게도 올해 쇼핑이 마지막이다”며 “이제 혼자 생활할 것을 대비해서 전자렌지를 샀다”고 미소를 지었다.

남군산교회 사회봉사연구 사역위원회(위원장 김용하 집사)는 벌써 6년째 마트 쇼핑이라는 성탄선물을 보육시설 아이들에게 주고 있다. 각자 5만 원 상품권을 주고 마음대로 고르고 선택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있는 것이다. 또 2004년부터 5월 가정의 달과 11월 추수감사절 등 해마다 두 차례 아이들을 초청해 섬기고 있다. 이런 남군산교회의 특별한 사랑이 보육원 아이들을 위풍당당한 존재로 만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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