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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루살렘 수도 왜 논란인가?
예루살렘을 국제법상 분쟁지역으로만 인식한 탓
[1116호] 2017년 12월 13일 (수) 16:47:14 권혁승 교수(서울신대 명예) webmaster@kehcnews.co.kr

   
                권혁승 교수
지난 12월 6일(현지시간)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예루살렘을 이스라엘의 수도로 인정하고 미국 대사관을 텔아비브에서 예루살렘으로 이전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 이 일로 인하여 이스라엘에서 제3차 인티파다(아랍인들의 봉기)가 일어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아랍권을 비롯한 세계 여론이 자신의 결정을 받아들이지 않을 것을 예상하면서도 왜 그런 결정을 한 것일까? 그가 내세운 것은 지난 1995년 미국의 상원과 하원에서 압도적인 찬성으로 제정된 ‘이스라엘대사관법(israel Embassy Act)'이다. 이 법안은 현재 텔아비브에 위치한 미국대사관의 예루살렘 이전을 규정하고 있다.

그것은 실제적으로 미국이 예루살렘을 이스라엘의 수도로 인정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 법안에는 대내외적 상황을 고려하여 대통령이 그 실행을 6개월간 보류할 수 있다는 유예조항이 붙어있다. 이 조항에 근거하여 지난 22년 동안 미국의 역대 대통령들은 모두가 대사관의 예루살렘 이전을 6개월마다 유예시켜왔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대선공약에서 밝힌 바대로 법안 시행을 강행한 것이다.

예루살렘이 정치적으로 이스라엘과 아랍의 분쟁대상이 된 것은 1947년 11월 29일에 있었던 유엔의 결정 때문이다. 당시 유엔은 팔레스타인 갈등의 해결방안으로 팔레스타인 안에 유대국가와 아랍국가 두나라를 세우기로 결의하고 예루살렘이 두 나라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유엔 관할 하의 국제도시로 결정했다. 이스라엘은 유엔의 결정을 받아들여 독립을 이루었지만, 아랍측은 유엔의 결정을 전면으로 거부하였다. 

이스라엘은 유엔의 결정을 거부한 아랍 측과 다섯 차례에 걸쳐 큰 전쟁을 치루면서 예루살렘의 실효적 지배권을 행사하여 왔다, 그런 입장의 이스라엘은 이번 트럼프의 결정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면서 크게 환영하지 않을 수 없다. 반면 팔레스타인자치정부는 예루살렘의 수도를 포기할 수 없는 입장이다. 이렇게 첨예화된 예루살렘 문제가 이번 트럼프의 결정으로 새로운 국면을 맞이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제 예루살렘을 이스라엘의 수도로 인정할 때가 되었다고 하면서 그 근거로 현실과 역사를 강조했다. 여기에서 ‘현실’이란 실효적 지배를 지적한 것이다. 이스라엘은 1950년 독립전쟁 후 예루살렘을 이스라엘의 공식적인 수도로 정했다. 이스라엘은 1967년 6일전쟁에서 동부예루살렘을 점령함으로 예루살렘 전체 지역을 관할하게 되었고 국회를 비롯해 중요 정부기관을 예루살렘으로 옮겼다. 그런 이스라엘의 예루살렘에 대한 실효적 지배가 이제는 인정되어야 한다는 것이 트럼프의 주장이다.

트럼프가 강조한 ‘역사’는 다윗이 예루살렘을 통일왕국의 수도로 정한 이후 이스라엘은 한 번도 예루살렘 수도를 포기한 적이 없다는 점이다. 다윗 이후 이스라엘은 바벨론과 로마에 의해 두 차례나 예루살렘과 성전이 파괴되는 비극을 경험하였다. 그리고 1948년 독립을 이루기까지 1900여 년 동안 전 세계로 흩어져 유랑민족으로 살아왔다. 그런 비극 가운데에서도 유대민족은 예루살렘(시온)의 중심성을 놓치지 않았다.

전 세계에 흩어져 디아스포라로 살아온 유대민족에게 예루살렘은 어느 것보다 우선순위를 갖는 마음의 지향점이었다. 그런 점은 유대민족의 신앙관습 속에 잘 드러나 있다. 유대인들은 회당에서 예배를 드릴 때, 그들이 지향하는 방향은 항상 예루살렘 쪽이었다. 그리고 유대인들이 하루에 세 번씩 드리는 기본 기도문인 ‘아미다’의 18개 기도항목 중에는 예루살렘으로의 귀환을 간구하는 내용이 들어 있다.

성전과 예루살렘 파괴를 기억하기 위하여 지키는 유대민족의 생활관습 역시 예루살렘 지향성을 그대로 보여준다. 이런 관습들은 그만큼 유대인들은 어떤 경우에도 자신들의 비극적 역사를 기억하면서 예루살렘과의 연대감을 놓치지 않으면서 항상 그곳으로의 귀환을 열망한 것이다.

이번 예루살렘 문제는 단순히 정치적인 것만은 아니다. 그 안에는 하나님의 섭리역사라는 신앙적 차원이 담겨있다. 1948년 이스라엘의 독립과 1967년 6일전쟁으로 예루살렘의 실효적 지배권이 이스라엘에게 돌아왔다. 그것은 예수께서 감람산에서 제자들에게 마지막으로 전해주신 ‘이방인의 때’와 관련된다(눅 21:24). 예수께서는 예루살렘에 대한 이방인의 지배 종식이 곧 ‘이방인의 때’가 끝나는 것이라고 하셨다. 그것은 한 가지 사건만으로 결정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여러 점진적 과정을 거처 완성되는 것으로 이해해야 한다.

이스라엘 독립과 6일전쟁으로 시작된 예루살렘에 대한 실효적 지배가 이방인의 때가 끝나는 출발점이라 한다면, 그 마지막 완성은 여전히 미래의 것으로 남아 있다. 그런 점에서 이번 트럼프의 결정은 그 종결을 향하여 나아가는 한 과정으로 받아들일 수 있겠다. 그리고 그것은 하나님께서 계획하신 종말적 사건에 대한 ‘시대의 표적’(마 16:3)이기도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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