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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인에게 설교를 묻다 <13>
그 겨울, 그 눈보라
[1116호] 2017년 12월 13일 (수) 16:47:17 손동식 목사(하저교회) webmaster@kehcnews.co.kr

   
     손동식 목사
영국 런던, 아틀리히(Artillery) 거리 좁은 골목을 따라 그 작은 예배당을 찾아갔다. 생각보다 깊은 골목 끝에, 오늘날 2층 상가교회보다 작은 교회가 어색하게 자리하고 있었다. 낮은 천장의 예배당 안, 삐걱거리는 요란한 마루를 조심스럽게 걸은 후, 회중석 오른쪽 뒤쪽의 작은 표식이 있는 낡고 딱딱한 자리에 10대의 소년처럼 수줍은 듯 앉았다. 그 자리는 훗날 교회사의 가장 위대한 설교자로 쓰임받은 방황하던 10대의 스펄전이 회심했던 자리, 교회사와 설교의 역사를 바꾼 자리였다. 그 기이한 사건의 시작은 하나님이 보내신 그 겨울, 그 눈보라 때문이었다. 

1849년 여름, 열 다섯 살 이었던 스펄전은 집을 떠나 뉴마켓 마을의 학교에 진학하였다. 비록 어린 나이였지만 스펄전은 이미 성경과 신학에 어느 정도 정통했었다. 그런데 그 해 12월, 스펄전이 수학하던 뉴마켓 학교에 갑작스럽게 열병이 발생하여 임시휴교 조치가 내려졌다. 이로 인해 스펄전은 콜체스터의 부모님 집으로 돌아와 가족과 함께 지내야만 했다.

이 기간동안 스펄전의 가족들은 주일이면 집에서 18km 떨어진 톨스베리의 교회에 출석했다. 그러나 그날, 1850년 1월 6일 주일 아침은 너무나 심한 눈보라 때문에 평소때 다니던 그 교회로 갈 수가 없었다. 대신 스펄전은 어머니의 권유를 따라 콜체스터, 자신의 집 가까운 교회로 예배드리러 길을 나섰다. 그러나 이마저도 눈보라 때문에 여의치 않아 스펄전은 눈보라를 피해 처음보는 아틀리히 거리의 작은 예배당으로 들어가게 되었다.

스펄전은 훗날 이 순간을 이렇게 회상한다. “만약 어느 주일날 아침, 예배당을 찾아가던 나에게 눈보라를 보내주신 하나님의 자비하심이 없었다면 나는 아직도 어둠과 절망 속에서 머물렀을 거라는 생각을 가끔씩 합니다. 눈보라 때문에 더 이상 앞으로 나가지 못하게 되자 나는 골목길로 접어 들었고 작은 감리교회에 이르렀습니다.”

스펄전은 그곳에서 한 무명의 평신도 설교자의 설교를 통하여 그토록 갈망하던 구원을 경험하게 되었다. 스펄전은 말한다. “목사님은 그날 아침 오지 못하셨습니다. 아마 눈보라 때문에 길이 막혔던 것 같습니다. 결국 매우 말라보이는 한 남자―구두쟁이거나 재봉사, 또는 그런 류의 직업을 가진 이로 보이는―가 설교를 하려고 단위에 섰습니다. …가까스로 10분정도 설교하자 그는 능력의 한계에 다다랐습니다. 그러자 그는 회중석 아래 앉아있던 나를 쳐다보았습니다. …그는 나에게 시선을 고정한 채 마치 내 마음을 다 알고 있다는 듯이 ‘젊은이, 당신은 비참해 보이는군요’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더니 그는 손을 높이 들고 ‘젊은이, 예수 그리스도를 바라보시오! 바라보시오! 바라보시오! 바라보시오! 당신은 예수그리스도를 바라보며 사는 것 외에 다른 길이 없습니다.’라고 외쳤습니다.”

스펄전은 바로 그 순간 그에게 일어났던 사건을 이어서 이렇게 말한다. “그때 나는 구원의 길을 바라보았습니다. …그러자 내 영혼을 결박했던 쇠사슬이 산산조각 났습니다. …나는 어둠에서 놀라운 빛으로, 죽음에서 생명으로 건너갔습니다.” 스펄전은 자신에게 일어났던 이 회심의 사건에 관해 그의 설교에서 무려 26차례 언급하였다. 그토록 이 사건은 스펄전의 신앙과 설교사역에 중요한 영향을 미쳤다.

설교자는 본질적으로 ‘부르심’(calling)에 의해 탄생된다. 어쩌면 이미 아득한 기억으로 멀어진 당신의 그 겨울을 회상해 보라! 당신을 설교자로 세우시기 위해 하나님이 보내셨던 그 눈보라, 기이한 그 폭풍우, 그 떨기나무를 생각해 보라! 그 내밀(內密)한 사건의 기억이 우리를 참된 설교자로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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