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사, 신부 등 종교인에 대한 과세가 예정대로 내년 1월 1일부터 시행된다. 기획재정부는 종교인과세를 위한 소득세법 시행령 개정안을 30일 입법예고했다. 정부 개정안은 종교인이 사례 및 생활비 등을 주요 소득으로 간주하고 과세대상으로 정했다. 단, 시행령 개정을 통해 목회활동에 사용할 목적으로 받는 종교 활동비에는 세금을 매기지 않기로 했다.

소득으로 간주하는 사례비 등을 기타소득으로 규정하되 목회자가 원하는 경우에는 ‘근로소득’으로 신고·납부도 선택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근로 소득자처럼 매월 받는 사례비를 지급할 때 근로소득과 같이 원천징수 납부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별도의 간이세액표도 만들어서 종교인들의 세금 납부시 간편하게 계산할 수 있도록 편의를 제공했다.

종교계에서 우려했던 국세청 세무 조사 대상도 종교단체가 종교 활동에 지출한 비용이 아닌 종교인에게 지급한 소득을 별도로 기록·관리한 장부만으로 제한하기로 했다. 종교단체가 지급 명세서를 제출하지 않더라도 불성실 가산세(전체 지급액의 1%)를 2년간 면제해주기로 한 것도 종교단체의 특성을 배려한 것이다.

그런데 사회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주장한다. 진작 냈어야 할 세금을 이제야 내면서 종교인에게만 온갖 특혜를 주는 ‘반쪽짜리 과세’니 ‘역차별’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그러나 종교인과세는 처음 시행되는 것이다. 어차피 종교인과세가 실익 보다는 명분을 둘러싼 다툼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먼저는 제도가 안정적으로 연착륙될 수 있는 방향에 주안점을 둬야 한다.

사실 성경과 신앙 등 기독교의 보편적 기준에 따르면 교회가 종교인과세를 납득하기는 쉽지 않다. 모든 교회와 교단에서 나온 헌금 자체는 종교적 목적을 위한 것이고, 목회자들의 사례비도 이 범위 내에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목회자의 80% 이상이 기초 생활비에도 못 미치는 삶을 살고 있다. 목회자들이 육신의 삶을 위하고, 소득을 올리기 위한 일이라면 과연 그런 환경을 어찌 감내하겠는가.

이제 더 이상 종교인들을 세금도 안 내려는 파렴치 집단으로 몰아세워서는 안 된다. 이미 자발적으로 세금을 내거나 종교인과세를 찬성하면서도 유예를 주장했던 것은 준비가 부족했기 때문이다. 우여곡절 끝에 시행은 됐지만 극심한 혼란을 겪는 것도 준비가 덜 된 탓이 크다. 종교인과세를 위한 시행령이 불과 한 주 전에 예고되어 각 교단은 제대로 대책을 세우지 못했다. 따라서 교단 산하 목회자들은 갈팡질팡하고 있다.

막판까지 정부와 의견 조율을 하면서 관련 법안을 수정, 보완하다가 늦어졌다고는 하지만 당장 이를 받아들여야 하는 목회자들로서는 당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비단 세금을 어떻게 내야 하는지의 문제만은 아니다.

면세점 이하의 목회자들의 경우 이번 기회를 이용해서 근로 장려금과 자녀 장학금 등의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방법을 전혀 모르고 있다. 그래서 과세 대상인 중대형 교회의 목회자나 작은 교회 목회자나 혼란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종교인과세가 갖는 근본적인 문제도 여전하다. 종교인과세로 인해 헌법에 보장된 종교의 자유가 침해받을 소지는 여전히 존재한다. 현재 종교인과세는 성직자라는 개인의 지위에 주안점을 둔 개인소득세의 문제로 그쳤지만 앞으로 종교단체의 수입 또는 재산에 대한 조사나 과세로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누가 보장할 수 있단 말인가.

우리나라도 미국처럼 성직자가 자신의 생활비에 대하여, 세무 당국에 자진 신고하는 방식으로 바꿔야 한다. 그럼 종교계와 정부가 불필요한 긴장관계를 가질 이유도 없고, 또 정부는 성직자가 낸 세금만큼 후에 혜택과 도움을 주면 된다. 이것이 과세 정의도 충족할 수 있는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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