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끼 양 한 마리가 시냇물을 마시고 있었다. 이리가 다가왔다. “너는 어째서 내가 마시는 물을 흐려놓느냐?” 새끼 양이 대답했다. “저는 나리보다 아래쪽 물을 마시는데 어떻게 위쪽 물을 흐려놓을 수 있겠습니까?” “그건 그렇다 치고, 넌 작년 이맘때에 내 욕을 한 일이 있지?” 새끼 양이 대답했다. “저는 지금 생후 6개월인데요.” “뭐, 6개월? 그럼 네 형인게로군.” “저는 형이 없는데요.” “그래? 네 애비였나 보다. 애비의 죄로 넌 내 밥이 된 거야.”(라 퐁테느의 우화)

▨… “다섯 해 전이다. 내가 산음 땅에서 서울로 와, 산여 박남수와 더불어 술을 마시는데 안주로 복어를 삶았다. 객이 말했다. 복사꽃이 하마 졌으니, 복어를 먹는 것은 조심하는 게 좋아! 산여가 술 한 사발을 다 마시고 말했다. 그만두게! 선비가 절개를 지켜 죽을 수 없을 바에야 차라리 복어를 먹고 죽는 게 낫지, 데면데면 못나게 사는 것보다야 낫지 않겠는가?”(남공철·‘박산여묘지명’, 한글역·정민)

▨… 이런저런 우여곡절 끝에 배치가 완료된 사드4기가 우리 국민의 목숨을 담보해줄만한 위력이 있는지는 그 방면에 대한 지식이 모자라 왈가왈부할 수 없다. 그러나 우리 강산을 휩쓸던 유커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간 빈 자리에서 새끼 양 꼴이 되어버린 대한민국 내 나라를 확인해야 한다는 것은 얼마나 분통 터지는 일인가?

▨… 미국 대통령 트럼프가 행여라도 이 억울함을 풀어줄까 기대하는 심사를 뉘라서 절개 지키지 못하는 선비 꼴이라 비아냥댈 수 있는가? 생존이 걸린 문제라 데면데면 못나게라도 목숨 부지하고자 태극기 흔드는 마음을 향해 뉘라서 돌을 던질 수 있는가? 차라리 복어라도 먹고 죽자는 기개라도 있다면 북핵이 무에 그리 두려울 것일까마는 그것은 자본주의 문화에 길들여진 범부들에게는 흉내조차 쉽지 않은 일이다.

▨… 하 수상한 세월 때문에 기대가 고무풍선처럼 부풀어 오르는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은 우리 한국인들에게 무엇을 돌아보게 해줄까. 라 퐁테느의 새끼 양이 바로 우리 자신일수도 있음을 확인시켜 줄까. 아니면 산여의 선비절개론을 되뇌이게 해줄까. 노엄 촘스키는 “한 나라가 문제를 해결하는 데는 그 나라의 국민이 권력의 진정한 주인이 되려는 참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제는 우리의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려는 참여의 의지를 우리 성결인들도 고민할 때가 되었다. 너무 정치적인가?

저작권자 © 한국성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