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상봉 목사(대전동지방·동대전교회)

허상봉 목사(동대전교회)
본인은 종교인이지만 세무 공무원의 자문을 얻어 자진하여 세금을 납부하고 있었다. 어느 날, 국세청에서 통지가 왔다. 세금납부에 불성실한 사항이 있으니 방문하여 달라는 통보다. 소소하게 수령한 강사료, 강연료, 원고료를 신고하지 않았단다.

강의 또는 강연을 요청받은 곳에서 회계 담당자가 관할 세무서에 신고를 하였으나, 세법에 무지한 본인이 소득신고를 하지 않아 불성실한 납세자가 된 것이었다. 본인은 대개의 경우 강사료와 강연료는 현금을 수령 후, 그 자리에서 어려운 이웃의 후원금으로 사용하였다.

그러나 국세청에서는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 결국 불성실 납세자로 인정되어 법이 정한 가산금을 포함한 세금을 납부하였다. 이후 갑근세 자진 납부를 중지하였다. 

‘종교인 과세’, 본인은 종교인을 근로자로 보려고 하는 사회 일부의 시각에 마음이 편치 않다. 건강한 사회는 서로 존중하고 지켜야할 영역이 있다. 성숙한 사람은 자기의 영역과 타인의 영역에 대한 존중을 갖고 있다.

종교는 문화, 예술, 복지단체와 다르다. 정부는 종교모임을 단체로 규정하고, 종교인을 근로자로 계수하여 갑근세를 부과하여 세수증대에 혈안이 되고 있다. 이를 위하여 법을 세우고 집행한다면, 신앙과 양심 그리고 영적이고 도덕적 힘을 오직 경제적 대상으로 보아 계수하려는 어리석음을 보이는 것이다. 이는 정부가 종교와 종교인의 영역을 침해하려는 의도를 드러내는 것이 아닌지 조심스럽게 생각하여 본다. 

대한민국의 국민은 세금을 내야한다. 종교인 또한 국민이다.
성직자에게는 하나님의 법과 양심의 법이 있다. 이를 기본으로 성직자는 국민임을 인식하고 국민의무를 이행하여야 한다. 경제적 이익을 취득하였다면 국민으로서 세금을 납부하되 근로자로서의 소득이 아니라 기타소득으로 납부함이 옳다고 생각한다.

교회는 과세의 대상이 될 수 없다. 교회는 단체가 아니다. 교회는 경제활동을 위하여 있는 곳이 아니다. 그리스도의 몸으로 신앙공동체이다. 목회자는 근로자가 아니다. 소명과 사명을 위하여 헌신한 이들이다. 교회는 갑근세를 원천징수 할 수 있는 기관이 아니다. 갑근세를 인정할 수 없다.

그러나 소득이 있다면 개인의 신앙양심에 따라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기타소득으로 종합소득세를 납부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

국민에게는 병역의 의무도 있다. 그러나 헌법은 국민의 양심적 거부를 인정하여 모 종교인들에게 입영대신 대체복무를 제시하고자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병역의 의무도 양심적 거부를 인정하는 세상에 ‘종교인 과세’라는 표현이 과연 옳은가? 이 표현은 그 동안 세금을 납부하지 않은 종교인들을 초법적 또는 무법적, 탈법적 대상인 것처럼 보이게 하는 표현일 수도 있다.

‘종교인 과세’, 이에 대한 홍보 자료를 보면, 성실하게 신고하지 않는 성직자는 그가 수령하는 근거에 대하여 세무감사를 할 수도 있다는 여지를 두었다. 물론 단서가 있다. 성직자에게 지급되는 내용에 대한 감사란다. 글쎄, 이게 말이 되는 걸까?

법치주의 국가에서 국민은 이미 법에 저촉되는 순간 모든 것은 법에 따라 집행된다. 본인의 경험으로는 법에 저촉되지 않는 것이 최상이요, 법과 연관되지 않고 사는 것이 슬기로운 삶이다.

종교인들은 대다수 법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 지식도 짧다. 교회, 성당, 사찰은 영리를 추구하는 단체도 아니고, 종교인들은 경제적 이익을 목표로 목회를 하거나 포교를 하거나 수도정진을 하는 것이 아니다. 재원확보를 위하여 종교 활동을 하는 것도 아니다.

성직자로서 어쩔 수 없이 감당해야 할 납세를 근로소득으로 할 것인가 기타소득으로 할 것인가, 고민한다면, 본인은 근로소득을 피하고 기타소득을 선택하여 종합소득세로 세금을 납부할 생각이다.

교회, 성당, 사찰은 회사가 아니며, 이윤을 추구하는 곳이 아니다. 사회사업단체도 아니고, 종교인들이 모여 이룬 신앙공동체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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