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패한 가톨릭 교회를 개혁하는 일에 수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건 결과 다양한 영역에서 개혁과 혁신이 이뤄졌다.

사회적 변화를 중심으로 살펴보면 종교개혁으로 유럽에선 개인의 가치가 발견되고, 자본과 상업을 중심으로 새로운 경제체제가 발달했으며, 독자적 언어와 문화를 중심으로 국민국가가 발전하게 되었다. 즉, 만인사제설과 직업소명설 같은 교리 덕택에 평민들이 자신들의 가치를 자각하게 되었고, 성직자들 뿐 아니라 일상의 다양한 직업에 종사하는 사람들도 자신들의 일에 대해 거룩한 자부심을 갖게 되었다. 또한 토지와 농업에 한정되어 있던 유럽사회가 아메리카와 아시아, 아프리카를 대상으로 한 상업활동에 뛰어들면서 자본주의가 빠르게 발전했다.

그렇다면 한국교회가 종교개혁의 성취를 어떻게 계승해야 하는지 생각해보자.

먼저, 현재 한국교회는 어떤 상황에 처해 있는가? 무엇보다 교세가 급감하고 있다. 한국교회가 이 심각한 위기에 처한 이유는 무엇일까? 한국사회가 처한 독특한 상황 속에서 교회의 본질이 훼손되었기 때문이다.

한국은 해방과 함께 자유민주주의와 자본주의를 채택함으로써 봉건사회와 농경사회에서 급격한 구조적 변화를 경험했다. 이 과정에서 한국교회는 분단, 냉전, 독재, 자본 같은 낯설고 혼란스런 상황에 적응하며 때로는 생존을 위해, 때로는 성장을 위해 분투했다.

결국, 정부, 자본과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며, 한국사회의 중심부로 진출했다. 동시에 정치적 사회적 불의에 대해선 예언자적 사명을 충분히 감당하지 못했으며, 교회 안에선 복음과 상관없는 사상과 관행이 유행하게 되었다. 이것이 교회의 사회적 평판에 부정적 영향을 끼치면서 교세의 하락으로 이어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종교개혁을 통해 어떤 교훈을 얻을 수 있을까?

먼저, 한국교회는 성경의 권위를 인정하고, 성경의 가르침을 통해 자신의 오류와 한계를 극복해야 한다. 중세교회의 타락이 성경의 부재에서 비롯되었고 동시에 개혁의 정신과 근거가 성경에서 발견되었다면, 위기에 처한 한국교회도 철저하게 성경중심적 교회로 돌아가야 한다. 목회자와 성도들 모두가 성경을 깊이 묵상하고 연구해야 하며, 성경의 가르침을 삶에서 성실하게 실천해야 한다. 어떤 종교적 활동이나 신학적 주장도 성경의 자리와 권위를 대신할 수 없다.

둘째, 한국교회는 하나님 사랑과 인간 사랑이 대립되는 것이 아님을 깨닫고, 적자생존의 원리가 지배하는 야만의 시대에 인간의 가치를 회복해야 한다.

루터의 만인사제설과 직업소명론도 인간의 보편적 가치를 천명한 것이다. 흙수저, 갑질, 헬조선 같은 비인간적 담론이 버젓이 통용되는 현실에서 교회야말로 인간을 계급이나 학벌과 상관없이 인간 자체로서 존중하고 보호하는 역할을 감당해야 한다.

종교개혁을 기념하는 최고의 방법은 그 정신에 따라 우리 자신을 끊임없이 개혁하는 것이다. 그것이 종교개혁을 머리가 아니라 몸으로 기억하고 기념하는 방법이다.

부디,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이하는 올해, 한국교회가 종교개혁의 정신으로 새롭게 되어, 시대와 세상을 살리고 이끄는 빛과 소금이 되길 소망한다.

배덕만 교수(기독연구원 느헤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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