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음에 근거한 교회·성직자 상 정립

로마의 성베드로대성당 전경

10월은 교회력으로 정확히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이하는 달이다. 마틴 루터가 1517년 10월 31일 독일의 비텐베르크 성당에 면죄부 판매에 항의하며 95개 조항의 개혁 글을 내걸었다. 이를 계기로 세계사를 바꾸는 거대한 종교개혁의 흐름이 일어난 것이다. 루터와 칼뱅이 주도한 교회개혁운동은 역사의 소용돌이를 불러일으키며 전 세계 역사의 방향을 바꿔놓았다. 새로운 교회가 탄생하고 문화의 지평을 바꾸고 민주사회의 초석을 놓았다.

종교개혁과 교회
종교개혁 직전의 로마가톨릭교회는 사회·법률·경제·문화·정치적인 면까지 강력히 통제하고 있었다. 당시의 가톨릭교회를 일종의 ‘관료정치체제’라고 규정할 정도였다. 그 상황에서 교회의 새로운 변화를 주도한 것이 바로 종교개혁이었다.

중세 당시 교회는 사회적, 정치적 권력을 쥐고 있었다. 그러나 교회의 부패와 타락은 점차 심화되었고 성지순례, 성 유물 숭배, 성인숭배, 형식적인 미사 등의 비 성서적 신앙에 빠져들었다. 고위 성직자들은 높은 지위를 이용해 권력을 장악할 욕심으로 성직매매를 일삼았다.

이러한 배경 하에서 교회의 재정을 늘리기 위한 비신앙적 면죄부 판매가 공공연하게 이뤄졌다. 죽은 조상을 위해 미사를 드리고 면죄부를 돈 주고 사면 조상의 영혼이 연옥에서 체류하는 기간이 단축되고 바로 천국으로 옮겨진다고 대중을 속인 것이다.

가톨릭교회의 사제요, 교수였던 루터는 면죄부에 대해 격노했다. 면죄부의 모든 가설이 성경의 가르침과 배치되었기 때문이다. 루터는 이런 면죄부에 반대하며 95개 조항의 선언문을 통해 독일 종교개혁 운동에 불을 당겼다.

종교개혁은 교회가 제정한 교리와 규칙들이 하나님의 말씀에 근거할 때만 그 의미를 지닐 수 있음도 깨닫게 했다. 전통과 형식을 중요시하던 당시의 신앙행태에서 벗어나 하나님의 말씀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한 것이다.

이를 통해 오늘날 개신교회들은 신앙의 본질을 말씀 안에서 찾고 하나님의 말씀을 그리스도 중심적으로 해석하고 있다. 또 가톨릭의 신앙계급주의를 반대하고 하나님 앞에서는 성직자나 평신도의 계급차이가 없음을 강조했다.

그러나 아쉽게도 오늘의 한국교회의 모습은 ‘제2의 종교개혁이 일어나야 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심각한 위기에 처해있다. 개 교회주의와 ‘부흥’을 ‘외적성장’과 동일시하는 풍토, 물질주의와 기복주의 신앙의 폐해 등으로 한국교회는 심각한 영적 위기에 봉착해있다.

‘개혁된 교회는 항상 개혁되어야 한다’는 칼뱅의 말처럼 위기에 처한 한국교회는 제2의 종교개혁을 통해 온전한 교회로서의 본질을 회복할 시기에 와 있다.

종교개혁과 성직자
종교 개혁을 실질적으로 이끈 것은 주로 성직자들이었다. 그러므로 종교개혁 시대에 성직자에 대한 정체성이 신학적으로, 실제적으로 어떻게 변화되었는지를 아는 것은 종교개혁을 이해하는 척도이다.

13세기 이후 계속된 내리막길을 걷던 가톨릭교회는 교황의 권위를 다시 찾기 위해 폐쇄적 계층구조식의 성직체계를 더욱 견고히 하고 7성례전(세례성사·견진성사·성찬식·고백성사·병자성사·성직임명식·혼인성사)을 강조했다. 그 결과 성례전은 더욱 비 성서적인 요소들이 가미되었고 폐쇄적 성직 체계는 성직매매 등 부패와 타락을 양산해냈다.

이러한 시대 상황에서 터져 나온 종교개혁은 중세 말 성직자들의 신학적 정체성과 윤리적 실천성, 전반에서 급격한 변화를 촉진시켰다.

가장 큰 변화는 성도의 삶의 표준을 성직자(교황)에서 성경으로 바꾼 것이다. 중세 로마가톨릭교회는 교황에 의해 세워진 규례가 하나님의 말씀의 권위를 넘어서고 있었다. 즉, 교회의 전통을 성경의 권위보다 우선시했다.

그러나 종교개혁자들은 말씀의 바른 선포에서 교회를 정화했을 뿐 아니라 성직자나 교회가 아니라 하나님의 말씀이 그리스도인들의 삶의 변화로 나타날 때 교회가 세워진다고 믿었다.

이러한 믿음으로 종교개혁자들은 기독교의 가장 근원적인 권위를 갖는 성경으로 예수그리스도의 복음을 선포하는 설교자가 되었다. 또 종교개혁자들은 성도들의 삶을 변화시켜 거룩한 공동체를 이룩하도록 이끈 목양자였다.

종교개혁은 또 성도의 구원이 성직자의 매개나 도움 없이 오직 하나님의 은혜로만 가능함을 일깨웠다. 중세 교인들은 성인이나 천사들의 보호로 자신의 머리 위에 안전한 영적 지붕을 만들고자 했고, 성직자에게 고해성사를 하여 내면적 죄와 양심의 가책을 씻으려고 했다.

그러나 종교개혁은 그 모든 비 성서적 장치들을 제거해버렸다. 종교개혁은 죄인인 각 개개인을 성직자가 아닌 하나님 앞에 서게 만들었으며 성직자나 성자가 아니라 오직 하나님의 은혜만이 구원한다는 복음을 선포했다.

그러나 오늘의 성직자(목회자)의 위상과 권위는 기독교 이미지 하락의 한 원인으로 지목될 정도로 떨어져 있다.

종교개혁을 통해 탄생한 ‘개신교’의 새로운 종교개혁이 일어나기 위해서는 성직자가 변해야 한다. 복음에 입각한 신학 정립과 제대로 된 목회자를 양성하며 올바른 영성함양과 복음에 합당한 삶을 살아내기 위한 노력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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