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복 장로
정부가 기독교에 던진 2가지 화두가 있다. 동성애에 관한 내용과 종교인 과세다. 국무총리가 동성애와 동성혼은 국민적 공감이 이루어지지 않아 양성평등을 성평등으로 바꾸는 개헌은 시기상조라고 하면서 종교인 과세는 실천하겠다는 말을 했다. 한 걸음 물러난 것은 종교인 과세를 앞두고 기독교계의 저항을 피하려는 의도인 것 같다.

1968년 국세청장이 종교인 과세를 꺼냈다가 철회한 후 찬반 의견이 분분한 가운데 2013년에 소득세법이 개정되었지만 시행되지 못했다. 그러다가 2015년에 다시 2018년부터 시행하기로 법을 개정하였다. 종교계의 눈치를 보면서 미루어 오던 종교인 과세가 드디어 50년 만에 시행되는 것이다.

경제부총리가 나서서 7대 종단 지도자를 만나 이해를 구하는 가운데 가톨릭과 불교 측은 종교인 과세에 공감하는 분위기를 보였다. 현재 기독교에서도 자발적으로 소득세를 납부하는 교역자가 있지만 타 종교와 달리 교회 수도 많을뿐더러 개 교회 위주로 운영되는 특성으로 총체적 의견을 모으기가 쉽지 않은 것 같아 보인다. 하지만 내년 1월부터 소득세법을 집행하겠다는 정부의 방침이 정해진 이상 기독교에서도 이에 대한 대비를 해야 할 것이다.

정부가 국민복지를 당근으로 민중성 예산을 넓히고 있지만 기독교는 백 수십 년 전부터 꾸준하게 사회복지를 실천해 오고 있다. 교회사정에 따라 다소 차이는 있지만 교회예산서에는 여러 형태로 사회복지와 관련된 항목들이 들어있다. 과부와 고아에 대한 베풂정신을 간직하면서 교회에 주어진 사회적 덕목인 사랑을 실천하기 위함이다.

기획재정부는 종교인 과세세입을 대략 연 100억 원 정도로 잡고 있다고 한다. 종교인 다섯 중 1명만이 과세대상이 된다는 전제 하에서다. 또 소득이 낮은 종교인들이 근로소득으로 신고하면 세금도 내지 않고 근로장려금을 받을 자격이 부여된다고 한다. 헌법상의 정·교 분리입장에서 보면 정치나 행정이 종교를 간섭할 수 있느냐 하는 근원적 문제에 도달한다.

세금 내기를 좋아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정부가 과세대상 종교인들을 대략 파악하고 있다는 말을 하고 있지만 수많은 교회의 재정상태를 세무당국이 무슨 잣대로 어떻게 들여다볼지 자신 있게 말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세무서별로 종교인 과세 전담직원을 두겠다고 하지만 일 처리가 그리 쉽지는 않을 것이다. 소득세는 원천징수자가 있어야 하는데 단위교회에서 누가 원천징수자가 될지도 모를 일이다. 쉬운 방법으로 교회 세무담당직원은 교회예산서를 보고 과세 적부를 판단할 수도 있을 것이다.

만약 교회예산 소명이 분명치 않다고 여길 경우 세무조사권까지 발동할까. 이 같은 불상사는 없어야겠지만 사람이 하는 일이라 모를 일이다. 그렇게 되면 정부와 교회 또는 종교단체 간 갈등이 생길 여지도 있고 지나친 과세권 확보는 종교단체 길들이기로 보일 정치적 우려가 생길지도 모른다.

필자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전체 기독교 교회 중 80% 정도가 자체 운영이 어려워 형편이 좀 나은 교회로부터 도움을 받는 처지에 있으므로 정부가 약방 감초처럼 내세우는 사회복지를 교회가 솔선하고 있는 것으로 봐야 한다는 주장을 꾸준히 해 왔다. 지금도 같은 생각이다.

종교인도 국민이므로 과세대상이 되면 마땅히 세금을 내야 한다. 그러나 종교인 과세가 처음 시도되는 만큼 행정력보다 자진해서 세금을 납부토록 유도하고 선도해 나가는 것이 좋을 것이다. 정부가 미량의 소득세 징수에 골머리 아플 필요 없이 종교인 과세라는 정책과제를 해결하는 길도 된다.

종교인은 거짓을 부끄럽게 여긴다. 타 종교와 달리 독립적으로 운영되는 기독교의 특성에 맞춰 정부와 교단이 머리를 맞대 기독인 과세를 시스템화 하는 길을 모색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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