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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인에게 설교를 묻다(9)
설교자로 살다 죽는 것
[1106호] 2017년 09월 27일 (수) 15:53:13 손동식 목사(하저교회) webmaster@kehcnews.co.kr

   
▲ 손동식 목사
애가 탔다. 그의 묘소가 있다는 웨일즈 시골, 뉴캐슬 앰린(Newcastle Emlyn)에 도착한 시간은 석양이 지는 늦은 오후였다. 해가 질세라 부라부랴 마을에 자리한 공동묘지를 급히 뒤졌지만 찾지 못하고, 인근에 위치한 수퍼마켓 주인에게 혹 지도에 존재하지 않는 다른 묘지가 있는지를 물었다. 그러나 돌아오는 주인의 말은 똑같았다. 마을에는 그 묘지 하나 뿐이라는 것이다.

다시 주의깊게 그 묘지 구석구석을 뒤진 후에야 비로소 마틴 로이드존스의 묘소를 발견할 수 있었다. 그의 묘소를 쉽게 찾지 못한 것은 20세기 가장 위대한 강해설교자라는 거인의 묘소치고는 지나치게 평범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위대한 설교의 거인은 그런 대접을 받을 초라한 사람은 본시 아니었다. 오늘날로 친다면 영국에서 전국 0.01퍼센트에 드는 최고의 수재요, 불과 23세의 젊은 나이에 의학박사학위를 받은 장래가 촉망되는 최고의 의사였다. 그러나 로이드 존스는 생전에 자신은 전혀 설교자가 되기에 부적합한 ‘자격없는 설교자’라고 종종 고백하곤 했다.

한 시대에 놀라운 영적 영향력을 끼친 대설교자가 이런 말을 하는 것은 필시 그가 겸손한 성품의 사람인 까닭이지만, 이는 근본적으로 그가 설교한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올바로 이해한 까닭이다. “주 전능하신 하나님께서 우리 같은 사람들에게 복음을 전파하고 설교하는 임무를 맡기셨다니 그 얼마나 기이한 특권이며, 그 얼마나 놀라운 영예입니까!”

로이드 존스는 화려한 의학박사의 삶을 접고 평범한 사역자로 헌신하면서 무엇인가를 포기한다는 인상을 사람들에게 전혀 주지 않으려 하였다. 훗날 복음주의 지도자로 에딘버러대학의 한 강연에서 영국교회를 위한 그의 희생과 공헌에 한 교수가 감사의 뜻을 보냈을 때, 로이드존스는 이렇게 화답하였다.

“저는 아무것도 포기한 것이 없습니다. 오히려 모든 것을 받았습니다. 저는 하나님께서 무명의 사람을 불러 복음의 사역자로 사용하실 수 있다는 사실을 최고의 영광으로 생각합니다.” 

언젠가 로이드존스는 사도행전을 강해하며 자신의 임무를 이렇게 고백한다. “제가 전하는 말씀은 저의 이론도 아니며, 저의 독창적인 생각도 아닙니다. 저는 임무를 부여받은 사람입니다. 저는 감히 다른 것은 전할 수가 없습니다.” 그리고 그가 전하는 메시지에 관하여 디모데후서를 강해하며 다음과 같이 고백하였다. “제가 전하고 있는 메시지는 저의 생각이 아닙니다. 만약 제가 위대한 사도의 가르침에 조금이라도 손상을 입히고 있음이 입증된다면 저는 기꺼이 굴복하고 저의 잘못을 인정할 것입니다.”

설교자는 사람을 기쁘게 하기 위해 강단에 서는 것이 아니라 진리를 전하기 위해 강단에 선다. 우리 시대 하나님이 사용하셨던 이 신실한 말씀의 종이 누워있는 그 묘비에는 그가 평생 사랑했던 한 구절이 아로새겨져있다. “내가 너희 중에 예수그리스도와 그의 십자가에 못박히신 것 외에는 아무것도 알지 않기로 작정하였음이라”(고전 2:2)

언젠가 존 스토트(J. Stott)는 성경과 교회사의 연구를 통해 사람들에게 인기 있으면서도 그리스도께 충성된 설교자가 되는 것은 본질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천명한 바 있다. 복음이 가진 특성 때문에 그러하다.(고전 1:23) 금송아지에 깊이 감염된 세속의 거대한 물결 속에서 회중의 반응에 춤추는 자가 아니라 하나님의 진리에 충성된 그 설교자가 우리는 진정 될 수 있을까? 그들은 오늘도 강단에 오르는 우리에게 ‘우리는 진정 누구인가’를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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