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아침 등굣길에 나타나는 빡빡머리 목사님
기타 치고 찬양하며 학생들 축복
학생들도 거리 찬양 동참 등 변화

1년 전 전라남도 목포의 덕인중고등학교 일대에 이상한 소문이 돌았다. 어디선가 빡빡머리 청년이 나타나 불량 학생들을 훈계한다는 것이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그 사람이 소림사에서 왔다”는 소문도 돌았다.

김민규 목사(북교동교회 부목사)가 처음 동네 학생들을 만났을 때의 이야기이다. 당시 전도사였던 김 목사는 학교 앞 골목길을 찾아다니며 방황하는 학생들을 선도했다. 전도는 고사하고 어른들을 무시하는 학생들을 먼저 바로 잡아야 한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러나 학생들을 만날수록 이들에 대한 아픈 마음을 갖게 되었다고 한다. 입시교육에 지치고 가정과 학교에서 외면당한 아이들의 영적 외로움을 느낀 것이다.

이후 김 목사는 매일 아침 학교를 찾아가 학생들을 만나기 시작했다. 아침마다 300개의 사탕에 축복의 메시지를 적어 전달했다. 목회자라는 말도 하지 않았다. 전도 때문에 다가선다는 인상을 주고 싶지 않아서였다. 특별히 골목길에서 방황하는 학생들에게는 매일 찾아가서 더 반갑게 인사하고 격려했다.

담배를 빼앗고 사탕을 건네는 이상한 ‘형(?)’이었지만 점차 학생들은 그에게 마음의 문을 열기 시작했다. 매일 자신을 찾아와 관심을 주는 그에게 고마워했다. 변화는 학교 주변에서 담배를 피던 학생들부터 일어났다. 꽁초로 가득했던 골목길이 깨끗해지고 담배를 끊은 학생들이 늘어난 것이다. 나중에 민머리 형이 교회 목사라는 사실에 학생들은 물론이고 지역 주민들도 놀랐다. ‘동네 싸움 잘하는 형’이라고 생각했는데 목사라니 놀라움과 동시에 마음의 문을 여는 더 큰 계기가 되었다.

김민규 목사는 지난 5월부터 학교 앞 찬양버스킹(길거리 찬양)을 시작했다. 목사 안수를 받은 후 학생들에게 마음껏 안수기도 할 수 있게 돼 사탕을 나눠주는 일을 넘어서 사역을 확장한 것이다. 그는 지금도 매주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학교 앞에서 찬양을 부르고 아침에 교회 학생들을 만나면 직접 안수하며 기도해 준다.

기도를 받는 학생들 중에는 예전에 교회를 다녔지만 지금은 다니지 않는 학생들도 많다. 이렇게 다른 지역에서 보기 힘든 등굣길 광경은 이제 이곳에서는 익숙한 모습이 됐다.

김 목사는 “학생들이 하루를 시작하면서 제일 먼저 듣는 음악이 찬양이면 하루가 더 풍성하겠다는 생각에 기타를 들었다”며 “학생들에게 기도해 주면 ‘아멘’이라고 말하면서 등교하는 아이들을 볼 때 가장 기쁘다”고 고백했다.

김 목사가 아침마다 찬양을 부르자 교회 학생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목회자가 아침마다 와서 찬양을 부르고 축복해주니 학생들도 학교에서의 신앙생활을 자연스러운 것으로 받아들였다. 신앙생활은 교회에서만 하는 것이라는 선입견이 무너지고 함께 기도하고 말씀을 읽기 시작했다. 자발적으로 모여 점심시간에 찬양하며 기도하기 시작했고 전도에도 자신감이 붙었다.

실용음악과를 준비하는 몇몇 학생들은 시내에서 찬양 버스킹을 열기도 했다. 교회생활과 학교생활이 분리되어 있던 학생들이 어느 곳에서든지 찬양을 하고 말씀을 읽고 기도하게 된 것이다.

변화는 다른 목회자들에게도 찾아 왔다. 경기도 오산의 한 침례교 목사가 “교회 개척을 준비 중인데 우연히 김민규 목사의 영상을 유투브에서 보게 되었다”며 “똑같이 따라해도 되냐”고 문의한 적도 있다. 이 목사는 지금 오산에서 김민규 목사처럼 검정색 선글라스를 쓰고 흰색 와이셔츠를 입고 매일 아침 지역의 중고등학교를 방문하고 있다. 또 다른 학교 앞 예배자가 세워진 것이다.

학교 등굣길에서 학생에게 안수기도 하는 김 목사
김 목사의 꿈은 아침마다 전국의 학교에서 찬양 소리가 울려 퍼지는 것이다. 그는 “학업으로 지치고 방황하는 학생들에게 교회에서만 말씀을 전한다고 위로가 되고 그리스도의 자녀가 될 수 있을까요?”라며 “매일 아침마다 학생들을 축복하는 찬양 소리가 전국에서 들렸으면 좋겠어요. 목포, 서울, 영남과 충청 등 지역은 다르지만 한마음으로 찬양하면 그것도 하나의 영적 네트워크가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라고 말했다.

김민규 목사의 소박한 꿈이 담긴 찬양이 오늘도 등굣길 학생들의 마음속을 파고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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