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겨울에는 조류독감(AI) 때문에 셀 수도 없으리만큼 많은 닭들이 산 채로 구덩이에 파묻혀졌다. 이 여름에는 셀 수도 없을 만큼 많은 달걀들이 구덩이에 버려져 으깨어졌다. 조류독감은 철새들에게는 흔한 질병이고 닭진드기는 닭을 키우면 으레 따라오기 마련인 것인데 이런 사태가 빚어진 것은 인간의 지나친 편의 추구와 자연 파괴의 결과라고 자연과학자들은 진단한다.

▨… 대량생산과 최대이익 추구라는 자본주의 논리에 익숙해진 현대인들에게는 닭은 더 이상 하나님이 창조하신 생명체가 아니다. 닭은 다만 알을 낳는 기계이거나 인간에게 먹거리를 제공하는 제품일 뿐이다. 부화된 병아리는 산란용과 먹거리용으로 구분되고 그 목적에 부합되지 않으면 자동절단기 속으로 떨어지거나 그냥 눌려 질식사된다. 그 수를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 공장이라고 해야 오히려 어울릴 것 같은 오늘의 축산농장의 암퇘지들은 대부분 걷기는커녕 몸을 돌릴 수도 없는 우리에 갇혀있다. 그 암퇘지가 낳은 새끼는 자연상태에서는 약 20주쯤 젖을 먹지만 농장에서는 2주에서 4주 만에 젖을 떼고 살이 오르면 도축된다. 암퇘지는 금방 다시 임신을 강요당하고 같은 생활주기를 반복한다. 암퇘지는 대체로 열 번쯤 새끼를 낳은 뒤 도축된다. (참조;‘호모테우스’)

▨… “어떤 사람이 수달을 한 마리 잡습니다. 고기는 삶아먹고 뼈는 버립니다. 다음날 아침, 나가보니 수달의 뼈가 없어진 것이었습니다. 자세히 보니까 핏방울이 뚝뚝 떨어져 있었습니다. 핏방울 자국을 따라가 보았더니 그 뼈가 다섯 마리의 수달 새끼들을 안고 있었답니다. …이것은 허무맹랑한 전설이 아니라 실제로 있었던 일입니다”(법정 스님 법문집·2)

▨… 법정은 이 이야기를 왜 ‘실제로 있었던 일’이라고 했을까, 과학에는 눈이 어두웠던 탓일까? 아닐게다. 생명에의 경외를 잃어버린 인간에게 깨우침을 주고 싶은 마음에서였을 것이다. 모든 생물을 다스리라(창1:28)는 말씀을 인간 중심으로, 인간의 편의 위주로 해석하는 오만에 경종을 울리기 위해서 하나님께서는 조류독감이나 살충제달걀 파동을 체험케 하시는 것은 아닐까. 우리의 일상이 하나님의 창조의 질서를 으깨고 있지는 않은지 한 번은 물어보자. 창조론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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