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2년 대선 때 서울대 법대 졸업 동기생 사이에 ‘친구’ 논쟁이 벌어졌다. 논쟁의 내용은 각기 다른 후보의 대선 캠프에 속해 있던 한 명이 다른 한 명에게 전화로 상대 후보의 자진사퇴를 요구했다는 것이다. 이 일이 언론에 알려지면서 한 편에서는 ‘정치공작’, 다른 편에서는 ‘친구끼리 주고받은 사적인 이야기’라며 갑론을박했다.

▨… 그 논쟁을 지켜보던 사람들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서울대 법대 출신이라면 똑똑하고 법리에 밝은 사람들일 텐데 자진사퇴 요구 진위 보다는 두 사람 사이가 친구였느냐 아니냐에 초점을 맞추고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서울대 법대 동기라도 친구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 똑똑한 사람들이 자신의 이익이 걸리지 않은 문제에서도 친구 논쟁을 벌일 것인지 보통사람들은 궁금해 했다.

▨… 서울중앙지방회 총회분할결의효력정지가처분과 본안 소송을 서울중앙지방회가 제기했다. 제111년차 총회가 지방회 분할을 권고한 결의안을 통과시킨 것에 서울중앙지방회가 불복해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그럼에도 총회 결의이기에 분할지방회 소집을 강행하려던 임원회는 한발을 물러서 9월 11일 이후로 연기하였다. 상처가 커지기 전에 화합의 묘수를 찾으려는 총회 임원회의 머리 짜내기가 성공할 수 있을지 성결인 모두가 가슴 졸이고 있다.

▨… 총회 결의의 잘잘못은 이제 사회법이 판단하게 되었다. 그 판결이 어떻게 나오든 성결인들의 가슴은 이미 찢어졌다. 성령의 역사와 사중복음을 강조하는 우리 성결교회에서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질 수 있는지, 이 상황과 성령의 역사는 어떤 관계가 있는지 모든 성결인들은 궁금해 한다. 행여라도 ‘예수의 섬김’을 조롱하는 사태를 빚고 있는 것은 아닌지 두려워 하면서….

▨… 유발 하라리는 ‘호모데우스’에서 “분명히 존재하지만 불편하다는 이유로 거론하지 않으려 하는 중요한 문제 또는 논란이 되는 쟁점”을 지적할 때 과학자들의 용어인 ‘실험실의 코끼리’라는 말을 차용해 썼다. 중생하고 성령 받아 성결해진 성결인 사이의 다툼은 어떤 이들의 친구 논쟁 보다 더 기막히다. 우리가 모르는 체하는 ‘실험실의 코끼리’는 무엇인가? 비성결인들이 까발리기 전에 회개하자. 지방회 분할이야 하든 말든 강물따라 흐르겠지만 그것이 구원의 조건은 아니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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