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회장 직무 정지라는 초유의 사태를 맞고 혼란을 거듭하던 한국기독교총연합회(이하 한기총)가 새 대표회장을 뽑기 위한 후보 등록을 시작했다.

한기총은 오는 24일로 예고된 임시총회에서 새 수장을 선출할 예정이다. 그런데 후보 등록도 하기 전에 금권선거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대표회장 출마설이 유력한 모 인사의 측근이 한기총 총대 10여 명을 강남의 한 호텔로 초청해서 음식을 대접하고 돈 봉투를 돌렸다는 의혹이 보도되었다.

사실이 아니기를 바라지만 한기총의 금품선거는 선거 때마다 이제는 지켜보는 사람들마저 "또 터졌구나" 하고 심드렁해 할 만큼 무덤덤해지는 상황이다. 한기총이 이렇게까지 신뢰를 잃고 또 분열까지 된 데는 금권선거 탓이 크다. 그런데도 선거철만 되면 금품선거 의혹이 제기되는 걸 보면 윤리의식마저 마비된 게 아닌가 싶어진다.

돈을 뿌려야 당선된다는 확고한 믿음이 없고서야 이렇게 금품을 살포할 리가 없고, 금품을 못 받은 사람만 바보라는 의식이 총대들 마음에 깔려있지 않고서야 이렇게 대의원 대다수가 공개 장소에서 금품과 향응을 받을 수는 없다. 관행이라는 명분 아래 금품수수를 죄의식 없이 행한다 해도 이것은 도대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과거의 잘못이 또다시 되풀이될 조짐을 보이자 한기총도 불법 및 금권선거 방지를 위한 추가 대책을 발표했다. 후보자가 ‘불법·금권선거를 할 시 즉각 사퇴함으로써 선거 공정성을 지킬 것을 맹세한다'라는 서약서를 받는 것이 골자다. 또 선관위의 허가 없이 문자 메시지를 발송할 수 없으며, 선거 관련 전화통화가 있었다면 사후에라도 선관위에 통보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이미 금품 제공 의혹이 제기되었는데, 후보자에게 서약서를 받는 것으로 공명선거가 이뤄질 수 있다고 믿는다면 너무 안일한 판단이 아닐 수 없다. 한기총은 이제라도 금품제공 혐의자에 대해 철저한 조사를 하고 혐의가 드러나면 후보 사퇴 등 책임을 물어서 경각심을 심어줘야 한다. 선거가 끝나면 그만이라는 안이한 의식은 한기총 정상화를 훼방할 뿐이다.

금권선거도 당연히 근절돼야겠지만 한기총 대표회장 후보 등록비를 두고도 말들이 많다. 대표회장 등록비가 1억 5,000만 원이나 되기 때문이다. 한기총 운영비와 발전비 명목이라고 하지만 일각에서는 돈 없는 목회자는 입후보도 말라는 불만이 제기되고 있다.

심지어 대형교회 혹은 특정인을 위한 것이라는 비판도 있다. 교인의 헌금으로 내는 등록비가 다른 연합기구나 교단장 선거와 비교해도 너무 과한 것이 사실 아닌가.

대표회장 입후보자에 대한 이단 검증도 철저하게 해야 한다. 전도관 출신으로 오랫동안 이단 논란이 있었던 김모 목사가 또 한기총 대표회장 출마 의사를 밝혔다고 한다.

이런 이유가 아니더라도 한기총 대표회장 선거는 그 어느 때보다 관심이 많다. 한기총 대표회장이 누가 되느냐에 따라 한국교회 연합기관 통합의 판도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이처럼 중요한 선거가 또다시 금권과 불법이 판치는 선거로 재연된다면 통합은커녕 한국교회 전체가 비난을 받는 자리로 내몰릴 것이다.

기독교 연합단체가 세상을 선도하기는커녕 선거 때마다 금권 선거, 불법 선거에 빠져서 세상의 법정에 서서 심판을 받는 모습은 상상만 해도 민망하다. 한기총이 계속 구태의연한 모습을 청산하지 못한다면 더 기대할 희망마저 사라질 것이다. 스스로 개혁하지 않는다면 하나님과 역사 앞에 심판을 받는 단체로 전락하게 될 것이다. 이번 기회에 한기총이 거듭나기를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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