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여름 보양 잔치로 어르신 건강충전
보신탕 손수 조리해 대접
간식 등 선물도 ‘듬뿍’
경기도 일죽·충북 음성에서
700여 명 어르신 참석

“중복 다음엔 말복, 그 다음엔 뭘까요? 바로 행복입니다. 오늘같이 좋은날 더위 잊는 보양식 드시고 힘내시고, 행복하게 오래 사세요.”

윗마을 일죽에 있는 어르신과 아랫마을 음성에 있는 어르신들이 모처럼 어우러져 한바탕 잔치가 벌어졌다. 어르신들은 잔칫상에 오른 보양식에 힘을 얻고 선물까지 받으며 흐뭇한 시간을 보냈다.

충북 음성에 있는 대명교회(오세현 목사)가 중복(中伏)인 지난 7월 22일 ‘중복 맞이 경로잔치’를 열었다. 이날 잔치에는 경기도 안성시 일죽면과 충북 음성군 삼성면, 금왕면 일대 지역의 어르신 약 700명이 참석해 여름 보양식인 보신탕 등을 극진히 대접 받았다. 대명교회는 전형적인 농촌교회지만 1994년부터 23년째 한해도 거르지 않고 어르신들을 위한 경로잔치를 열고 있다. 대명교회의 중복잔치는 이제 음성지역에서 소문난 보양잔치로 자리 잡았다. 

본격적인 잔치가 열리기 전부터 교회 주변은 시끌벅적했다. 한꺼번에 밀려드는 어르신들 때문이었다. 대명교회 앞 2차선 도로는 차들로 빼곡했다. 대형버스와 미니버스, 승합차에서 어르신들이 내리자 교회당 마당에 임시로 마련한 식탁 200여 석이 금세 다 찼다. 교회 내 식당에도 어른들로 가득했다.

어른들이 들이닥치자 성도들의 손길도 바빠졌다. 하지만 안내와 배식 등 모든 것이 일사불란하게 진행됐다. 그러자 식탁 곳곳에는 따뜻한 김이 모락모락 피어났다. 바로 중복잔치의 주메뉴인 보신탕이었다. 무더운 여름, 기력이 쇠하기 쉬운 어르신들을 위해 성도들이 직접 며칠 동안 요리했다. 커다란 국그릇에는 국물보다 고기가 더 많아 보였다. 수육 무침도 어르신들에게 인기였다. 잔칫상에는 이외에도 쇠고기 국, 즉석에서 부친 부침개, 과일과 음료수 등 성도들의 정성이 듬뿍 담긴 음식이 가득했다.

어르신들은 보양음식을 먹은 후 한때나마 더위를 잊고 행복한 미소를 되찾았다. 2년째 중복잔치에 참석하고 있다는 이길자 할머니는 “매년 이렇게 좋은 자리를 마련해 준 교회와 목사님께 감사하다”며 “모처럼 보신을 해서인지 아팠던 어깨가 싹 나은 것 같아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또 어떤 어르신들은 오세현 목사의 손을 오랫동안 붙잡고 감사의 인사를 전했으며, “매년 이렇게 초청해줘서 고맙다”고 눈물을 글썽이는 어르신도 있었다.

또 먼저 온 어르신들의 식사가 끝나자 또 다른 어르신들이 자리를 메웠다. 이렇게 몇 차례 식탁을 차리고 치우기를 반복한 끝에야 중복잔치가 마무리되었다. 대명교회 성도들은 돌아가는 어르신들께 뻥튀기 과자와 요구르트 음료 등 간식과 주방세제까지 담긴 선물보따리를 안겨드렸다. 선물보따리를 안고 집으로 돌아가는 어르신들의 마음이 더욱 따뜻해져 풍요로웠다.

오세현 목사는 “어르신들께 손수 보신탕을 대접할 수 있어 감사하며, 더운 여름철 건강하게 보내셨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날 잔치는 대명교회 성도들이 십시일반 헌금한 금액으로 진행됐다. 직접 기르던 개를 내놓은 가정도 있다. 어르신들을 섬기기 위해 음식과 배식, 설거지, 차량봉사 등 거의 모든 교인들이 봉사에 동참했다. 이제는 마당에 식탁을 설치하고 커다란 그물막을 치는 일 등 어려운 일들도 척척 해내고 있다. 

대명교회 중복잔치의 시작은 23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불교색이 강한 마을에서 교회의 이미지와 신뢰를 높이기 위해 중복에 보신탕을 대접하는 경로잔치를 열었다. 직접 조리한 보신탕과 수박을 대접하는 등 하절기 노인 맞춤형 봉사활동을 펼친 것이다. 처음에는 교회 주변 어른들을 대상으로 시작된 행사였지만 이제는 소문이 나서 경기도 안성시 일죽과 삼성면, 금왕 등에서부터 어르신들이 참석하고 있다. 시골교회가 중복잔치에 어르신들을 모시기 위해 평소 각 마을 경로당을 직접 찾아가 어른들을 섬기고, 대형버스를 마련해 어르신들을 태우고 올 정도로 정성과 열정을 쏟은 덕분이다. 지역에 명성이 자자해진 잔치에는 어르신뿐만 아니라 음성군수와 군의원, 도의원도 빼놓지 않고 찾아올 정도다.

한 농촌 교회가 시작한 경로잔치가 지역을 대표하는 여름행사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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