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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신도칼럼> 생명의 길
[1097호] 2017년 07월 12일 (수) 14:56:29 김진복 장로(대광교회 원로) webmaster@kehcnews.co.kr

   
        김진복 장로
아내가 외출하면 내가 하는 말이 있다. ‘조심해서 다니시오’. 5년 전쯤 일이다. 원로 목사님 사모가 교통사고로 돌아가셨다는 다급한 전화가 왔다. 응급실  침대에 돌아가신 분이 자는 듯이 눈을 감고 있었다. 뇌진탕이라 외상은 없었다. 70세를 훨씬 넘긴 나이지만 빈틈없고 영리하고 꼼꼼하신 분이 매일 다니는 집 앞 횡단보도를 건너다가 교통사고를 당했다는 것이 이해가 안 갔다. 가족들은 신호위반을 절대 하실 분이 아니라고 했지만 빨간불이 켜졌을 때 도로를 건넜다는 경찰 조사가 나왔다.

며칠 전 일본 근해에서 미 해군구축함이 필리핀 컨테이너선과 충돌하는 해상 교통사고가 있었다. 길이 154미터의 군함이 222.6미터의 상선과 부딪쳐 2대의 인양선에 끌려 기지로 옮겨졌다고 한다. 최첨단 레이더와 장비를 갖춘 ‘신의 방패’로 불리는 세계 굴지의 군함이 완전 체면을 구긴 황당한 사고를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다. 불가사의한 일은 피할 수 없는 것인가.

어린 시절 창공을 휘젓는 비행기를 보면서, 끝이 없을 것 같은 광활한 바다 위를 달리는 범선을 보면서, 계절 따라 하늘 먼 길을 날으는 철새의 대오를 보면서 거침없이 자유자재로 다닐 수 있어서 좋겠다는 생각을 한 때도 있었다. 고학년이 되면서 새도 비행기도 배도 정해 진 길로 다닌다는 사실을 알았지만 지금까지도 선박의 해상 충돌사고 같은 것을 이해할 수 없다는 막연한 생각이 있다.

사람이 사는 곳은 어디든지 길이 있다. 길을 가는 사람은 목표가 있다. 길을 잘못 들었다는 것은 가야 할 노선에서 벗어났다는 말이다. ‘길’ 앞에는 어떤 접두어를 붙여도 의미가 살아난다. 인생길, 하늘길, 순례길, 뱃길 등 새로운 낱말을 얼마든지 만들어 낼 수 있다.

한자어로 도(道)와 로(路)는 다 같이 길을 뜻하지만 꼭히 구별하자면 전자는 큰 길, 후자는 좁은 길이 아닐까. 도에는 물리적 길만이 아닌 또 다른 심오한 철학이 담겨 있다. “내가 곧 길이요 진리요 생명”(요 14:6)이라 하신 예수님이 가신 길이다.

보이는 길은 잠깐이요 보이지 않는 길은 영원하다고 한다. 사람이 마땅히 지켜야 할 도리나 정도에는 거칠 것이 없다는 대도무문(大道無門)이나 ‘길이 아니면 가지 말라’는 말도 있다. 지각 있는 사람들은 자기 삶의 사표(師表)가 된 인물들이 걸어 간 길을 답습하고 때로는 사숙(私淑)한다. 사람들이 갖는 오류는 자기가 걷는 길만이 정도라고 우기면서도 스스로 선택한 길도 잘못 가고 있다는 점이다.

길이 있고 그 길에서 사는 보람을 얻는다. 세상이 변했다는 말은 모름지기 인간이 살아가야 할 길에 혼란이 오고 있음을 뜻한다.

종교지도자가 신앙의 본궤를 이탈하면 종교가 아닌 사교의 길로 들어갈 위험성이 있다. 국민들의 다양한 의견을 최선의 길로 이해·조정할 책임이 있는 정치인이 정도를 걷지 않고 사로를 추구하려 든다면 정상배가 되기 십상이다.

민주주의체제에서 사람들은 각자 다른 철학·이념·사상을 가지고 자기실현의 길을 가기 위해 경쟁도 하고 투쟁도 한다. 변화무상한 환경에서 도생(圖生)의 길을 확고히 하기 위한 방편이다. 사람이 자기의 길을 바르게 간다는 것은 사회체제가 부여한 특정의 역할을 잘 감당하고 있다는 말이다.

나는 길눈이 어두운 사람이다. 한 번 가 봤던 길도 제대로 찾지 못해 방황하는 경우가 더러 있다. 운전을 할 때는 원근거리에 관계없이 아예 네비게이션을 켜 놓아야 마음이 편하다. 꼭 나만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잘 다니던 길도 잘 못 드는 것이 우리 인생이다.

아는 길도 물어가라는 말이 그래서 있는 것이다. 나는 내가 걷는 길이 옳다고 고집하지는 않지만 지금까지 걸어 온 길을 회오하지도 않는다. 형형색색으로 변하는 이 세상에서 예수님이 가신 길을 흉내라도 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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